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한국 교회와 성도들에게 ‘하나님’은 과연 어떤 분인가? 내가 필요할 때 부르면 달려오는 도우미나 지친 마음을 달래주는 상담사쯤으로 전락하지는 않았는가. 하나님을 가볍게 여기는 시대적 풍조에 맞서 평생 ‘하나님의 거룩하심’을 선포하며 진리를 수호했던 위대한 신학자, R. C. 스프로울(1939-2017)의 생애와 유산을 집대성한 전기 『R. C. 스프로울』이 출간되었다. 든든한 동역자였던 스티븐 니콜스가 세밀한 인터뷰와 방대한 메모 등 수집된 자료를 바탕으로 그의 치열했던 삶을 생생하게 복원해 냈다.
‘얕은 하나님관’과 맞서 싸운 거룩함의 선지자
스프로울의 사역을 관통하는 단 하나의 핵심은 ‘하나님의 거룩하심’이었다. 그는 당대 교회가 직면한 가장 큰 위기를 ‘하나님에 대한 얕은 이해’로 진단했다. 그에게 거룩함은 단순한 도덕적 완전함이 아니라 ‘하나님의 하나님 되심’ 그 자체였으며, 하나님에 대한 견해가 왜곡되면 다른 모든 교리의 왜곡을 피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그는 하나님을 ‘사르는 불’로 경외하기보다 인간의 편의에 맞추려는 자기편의적인 세속주의와 치열하게 싸웠다.
신학의 문맹을 깨치다… 평신도를 위한 신학
아우구스티누스부터 아퀴나스, 칼뱅, 에드워즈로 이어지는 정밀한 개혁주의 신학을 몸에 익힌 최고 수준의 학자였지만, 그는 결코 신학교 강의실에만 갇혀 있지 않았다. 1971년 설립한 ‘리고니어 미니스트리(Ligonier Ministries)’를 통해 목회자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신학을 평신도의 눈높이로 펼쳐 놓았다. 카세트테이프와 잡지, 라디오 방송 등을 활용해 성경 읽는 법부터 ‘칭의’와 ‘예정’ 같은 까다로운 교리까지 가르치며, 진리대로 살기를 열망하는 평신도들의 ‘신학적 문해력’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렸다.
복음 앞에서의 타협 불허, 그리고 따뜻한 인간미
진리 앞에서는 한 치의 양보도 없었다. 1994년 복음주의와 가톨릭의 공동 선언문(ECT) 발표 당시, ‘오직 믿음’과 그리스도의 의의 ‘전가(imputation)’가 빠진 것을 두고 “그렇다면 복음이란 무엇인가?”라며 매섭게 질타했다. 이 논쟁으로 J. I. 패커나 찰스 콜슨 등 오랜 전우들과의 우정을 잃는 뼈아픈 슬픔을 겪었지만, 그는 개인적인 우정보다 복음의 순수성을 지키는 것을 택했다.
동시에 이 책은 우리가 몰랐던 스프로울의 유쾌한 이면을 조명한다. 고향 피츠버그의 야구팀과 미식축구팀을 열렬히 응원했던 스포츠 광이었으며, 세상과 담을 쌓는 근본주의를 배격하고 문학과 영화, 미술을 즐겼다. 동료들 사이에서 ‘한 줄 농담의 왕’으로 불릴 만큼 유머가 넘쳤고, 57년을 해로한 아내 베스타와 가정을 끔찍이 사랑했던 따뜻한 인간이었다.
“전투가 있는 곳에는 늘 R. C.가 있었다”는 존 맥아더의 추천사처럼, 이 책은 단순한 위인전이 아니다. 시대의 거센 도전 앞에서 성경의 권위와 역사적 교리를 어떻게 지켜내야 할지 고민하는 사역자, 그리고 바른 신학이 어떻게 참된 예배(송영)로 이어지는지 목도하고 싶은 모든 그리스도인에게 이 책은 가슴 벅찬 영적 도전을 선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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