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서울 연세대학교 새천년홀에서 열린 북한 인권 실태에 관한 공청회에서 탈북자 신동혁(오른쪽)씨가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 위원들에게 북한 인권 상황에 대한 증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유엔이 지난 1년간의 북한 인권 상황에 대한 조사를 반영한 보고서를 17일(현지시간) 발표한 가운데 탈북자들과 북 인권 전문가들은 이 같은 보고서에 기대 반 회의 반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미국 기독교 라디오 방송매체인 살렘라디오네트워크(SRN)의 보도에 따르면, 유엔 내 북한인권조사위원회장인 보고서를 통해 북한 정치범수용소의 수감자들이 "이루 형언할 수 없는 잔혹행위에 노출되어 있다"고 비판하며, 그 참상을 "세계 2차 대전 당시 나치스의 학살행위"에 비유했다.

보고서는 이처럼 북한 내에서 자행되고 있는 인권 유린과 특히 북한 체제에 도전했다는 이유로 정치범수용소에 내에 갇혀 있는 주민들에게 가해지고 있는 각종 탄압을 고발했다.

또한 북한의 인권침해 상황을 반(反)인륜 범죄로 분류해, 북한 정부를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치범수용소 생존자들을 포함한 탈북자들과 북한 인권 전문가들은 보고서가 북한 상황의 개선에 실질적으로 얼마나 도움을 줄 수 있을지에 대해 기대와 동시에 회의감을 표시하고 있다.

이들은 위원회가 보고서에도 불구하고 이를 토대로 한 구체적인 북한 정권에 대한 제재나 압박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이라는 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북한은 인권 문제에 대한 거론을 미국과 연계된 '음모'로 간주하고 있으며, 북한의 가장 강력한 동맹국이자 후원국인 중국이 거부권을 사용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움직임을 막으리라는 것이다.

이 매체는 탈북자 출신의 북한 인권운동가 신동혁(31) 씨의 한국에서의 인터뷰를 인용하며, 그가 "유엔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는 있지만 실망스러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신 씨는 정치범수용소에서 맺어준 부부 사이에서 태어났으며 14살 때 어머니와 형이 탈출하려고 했다가 총살 당하는 장면을 목격했다. 노동과 학대, 굶주림으로부터 자유를 찾아 탈출한 그는 북한의 참상을 알리며 전 세계 25개 언어로 출간된 '제14호 수용소(Camp 14)'의 저자이다.

그는 보고서 발표에 앞서서 가진 인터뷰에서 "유엔의 가장 큰 조직인 인권위지만 어떤 문제도 해결하지 못했다"고 씁쓸함을 감추지 않았다. 특히 보고서가 북한의 참상에 대한 증거들을 모아 공개함으로서 국제사회로부터 이 문제에 대한 관심을 이끌어내는 데는 성공했지만, 북한 정권에 접근하지는 못했다고 그는 지적했다.

신 씨는 또한 북한 인권 문제에 침묵하는 중국을 비판하며, "중국은 지금껏 북한의 인권 상황을 간과하고 독재정치를 지지해 왔다"며, "중국은 여전히 북한을 지역 내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견제하기 위한 도구로 쓰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매체는 또다른 탈북자인 백경윤 씨의 발언도 인용했다. 백 씨는 2000년에 탈북했으며 여성 군인 출신이다. 그녀는 "내 동료들은 인권을 생각한다거나 (북한 상황의) 개선을 기대하는 것과 같은 사치는 꿈꾸지 않을 것"이라며 "그들에겐 정권에 대한 충성이 전부이고 인권을 거론한다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증언했다.

그러나 이러한 어두운 전망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유엔의 보고서가 북한의 인권 상황을 변화시키고, 이 문제에 세계 각국이 보다 주목하게 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는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신 씨는 "북한인권조사위는 내 마지막 희망이고 변화될 가능성이 정말 작다할지라도 나는 내 전부를 이 희망에 걸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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