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보도   ©김철관

"언론이 자살에 대한 암묵적 동조를 통해 잠재적 자살자가 실재 자살을 실행에 옮기도록 부추기는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연예인의 자살보도가 잠재적 자살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 자살보도에 등장하는 자살 장소가 잠재적 자살자들에게 일정부분 영향을 미친다."

10일 오후 2시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 구 서울교육문화회관) 1층 회의장에서 <2013년 자살예방의 날 기념 자살보도 권고기준 2.0 포럼> '한국 자살보도 실태 및 나아갈 방향'에서 '미디어의 자살보도 실태 및 나아갈 방향'을 발제한 중앙대학교 의과대학 이원영 예방의학과 교수가 강조한 말이다.

이원영 교수는 "언론의 자살보도가 잠재적 자살자로 하여금 감정을 촉발시키는 즉각적인 효과를 발휘해 자살을 실행에 옮기도록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면서 "언론의 자살기사에 모사되고 있는 자살 방법들이 잠재적 자살자에게 학습효과로 작용하고 있다"고 피력했다.

이원영 중앙대 교수   ©김철관

이어 이 교수는 "자살보도에서 연급하고 있는 자살자의 나이와 성별이 수용자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언론의 자살보도가 일종의 자살의 학습효과로 작용할 수 있다, 언론의 자살보도가 단기적 차원뿐만 아니라 장기적 차원에서도 수용자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살예방을 위한 미디어 환경 개선 방향으로 ▲비소설 뿐 만 아니라 소설 등에서도 자살이야기 보도량이 대폭 줄어야 함 ▲인터넷, 트위터, 페이스북 등 뉴미디어에서 자살이 더욱 신중하게 다뤄져야 함 ▲자살보도 권고기준 준수율은 정부, 관련 민간단체와 기업 그 기준에 대해 얼마나 많은 대상을 효과적으로 잘 교육했느냐에 따라 달라짐 ▲미디어환경을 규제적 접근과 자살예방 혹은 생명존중 환경조성과 같은 포지티브 접근을 병행해야 함 등을 제시했다.

이날 토론자로 나선 허태균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의 가장 큰문제가 사회학습효과의 악순환에 빠져 있다는 것"이라면서 "기자들이 자살로 사회적 이슈를 만들어 이용하고 있고, 국민들도 그에 동참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허태균 고려대 교수   ©김철관

허 교수는 "얼마 전 사망한 남성연대 대표도 자살을 이용해 사회적 이슈를 만들려고 했다"면서 "언론이 그렇게 만들어주고 있으니까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회가 자살자를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자살자들의 꿈을 이루어 주는 등의 악순환 과정의 한 가운데 언론이 있다"면서 "그래서 자살보도 권고기준 2.0이 나왔고, 국민들이 동참할 수 있어야 한다, 한번이라도 자살에 대해 나쁘게 보도하는 언론사를 거부하는 운동을 한 번만 하면 그렇게 쓰라고 해도 안 쓸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병호 한국신문윤리위원회 심의실장은 "자살보도 권고기준 2.0이 나온 것을 계기로 다시 한번 자살문제의 중요성을 상기시켜야 한다"면서 "권고기준이 이행되는지를 면밀하게 모니터하는 것도 중요하고, 일선에서 이 문제에 대해 매일매일 접하는 여러분들이 권고기준의 공급자이면서 수용자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문병호 심의실장   ©김철관

그는 "자살보도가 나왔을 때 국민 개개인이 권고기준에 따라 SNS, 댓글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능동적인 수용자가 돼야 한다"면서 "이것만이 우리가 처해있는 현실을 극복할 수 있는 길"이라고 전했다.

유현재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자살보도 권고기준이 있는데 왜 안 지켜 졌을까 하는 생각으로 연구를 했다"면서 "어제 EBS에서 방송된 '33분마다가는 사람들' 제작하면서 진행했던 실험은 자살보도 권고기준의 대표적인 항목 자살보도를 미화하지 말 것과, 자살을 해결수단으로 이용하는 뉘앙스를 풍기지 말 것 등에 대해 접근을 했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그는 결론적으로 "자살예방을 위해서는 언론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국민들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느꼈다고 강조했다.

김형원 조선일보 기자는 "요즘 자살 보도가 하도 민감해 보도할지 안할지 고민하는 측면도 있다"면서 "최근 들어 자살기사를 써도 데스크에서 빠진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이어 "생명존중 측면에서도 자살보도 권고기준은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창재 서강대교수   ©김철관

김경호 기자는 "자살보도는 시청률과 직결되기 때문에 시청률을 올릴 수 있는 방법으로 이용되고 있었다"면서 "자살보도 권고기준 2.0이 너무 좋은데, 현장에서 어떻게 적용하느냐가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기자협회 차원에서도 자살보도 감시팀이라든지 진행 모니터 팀을 만드는 것이 좋을 것"이라면서 "데스크의 자살보도에 대한 인식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경호 MBC기자   ©김철관

이날 포럼은 김영욱 한국언론진흥재단 연구교육센터장의 사회로 진행했고, 포럼에 앞서 인사말을 한 보건복지부 임종규 건강정책국장은 "자살업무는 제가 하고 있는 업무 중 가장 무거운 업무"라면서 "우리가 노력한다고 해도 잘 안 되는 영역이기 때문에 그렇다, 언론에 대해서 이런 것을 요구한다는 것이 공무원으로서 한계의 영역인 것 같다"고 말했다.

김형원 조선일보 기자   ©김철관

박종익 중앙자살예방센터장은 "최근 남성연대 대표 사건도 모 방송국이 자살을 하려고 하는 것을 촬영까지 했다"면서 "1인 미디어 시대, 블로거 등을 보면서, 언론인을 포함해 모든 사람들이 이런 문제를 인식했으면 하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사람들은 시키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에 이런 상황을 알려주면서 스스로 이러면 안 되겠구나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될 것이기 때문에 권고기준2.0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포럼 앞서 열린 '2013년 자살예방의 날' 기념식에서는 진영 복지부장관 기념사와 국회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문정림 새누리당의원, 안철수 무소속의원이 참석해 격려사를 했다. 이날 진영 복지부장관은 행사 사회를 본 박상범 KBS 기자를 가리키면서 3년째 '자살예방의 날' 사회를 진행하고 있는 기자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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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보도권고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