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 노조는 26일 오전 금융위원회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하나금융과 대화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외환은행 노동조합 제공

[기독일보 박성민 기자]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통합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외환은행 노동조합이 "하나금융과 대화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외환은행 노조는 26일 오전 서울 중구 금융위원회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외환은행 노조는 전면 투쟁을 다짐하고 위원장 삭발과 금융위 앞 농성투쟁을 진행했다. 이날 회견에는 전국금융산업노조의 본조 및 지부 간부들이 대거 참여했다.

외환은행 노조는 "지난 19일 하나금융지주가 합병 예비인가 신청을 내면서 이미 대화는 결렬된 상태"라며 "이제 남은 선택은 투쟁 뿐"이라고 밝혔다.

김근용 외환은행 노조위원장은 "하나지주의 숱한 합의번복을 인내하며 노동조합은 곧바로 '본협상'을 하자고 제안했지만 돌아온 것은 합병인가신청이었고, 공개토론마저 거부됐다"며 "더 이상 어떤 대화가 가능한가"라고 반문했다.

김 위원장은 "지주회장과 은행장의 언론 앞 공개발언과는 달리 협상장에서는 계속 '구조조정'을 언급하고, 심지어 통합작업의 명분축적을 위해 '외환은행을 적자상태로 만들라'는 움직임까지 탐문되고 있다"고 전했다.

금융위에 대해서도 "실질적 대화가 이뤄진 것은 1개월에 불과한데도 금융위원장이 '6개월간 협상했다'고 하는가 하면, 접수도 안된 승인신청을 몇월, 몇일 내주겠다는 발언까지 나왔다"며 "이것이 바로 사상초유의 금융특혜가 아니면 무엇이란 말인가"라고 반문했다.

김 위원장은 "이번 투쟁은 하나지주와 금융위가 2·17 합의 위반 책동을 중단할 때까지 계속되는 '끝장투쟁', '옥쇄투쟁'이 될 것이며 금융노조, 한국노총, 이 땅 양심세력과 함께 하는 가장 강력한 연대투쟁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문호 금융노조 위원장은 "금융의 기본은 신뢰"라며 "금융위의 합병 예비승인을 반드시 막아내고, 2·17 합의가 지켜질 수 있도록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말했다.

외환은행 노조는 투쟁을 위해 파업 가능성까지 내비쳤다.

노조는 지난 16일부터 협의를 전면 중단한 데 이어 2·17합의서를 지키기 위한 투쟁에 들어갈 방침이다. 2·17 합의서는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 당시 '외환은행의 5년 독립 경영'을 보장한다는 내용의 합의서다.

외환은행 노조는 금융위원회에서 하나-외환은행 합병 예비인가를 승인할 경우 파업을 포함한 실력투쟁에 나설 계획이다.

한편 하나금융은 예비인가 신청서 제출 후 중단된 협상을 재개할 것을 노조에 요구하고 나섰다.

외환은행 경영진은 지난 23일 사내 인트라넷을 통해 "조직과 직원에 이롭지 못한 소모적 다툼을 멈추고 조직과 직원들을 위한 실질적인 협상에 임해달라"며 노조에 26일 통합협상대표단 본협상을 열자고 제안했다.

은행 경영진은 고용안정, 인사원칙 및 근로조건 등 14가지 협상 의제를 제시한 후 현재의 협상 대표단과는 별도로 부·팀장 중심의 실무협상단을 구성해 협상을 해나가자고 요구했다.

하지만 노조가 이처럼 강경 투쟁 방침으로 돌아섬에 따라 통합 협상은 상당한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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