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신
과거 고신 정기총회 모습 ©기독일보 DB
정치와 관련된 소식을 접하다 보면 종종 ‘계파’라는 말을 듣게 된다. 한 집단 내에서 정치적 이해관계나 가치 등으로 묶인 일종의 ‘세력군’을 의미한다. 교계에도 이런 계파가 있다. 정치 성향, 출신 학교나 지역, 연령 등을 배경으로 계파가 형성된다.

미래교회포럼(대표 권오헌 목사)이 최근 ‘고신 70주년과 고신의 교회정치’라는 주제로 광주은광교회에서 개최한 포럼에서 곽창대 목사(한밭교회 담임)가 ‘예장 고신의 계파정치 실태와 대책’이라는 제목으로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한상동파’와 ‘송상석파’(1956~1975)

곽 목사에 따르면 교단 초기인 지난 1956년에서 1975년까지, 교단 내 계파로 ‘한상동파’와 ‘송상석파’가 있었다. 故 한상동 목사(1901~1976)와 故 송상석 목사(1896-1980)는 모두 ‘고신 신앙의 표상’으로서 존경받는 인물들이다.

곽 목사는 이상규 교수(고신대 명예교수, 연사신학)의 논문을 인용해 “교단 초기에 거의 20년간 부산노회를 주축으로 한 한상동 파와 경남노회를 주축으로 한 송상석 파가 사사건건 대결했다”고 전했다. 그리고 이 두 파는 신자 간에 일어난 문제를 세상 법정에 소송하는 것이 옳은가를 두고 참예하게 대치했다고 한다.

‘돼지파’와 ‘부곡파’(1976~1995)

이후 1976년부터 1995년까지의 주요 계파는 ‘돼지파’와 ‘부곡파’였다. 이 두 파는 한상동 목사와 송상석 목사의 영향력이 퇴조한 후 생겨났다고 한다. 곽 목사는 “시골교회들을 돕기 위해 여유 있는 교회들이 시골교회에 돼지를 사줘서 그걸 가지고 경제적인 도움을 주면서 생긴 게 돼지파이고, 이 돼지파에 반발하고 비판하는 사람들이 생겼는데 이들이 주로 부곡 온천장에 모여서 부곡파가 됐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개혁파’와 ‘보수파’(1995~현재)

그리고 1995년부터 현재까지 고신 내에는 ‘개혁파’와 ‘보수파’가 주요 계파로 존재한다는 게 곽 목사의 설명이다.

“남을 더 낫게 여기는 겸손 필요”

곽 목사는 계파정치의 폐해에 대해 “경험한 바로는 매 총회 때마다 계파에 줄을 서야 임원과 위원장과 이사가 된다”며 “노회에까지 계파정치의 바람이 거세게 분다”고 했다.

곽 목사는 또 계파정치의 대안으로, 예수님의 공동체를 제시했다. 그는 “예수님 당시에 이스라엘에는 가짜(모조, 유사) 공동체들인 바리새파, 사두개파, 열심당, 헤롯당들이 있었다”며 “예수님께서 그 가짜 공동체들을 대신할 참된 공동체를 세우셨는데 그것이 바로 제자 공동체였다”고 했다.

곽 목사는 “제자들의 면모는 다양했다. 하나가 될 수 없는 자들이었다. 그중에 한 사람 가룟 유다가 떨어져 나갔지만 결국 참된 공동체를 이루었다”며 “예수님의 제자들이 하나가 된 결정적인 동인은 ‘성령의 내주와 충만’이었다. 성령은 예수님의 제자들을 하나 되게 하셨다. 그로써 이상적인 교회 공동체가 형성되었는데 사도행전 2장에 등장한 초대 예루살렘 교회”라고 했다.

이어 “그 이상적인 교회야말로 분열을 조장하는 사탄의 간계에 대항하는 참된 공동체의 원형이었고 세상을 향한 대안공동체(대조사회, contrast society)의 모델이었다”며 “교회는 그래야 한다. 그래야 세상의 분열을 저지하고 하나님의 나라를 보여주는 참된 공동체 건설의 희망을 세상에 보여 줄 수 있다. 그래야 교회가 세상을 선도한다”고 했다.

그는 “고신의 계파정치를 통하여 하나님의 나라가 확장된다면, 하나님의 영광이 드러난다면, 복음이 더 널리 전파된다면, 교회의 머리이신 그리스도가 존귀하게 된다면, 교회들이 세상의 빛과 소금의 역할에 충실하도록 기여할 수 있다면, 고신정신의 회복과 구현이 더 크게 이루어진다면, 철이 철을 날카롭게 하듯이 계파들이 서로를 세우고 유익하게 한다면, 그래서 고신교회를 건강하게 세우는 성령의 도구가 된다면, 하나님의 나라를 세상에 가시적으로 보여주는 대안공동체와 대조사회의 모습을 드러내도록 교회를 섬긴다면, 계파정치는 그 존재가치가 있을 것”이라며 “그러지 못할 것이면 하나님의 나라와 고신교회를 위하여 빨리 해체하면 할수록 더 나을 것”이라고 했다.

특히 곽 목사는 계파를 해체하기 어렵다면 계파들이 아래 7가지 일들이 일어나도록 나서주기 바란다고 요청했다.

①고신교회의 주요 사안들을 개혁주의 신학의 관점에서 활발하게 토론하는 장을 자주 열기 바란다.
②주요 사안들을 치리회(노회와 총회)에서 심도 있게 논의하도록 정제된 안건을 마련하여 제안하기 바란다.
③고신교회의 교사들인 신학교 교수회가 노회와 총회에서 거론된 주요 사안들을 정리하고 분석하여 보다 더 성경적으로 신학적으로 균형 잡힌 제안을 하기 바란다.
④주요 사안에 대한 신학교 교수회의 제안을 치리회가 다시 심도 있게 논의하여 결의하기 바란다.
⑤계파들과 고신교회는 치리회의 결의를 존중하고 순복하기 바란다.
⑥이의가 있을 때는 공식적인 절차를 따라 치리회에 재논의를 요청하기 바란다.
⑦좀 느리더라도 치열하게 재논의의 과정을 거치기 바란다.

그러면서 곽 목사는 “이 모든 일에 남을 나보다 낫게 여기는 겸손과 열린 마음, 자신들의 부족함과 연약함을 깨닫고 회개하고 순종하는 자세, 성령의 하나 되게 하신 것을 힘써 지키는 성경적 자세가 필요할 것”이라며 “그래야 성령의 열매가 맺히고 고신정신의 회복과 구현이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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