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누리교회가 13일부터 15일까지 서빙고 온누리교회(담임 이재훈 목사) 본당에서 ‘Hybrid Church(하이브리드 처치)’를 주제로 사역축제를 진행한다. 이재훈 목사가 사흘간 오전 주제강의를 맡으며, 첫날인 13일에는 말씀과 성령, 관계와 제도, 은혜와 진리, 친밀함과 개방성을 함께 붙드는 교회의 방향을 제시했다.
교회 측에 따르면 이번 행사는 ‘말씀과 성령, 은혜와 진리’를 중심으로 교회의 신앙과 사역을 함께 살피도록 구성됐다. 오전에는 이재훈 목사의 주제강의, 오후에는 공동체·양육·선교·예배·돌봄 등 사역본부별 선택강의, 저녁에는 오픈집회가 이어진다.
이 목사는 ‘하이브리드 교회’가 온라인과 오프라인 예배를 결합하는 방식만을 뜻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복음의 본질과 교회의 정체성을 이루는 진리들이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어떻게 하나를 이루는지 살피는 것이 강의의 취지라고 밝혔다.
그는 교회가 진리의 한 측면을 강조하면서 그와 짝을 이루는 다른 측면을 외면할 때 갈등과 분열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목사는 “나는 분명히 옳은 진리를 붙잡고 있었는데 또 다른 옳은 진리를 붙잡는 사람들과 더불어 갈등을 빚게 된다”며 한쪽에 치우치는 태도를 경계했다.
이 목사는 故 하용조 목사의 리더십과 교회에 관한 성찰을 정리하면서 온누리교회가 안주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전했다. 규모와 제도, 자원을 갖추더라도 추구하는 방향과 정체성을 잃으면 교회가 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말씀으로 분별하고 성령의 역사 기대해야
첫 번째 강의에서는 ‘말씀과 성령, 관계와 제도’를 다뤘다. 이 목사는 성경 강해와 교리를 강조하는 전통과 성령의 임재·능력·은사를 강조하는 전통이 서로를 배제하는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양쪽 다 옳은 것을 붙잡았는데 상대편을 무시하고 간과한다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에스겔의 마른 뼈 골짜기 본문을 통해 말씀과 성령의 관계를 설명했다. 말씀에 따라 뼈가 연결되고 몸이 형성된 뒤 생기가 들어와 일어나는 장면을 들어, 교회가 말씀의 가르침과 성령의 생명력을 함께 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사도행전에서도 성령의 역사가 말씀의 선포와 교육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오순절 이후 베드로의 설교와 에베소에서 이뤄진 말씀 교육 등을 언급하며, 말씀과 성령이 함께 역사하는 흐름에 주목했다.
이 목사는 각 전통의 약점도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말씀과 교리를 강조하면서 하나님의 임재를 기대하지 않거나, 일부의 지나침을 이유로 성령운동 전체를 배척하는 태도를 경계했다. 반대로 체험에서 교리를 끌어내거나 번영신학, 직통계시, 지도자 우상화로 흐르는 문제도 지적했다.
영적 현상의 분별 기준으로는 그리스도를 높이는지, 죄를 대적하게 하는지, 성경을 존중하게 하는지, 진리로 인도하는지, 하나님과 사람을 향한 사랑을 낳는지를 제시했다. 그는 “성령의 역사를 환영하며 말씀으로 끊임없이 분별하는 것”이 성도 개개인에게서 시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도의 목적은 관계를 지키고 보존하는 데 있다”
이어 이 목사는 교회를 생명력 있는 관계이자 이를 보호하는 제도적 공동체로 설명했다. 에베소서가 교회를 그리스도의 몸과 건물로 표현한다는 점을 들어, 유기적인 관계와 이를 뒷받침할 구조가 함께 필요하다고 밝혔다.
