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티소ㅣ<다윗을 책망하는 나단>, 1896-1900ㅣ수채화ㅣ유태인 박물관, 뉴욕 James Tissotㅣㅣ1896-1900ㅣwatercolourㅣJewish Museum, New York

지금부터 약 3000년 전 유대나라의 다윗 왕 앞에 왕의 고문인 선지자 나단(Nathan) 이 나타나 수수께끼 같은 질문을 한다.

"한 성읍에 두 사람이 있는데 한 사람은 부하고 한 사람은 가난하니 그 부한 사람은 양과 소가 심히 많으나, 그 가난한 사람은 아무것도 없고 자기가 사서 기르는 작은 암양 새끼 한 마리뿐이라. 그 암양 새끼는 그와 그의 자식과 함께 자라며 그가 먹는 것을 먹으며 그의 잔으로 마시며 그의 품에 누우므로 그에게는 딸처럼 되었거늘, 어떤 행인이 그 부자에게 오매, 부자가 자기에게 온 행인을 위하여 자기의 양과 소를 아껴 잡지 아니하고 가난한 사람의 양 새끼를 빼앗아다가 자기에게 온 사람을 위하여 잡았나이다.'

다윗은 노발대발하여 말하기를 "그 사람은 마땅히 죽을 자라"고 소리쳤다.

그러나 나단은 단호하게 선언한다, "당신이 바로 그 사람이라'

제임스 티소가 그린 <다윗을 책망하는 나단> 이란 작품을 보면 다윗 왕이 심각한 표정으로 양 손으로 턱을 고인 채 쪼그리고 앉아 있다. 너무나 큰 죄를 지은 그는 나단 선지자의 준엄한 책망을 듣고 있다.

이 사건의 발단은 얼마 전 어느 날 저녁에 시작되었다. 저녁때에 다윗이 왕궁 옥상을 거닐다가 저 아래 인근 주택에서 한 여인이 목욕하는 장면을 훔쳐보게 되었다. 너무나 아름다워 바로 사람을 보내 데려와 동침하였다.

한스 맴링ㅣ<다윗과 밧세바>ㅣ1485년 경ㅣ목판에 유화 Hans Memlingㅣㅣc. 1484ㅣoil on woodㅣStaatsgalerie, Stuttgart, Germany

한스 맴링의 작품 <다윗과 밧세바>는 밧세바가 하녀의 시중을 받으며 목욕을 하는 장면 중에서 가장 유명한 작품이다. 작품의 상단 왼쪽을 보면 다윗 왕이 왕궁 옥상에서 목욕하는 여인의 나신(裸身)을 내려다보고 있다.

성서화 작품에서 성서에 등장하는 인물(characters) 중 아름답게 그리는 여인 세 사람을 꼽으라면 다윗의 밧세바와 아가서의 술람미 여인, 그리고 신약의 예수부활의 증인인 막달라 마리아를 들 수 있다.

우리 시대의 가장 영향력있는 사상가의 한 명인 움베르토 에코(Umberto Eco)는 "미의 역사 "에서 밧세바를 중세 미인의 전형으로 꼽으며 바로 함스 맴링의 다윗왕이 밧세바를 훔쳐보는 이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그는 중세 여성의 아름다운 가슴을 이렇게 인용하고 있다.(주1. 움베르토 에코 <미의 역사>,이현경 옮김,열린책들, pp.154-55)

"사실 약간 튀어나오고 적당히 풍만하며.... 갇혀 있지만 짓눌려 있지는 않으며 출렁이지 않도록 부드럽게 묶여있는 가슴은 아름답다."

다윗은 밧세바의 잉태한 사실을 안 후 간교한 계책을 세웠다. 전쟁터에 있던 우리

아를 불러 술을 먹이고 집에 가서 쉬라고 하면서 음식물 까지 딸려 보냈다.

헨리 8세 기도서 (Hours of Henry VIII) 에는 <다윗과 우리아>란 주제의 삽화가 있다.

이 삽화를 보면 다윗 왕 앞에 우리아가 창과 칼로 무장하고 전령의 소환통지서를 오른손에 든 채 한 쪽 무릎을 꿇고 왕의 하명을 기다리고 있다. 문 밖에는 그가 타고 온 백마가 서 있다. 다윗왕은 근심어린 모습으로 우리아에게 오늘 밤 집에 가서 쉬라고 타이른다. 다윗 왕 뒤편에는 다윗이 밧세바를 불러 죄를 범한 그 침대에 누군가 기대어 서서 왕의 계속되는 간교를 듣고 있다.

헨리8세 기도서는 영국 튜더왕조의 헨리 8세의 성무일과서로 알려졌으며 최근까지 영국왕실에 소장된 역사적인 기도서이다.

