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로코가 종교적 관용을 표방하고 있지만 라마단 금식, 종교 개종, 장례 등을 둘러싼 법률과 관행이 종교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영국 크리스천투데이(CT)에 따르면, 미국 리젠트대학교 글로벌정의센터(Center for Global Justice)가 발간한 보고서 ‘모로코의 종교의 자유(Freedom of Religion in Morocco)’는 모로코 헌법이 신앙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음에도 이슬람을 중심으로 한 법률과 제도가 다른 종교를 가진 사람들의 신앙 표현을 제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보고서는 리젠트대학교 글로벌정의센터의 캠 빌링스, 레베카 벨롱가, 클레어 리, 시안나 존스가 작성했으며, 국제기독교관심기구(International Christian Concern)의 콜턴 그렐리어가 법률 분석에 참여했다.
보고서는 모로코의 국내법을 국제인권협약상 의무와 비교·분석했으며, 특히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ICCPR)을 중심으로 종교의 자유 보장 여부를 검토했다.
모로코는 2011년 헌법에서 이슬람을 국가 종교로 규정하고 있다. 동시에 헌법 제3조는 “모든 사람에게 신앙을 자유롭게 행사할 것을 보장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보고서 작성자들은 이러한 헌법상의 보장이 다른 법률과 관행에 의해 약화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모로코 사회의 지배적인 종교적 틀에서 벗어난 신앙의 표현을 제한하는 법률과 제도가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이를 “공식적인 보장과 실제 삶의 현실 사이에 지속적이고 의도적인 간극”이라고 표현하면서, 이러한 문제가 라마단 금식과 종교 개종, 장례를 규정한 법률에서 특히 뚜렷하게 나타난다고 분석했다.
라마단 금식·개종 관련 법률 논란
보고서가 주요하게 다룬 법률 가운데 하나는 모로코 형법 제222조다.
이 조항은 종교적으로 인정되는 면제 사유가 없는 상태에서 공개적으로 라마단 금식을 중단하는 행위를 처벌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슬람교도로 “널리 알려진” 사람이 공개적으로 금식을 하지 않을 경우 최대 6개월의 징역형과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보고서는 해당 조항에서 누가 이슬람교도로 간주되는지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을 문제로 제기했다. 특히 다른 종교로 개종했거나 더 이상 자신을 무슬림으로 여기지 않는 사람에게 이 조항이 어떻게 적용되는지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또한 금식 중단이 ‘공개적’ 또는 ‘명백한’ 행위여야 한다는 요건이 실제 법 집행 과정에서 얼마나 광범위하게 적용되는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개인이 스스로 밝힌 종교적 정체성보다 지역사회에서 그 사람을 어떻게 인식하는지가 더 중요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형법 제220조 역시 보고서의 비판 대상이 됐다. 이 조항은 ‘유혹의 수단(means of seduction)’을 이용해 무슬림의 신앙을 흔들거나 개종을 권유하는 행위를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보고서 작성자들은 ‘유혹’과 같은 표현이 법적으로 충분히 명확하지 않으며, 종교적 대화나 전도, 설득 행위 가운데 어떤 행위가 불법으로 간주될지를 당국이 폭넓게 판단할 여지를 제공한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모로코의 기독교 개종자인 압델무탈립 가파르(Abdelmouttalib Ghaffar)의 사례도 언급했다. 가파르는 2019년 신분증을 압수당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후 이를 돌려받거나 대체 신분증을 발급받지 못했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장례 절차에서도 종교적 제약 지적
장례 관행 역시 종교의 자유와 관련한 우려가 제기된 분야로 꼽혔다.
보고서는 모로코의 장례 절차가 대체로 이슬람교의 종교적 원칙에 따라 운영되고 있으며, 세속적이거나 다른 종교에 따른 장례를 선택할 수 있는 여지가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일부 지역에는 기독교인과 유럽인을 위한 묘지가 존재하며 영사관 등의 지원을 통해 이용할 수 있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보고서는 이 같은 장례 비용이 무슬림 묘지에 매장하는 것보다 상당히 비쌀 수 있다고 밝혔다.
일부 지역에서는 기독교인이나 비무슬림을 위한 매장 비용이 일반적인 무슬림 장례 비용의 13배에 달할 수 있다는 것이 보고서의 설명이다.
보고서는 이러한 경제적 장벽으로 인해 경제적으로 취약한 비무슬림이나 이주민들이 자신의 신앙이나 가족의 종교적 신념에 부합하는 장례 절차를 마련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사망한 이주민의 시신을 본국으로 송환하는 비용 역시 매우 높을 수 있어 일부 유가족에게 현실적인 선택지가 거의 남지 않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국제인권규약과의 충돌 여부 분석
보고서는 모로코의 관련 법률을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ICCPR) 제18조와 비교했다.
ICCPR 제18조는 사상·양심·종교의 자유를 보호하며, 개인이 자신의 종교나 신념을 선택하거나 변경할 자유도 포함한다. 모로코는 1979년 이 국제규약에 가입했다.
ICCPR에 따르면 종교의 자유에 대한 제한은 제한적인 경우에만 허용되며, 법률에 의해 규정되고 필요성과 비례성을 갖춰야 한다. 또한 공공의 안전이나 다른 사람의 권리 보호 등 정당한 목적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보고서는 유엔 자유권위원회의 관련 결정 등을 근거로 모로코 형법 제220조와 제222조가 이 같은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유혹’, ‘널리 알려진’, ‘명백한’ 등의 표현이 충분히 구체적이지 않으며, 평화적인 종교적 설득이나 라마단 기간 공개적인 금식 중단을 형사처벌하는 것이 공공질서 보호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치라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 보고서의 분석이다.
보고서는 세계인권선언 제18조도 함께 검토했다. 세계인권선언은 종교나 신념을 가질 자유뿐 아니라 이를 ‘변경할’ 권리까지 명시하고 있으며, 보고서는 이러한 원칙이 ICCPR의 종교의 자유 보장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근거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모로코의 개종 관련 법률이 국제인권 기준과 긴장 관계에 있다고 지적했다.
“종교의 자유, 형식적으로 인정되지만 실질적으로 제한”
보고서는 모로코 형법 제220조와 제222조가 모로코가 국제사회에서 부담하는 인권 의무와 “조화시키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또한 해당 법률들이 실제 공공질서에 대한 위협을 해결하기보다는 “종교적 순응과 공동체의 정통성”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모로코가 아프리카 국가 가운데 유일하게 아프리카 인권헌장(African Charter on Human and Peoples’ Rights)을 아직 비준하지 않은 국가라는 점도 지적했다.
보고서는 결론에서 “이러한 법률과 관행을 종합하면 종교의 자유가 공식적으로는 인정되지만, 개인의 신앙이 국가의 이슬람 정체성에서 벗어날 경우 실질적으로 제한되는 법적 체계가 드러난다”고 주장했다.
이어 “평화적인 종교적 교류를 형사처벌하고, 이슬람 종교 관행에 대한 공개적인 준수를 강요하며, 부과된 종교적 분류에 따라 장례를 규제함으로써 모로코는 ICCPR에 따른 의무를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제규약이 보호하는 것은 단순히 허용된 범위 안에서 예배할 권리만이 아니라, 모든 개인이 자신의 양심에 따라 자신의 신념을 정의하고 표현하며 살아갈 수 있는 보다 근본적인 권리”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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