교회의 규모가 작을 때는 관계를 중심으로 여러 일을 감당할 수 있지만, 공동체가 커질수록 관계를 보호하는 제도와 절차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직분과 조직을 부정하면 갈등을 다룰 수단이 부족해지고, 권한이 특정인에게 집중되거나 공동체가 분열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제도만 갖춘다고 교회에 생명력이 생기는 것은 아니라고도 말했다. 포도나무와 이를 받치는 격자에 비유하며, 열매를 맺는 것은 포도나무지만 줄기가 자라고 열매를 지탱하려면 구조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목사는 온누리교회도 제도 개선을 통해 공동체의 관계를 지키려는 노력을 이어왔다고 전했다. “규모가 커지면서 제도가 정교해지는 것은 필요하다. 그 제도의 목적은 관계를 지키고 보존하는 데 있다”며 제도 자체를 유지하는 것이 목표가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은혜와 진리, 낮은 문턱과 높은 제자도
두 번째 강의에서는 ‘은혜와 진리, 친밀함과 개방성’을 다뤘다. 이 목사는 요한복음이 예수 그리스도를 은혜와 진리가 충만한 분으로 소개한 점을 들어, 교회도 두 가지를 함께 드러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은혜를 받을 자격이 없는 사람에게 베푸는 값없는 호의로, 진리를 하나님이 요구하는 기준으로 설명했다. 은혜만 강조하면 방종으로, 진리만 강조하면 정죄로 흐를 수 있다며 “은혜와 진리는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분리될 수 없다”고 밝혔다.
요한복음 8장의 간음하다 붙잡힌 여인에 대한 예수의 말씀도 예로 들었다. “나도 너를 정죄하지 아니하노니”와 “다시는 죄를 범하지 말라”는 말씀이 용서와 변화의 요구를 함께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죄를 없던 일로 취급하거나 사람을 버리는 대신, 은혜로 품고 진리에 합당한 삶으로 이끌어야 한다는 취지였다.
이 목사는 은혜를 강조하면서 회개와 검증 없이 지도자를 복귀시키는 문제와, 신앙의 실천을 구원의 조건처럼 요구하는 문제를 함께 지적했다. 은혜가 회개와 십자가, 제자도로 이어지는지 살피고, 진리를 강조하는 삶에도 기쁨과 확신, 죄인을 향한 사랑이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자신에게는 은혜를, 다른 사람에게는 진리를 앞세우는 태도를 돌아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신에게는 늘 진리를 먼저 앞세우고 상대방에게는 은혜를 먼저 앞세우는 문화”를 제안했다. 믿지 않는 사람을 은혜로 맞이하되 양육을 통해 경건한 삶으로 이끄는 방향을 “낮은 문턱과 높은 제자도”로 설명했다.
친밀한 공동체일수록 새 사람에게 문 열어야
이 목사는 공동체 안의 친밀함이 새로 온 사람에게는 장벽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예배 후 성도들이 아는 사람들끼리 인사하고 대화하는 동안, 처음 방문한 사람은 누구와도 이야기하지 못한 채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친밀함과 개방성이 동시에 있지 않으면 주님의 몸 된 교회일 수가 없다는 것을 알아야 된다”고 말했다. 과거 목회 현장에서 성도들에게 예배 사이에 낯선 사람을 찾아 먼저 인사하고 환영하는 역할을 맡겼던 경험도 소개했다.
로마서와 히브리서의 형제 사랑과 손님 대접에 관한 말씀을 통해, 이미 아는 사람을 사랑하는 것과 낯선 사람을 맞이하는 일이 함께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레위기의 거류민 사랑과 이사야의 ‘만민이 기도하는 집’이라는 말씀도 개방성의 근거로 제시했다.
이 목사는 이 원리가 이주민 사역과 선교에도 적용돼야 한다고 밝혔다. “우리들만의 친밀함에 갇힌 교회는 절대로 선교적 교회가 될 수 없다”며 해외 한인교회도 현지인에게 열려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주민을 사역 대상으로만 바라보기보다 한 공동체의 구성원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소그룹에서도 이주민과 함께 식사하고, 빈자리를 마련해 믿지 않는 사람을 초청하는 실천을 제안했다. 이 목사는 “우리의 친밀함이 누군가에게는 큰 장벽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며 공동체가 서로 가까워질수록 새로운 사람에게도 문을 열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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