튜더 왕조(House of Tudor 1485-1606)는 장미전쟁을 수습하고 즉위한 헨리 7세가 시조이다. 그의 아들 헨리 8세(1491-1547)는 종교개혁을 단행하여 로마교황청과 결별하고 영국국교회를 수립하였다. 종교도 왕권아래 두어 절대주의를 더욱 공고히 하였다. 헨리 8세의 자녀 3인이 에드워드 6세, 메리 1세, 그리고 엘리자베스 1세로 튜더왕조를 이어가게 된다.

이 기도서는 1500년 경, 프랑스 투르지역에서 Jean Poyer이 제작한 아름다운 필사본으로 현재 뉴욕의 모건 도서박물관에 소장되어있다.

다윗 왕궁에서 나온 충직한 우리아는 두 번이나 집에는 가지 않고 왕궁 문에서 잠을 잤다.

그러자 다윗은 무서운 흉계를 꾸몄다. 군대장관 요압에게 우리아를 전쟁터에서 전사하도록 하라고 비밀 지령을 내렸다. 요압은 모압과의 전투에서 우리아를 최일선에 배치하여 죽게한 후 다윗에게 우리아가 전사했다는 보고를 한다. 다윗의 살인교사가 성공하였다. 그는 그 후 밧세바를 데려다가 아내로 삼았다.

장 포이어ㅣ<다윗과 우리아>ㅣ1500년경, 헨리 8세 기도서 (Hours of Henry VIII) Jean Poyer, from the Hours of Henry VIII, c.1500. Tours, France, the Morban Libary & Museum, New York

성경을 읽다가 이 부분에 오면 어안이 벙벙해진다.

세상에, 이럴 수가 있나? 진짜 다윗이 이런 짓을 했단 말인가?

신약성서 첫 줄에서 "아브라함과 다윗의 자손, 예수 그리스도의 족보라." 이렇게 예수 가계 중 가장 위대한 선조로 자리매김한 다윗이 아니던가?

유대 12 지파의 후손들이 세운 이스라엘은 지금도 그 나라 국기에 "다윗의 별"이 펄럭이고 있지 않은가?

이러한 근원적 혼미(昏迷)에서 벗어나려면 전체적 맥락(脈絡)에서 찬찬히 두드려 보아야 한다.

다윗은 나단의 책망을 받고 "나는 여호와께 죄를 범하였노라"고 고백했다. 한 마디 변명도 없이 명백하고 솔직하다.

그는 자기 죄 때문에 죽어가는 아기의 모습을 보면서 7일 동안 "땅에 업드려" 금식하면서 통회(痛悔)의 기도를 했다.

"우슬초로 나를 정결 하게 하소서. 내가 정하리이다. 나의 죄를 씻어 주소서. 내가 눈보다 희리이다."

시편 150편 중 다윗의 시로 밝혀진 것이 회개와 찬양의 시 75편이 있다. 특히 시편 제51편은 부제에서 다윗이 밧세바와 동침한 후 선지자 나단이 그에게 왔을 때의 통회 자복하는 시라고 밝히고 있다

인간은 누구나 죄를 범하고 산다. 그러나 다윗처럼 "하나님께서 구하는 제사는 상한 심령이라"고 고백할 수 있는가?

' 당신이 바로 그 사람이라'는 제목의 많은 다윗과 우리아의 성서화는 다윗의 치부(恥部)를 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중세 기도서나 성무일과서에서 회개와 겸손을 상징하는 메뉴스크립트로 오랜 세월 우리에게 다가서고 있다.

강정훈 교수는…

강정훈 교수는 1969년 제7회 행정고등고시에 합격해 뉴욕 총영사관 영사(1985~1989)를 거쳐 조달청 외자국장, 조달청 차장(1994~1997) 등을 지내고 1997~1999년까지 조달청장으로 일했다.

행정학박사(연세대·서울대 행정대학원·성균관대학원)로 성균관대학교 행정대학원 겸임교수(2004~2005), 2003년부터 현재까지는 신성대학교 초빙교수를 맡고 있다. 또 (사)세계기업경영개발원 회장(2003~2008)을 역임하기도 했다.

강 교수는 1992년 성서화전시회를 개최했으며 1994년에는 기독교잡지 '새가정'에 1년 2개월간 성서화를 소개하는 글을 연재했다.

현재 자신의 블로그 '영천의 성서화 라이브러리(http://blog.naver.com/yanghwajin)'를 통해 다양한 성서화와 이어 얽힌 뒷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다.

그는 35년간 중세의 성서화 자료와 한국학 및 한국 근대 초기 해외선교사의 저서를 모으고 있다. 그 중 한국학 및 한국 근대 초기 해외선교사 저서 및 자료 675점은 숭실대 학국기독교박물관에 2011년 기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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