[기독일보 박성민 기자] 교육부 정책연구진이 '교과용 도서 구분 기준(안) 정책연구 토론회'에서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을 국정도서로 발행해야 한다'는 내용을 발표하려 했다가 논란이 일자 토론회 개최 하루 전에 삭제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반대 활동을 펼쳐온 보수학부모단체 대표인 조진형 자율교육학부모연대 상임대표를 발제자로 선정해 중립적이어야 할 교육부 정책연구가 '우편향' 논란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

25일 교육부에 따르면 교육부 정책연구 책임자인 김국현 교수(교원대)는 이날 서울교육대에서 발표하는 '교과서 국·검·인정 기준(안)'에 2018학년도부터 고등학교에 새로 도입되는 통합사회와 통합과학 교과의 발행체제를 국정으로 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가 삭제했다.

이 같은 내용은 교육부가 지난 22일 배경브리핑에서 "첫 통합 교과목으로 개정이 되는 만큼 우선 국정교과서로 발행한 뒤 다음 교육과정 개편때 검정으로 전환한다는 것으로, 새로 생기는 과목인 만큼 최초에는 국정을 하고 그 다음에 다른 교과서로 바뀌는 게 맞다는 것"이라며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을 국정으로 하는 취지에 대해 설명하면서 밝혀졌다.

교육부는 당시 "다른 안은 없고 국정으로 가는 한가지 안만 존재하냐"는 질문에도 "그렇다"고 답해 국정화에 무게를 실었다.

이에 대한 보도가 나가자 야당과 교육계는 '한국사 교과서를 국정화로 전환하기 위한 수순'이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하병수 대변인은 "교육부가 한국사 국정화를 추진하기 위해 공통사회와 공통과학을 먼저 국정화 하려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수능필수인 공통사회와 공통과학를 먼저 국정화해 수능필수 과목은 모두 국정화한다는 명분을 쌓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유기홍 의원도 "공통사회와 공통과학을 국정화 하는 것은 국가가 주도해 정권 입맛대로 국가 교육과정을 바꾸겠다는 유신회귀적 행정"이라며 "이는 필수 과목인 한국사 교과서를 국정화하겠다는 선전포고이며 공통사회 국정교과서화에 한국사까지 엎어 가려는 꼼수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논란이 불거지자 교육부는 '교과서 국·검·인정 기준(안)' 발제문에서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을 국정도서로 발행한다는 내용을 삭제하고 배포했다. 공통과목의 국정화가 한국사로까지 번지는 등 논란에 휩싸이자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이는 일단 운을 띄워 놓고 현장에서 어떻게 반응하는지 여론을 살펴 본 뒤 공통사회와 공통과학을 국정교과서로 발행할지, 나아가 한국사까지 국정으로 할지 등의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 "정책연구진의 입장이고 교육부 입장은 아닌데 마치 교육부 입장인 것처럼 기사가 나서 부담스러워서 뺐다"며 "이렇게 까지 논란이 될 줄 몰랐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책연구진의 입장이라는 교육부 해명은 설득력이 낮아 보인다. 김 교수는 교육부의 초중등학교 교과용 도서 구분 기준안 정책연구를 총괄하고 있다. 정책연구진은 교육부가 선정하는데 교육부는 정책연구진의 의견을 바탕으로 '최종안'을 확정하기 때문에 교육부의 입장이라고 해석될 수 있다.

한편 정책연구진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 발제자로 나선 인사 중 유일하게 정책연구진이 아닌 조진형 자율교육학부모연대 상임대표를 발제자로 선정해 '우편향'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조 대표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반대 활동을 펼쳐온 보수학부모단체를 대표하는 인물로 우편향 논란을 빚은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 저자 이명희 공주대 교수와 함께 뉴라이트 계열의 자유주의교육운동연합에서 함께 활동했다. 그는 특히 논란을 빚은 고교 한국사 교과서의 '수정심의위원회'에서 북한쪽 파트를 담당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우편향 논란이 일고 있는 조 대표를 교육부가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 전환 여부를 결정하느 데 참고가 될 수 있는 발제자로 내세운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사 교과서를 국정화 하기 위해 정권 입맛에 맞는 인사를 일부러 포함시킨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일 수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 "한국사 교과서는 유일하게 수능 필수로, 전국민의 관심사인 만큼 전문가 의견도 중요하지만 현장 학부모들이나 학계의 의견도 들어가야한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1차 토론회 때 역사관련 학회와 역사교사 중심으로 토론회를 진행했는데 2차에서는 학부모 의견을 들어보기 위해 학부모 대표로 부른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교육부의 해명처럼 우편향적인 조 대표를 대한민국 학부모 대표라고 보기에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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