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대사관에 박태연 선교사 석방 청원… “세뇌 혐의는 조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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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VOM 에릭 폴리 목사 “거짓 프레임으로 17년 형 압박… 종교탄압 중단해야”
 에릭 폴리 한국VOM CEO(왼쪽)와 현숙 폴리 한국VOM 대표가 러시아 대사관에 박태연 선교사의 석방을 촉구하는 청원서를 러시아대사관에 전달하기 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노형구 기자

러시아 하바로프스크에서 활동하다 ‘이민법 위반’ 혐의로 구금된 박태연 선교사의 석방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한국순교자의 소리(이하 한국VOM, CEO 에릭 폴리, 대표 현숙 폴리)는 22일 오후 서울 주한 러시아 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 선교사의 즉각적인 석방을 요구하는 성명서와 전 세계 기독교인들의 서명이 담긴 청원서를 전달했다.

올해 70세인 박태연 선교사는 1993년 러시아 입국 이후 33년간 현지 소외계층과 어린이를 위해 헌신해 온 인물이다. 그는 올해 초 사역을 마무리하고 은퇴를 위해 한국행 항공권까지 예매했으나, 출국을 단 일주일 앞둔 지난 1월 15일 하바롭스크에서 전격 체포됐다.

박 선교사는 당초 ‘이민법 위반’이라는 한 가지 혐의로 체포됐으나, 최근 러시아 당국은 두 가지 혐의를 추가로 얹어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여기에는 체포 당시 이미 압수된 건물에 거주했다는 이유로 ‘비자 없이 거주했다’는 혐의 등이 포함됐다. 현재 박 선교사는 이민국 관리 하의 독방에 감금된 상태이며, 이번 달 말 또는 5월 초에 열릴 재판 결과에 따라 최대 17년 형까지 선고받을 수 있는 위중한 상황이다. 러시아 당국은 공식 재판 절차와 별개로 국영 방송과 교육부 공문을 통해 박 선교사가 고아원 아이들을 ‘세뇌 교육(Brainwashing)’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한국VOM 최고 경영자(CEO) 에릭 폴리 목사는 현재 러시아 당국이 박 선교사에게 씌우고 있는 ‘이민법 위반’ 혐의의 세부적 내용인 ‘세뇌 교육’이 전혀 근거 없는 거짓임을 강력히 성토했다.

박태연 선교사 ©한국VOM

에릭 폴리 목사는 “러시아 국영 방송과 하바로프스크 교육부는 박 선교사가 아이들을 세뇌 교육한 뒤 한국으로 데려가려 했다는 터무니없는 주장을 유포하고 있다”며 “심지어 아이들을 매매하려 한다는 식의 ‘인신매매(Trafficking)’ 프레임까지 씌워 지역 교육 기관에 공문을 보내는 등 여론을 조작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더욱이 러시아 당국은 지난 4월 어린이전도협회 소유의 건물을 불법적으로 압수하고, 체포로 인해 비자가 만료된 상황을 역이용해 ‘무비자 불법 거주’ 혐의까지 적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숙 폴리 대표(한국VOM)의 통역으로 진행된 발언에서 에릭 폴리 목사는 “러시아 국영 방송이 공개한 영상조차 아이들이 너무나 기쁘게 웃고 있는 모습뿐이며, 세뇌의 증거는 단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또한 “33년 동안 러시아를 위해 헌신한 분이 그런 악행을 저질렀다면 결코 그 오랜 세월 사역을 지속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러시아 당국의 주장이 종교적 탄압을 위한 억지임을 분명히 했다.

청원서에 따르면, 박태연 선교사는 1993년 러시아 입국 이래 평생을 독신으로 헌신하며 현지인들로부터 두터운 신망을 쌓아온 모범적인 봉사자였으나, 러시아 당국은 은퇴와 귀국을 앞둔 그를 '불법 이주 조직' 혐의로 부당하게 구금했다. 특히 이번 청원서는 러시아 국영 언론이 보도한 '종교 캠프 표적 수사' 정황을 근거로, 당국이 비자 문제를 빌미 삼아 실제로는 박 선교사의 선교 활동을 탄압하고 '아동 세뇌'와 같은 허위 사실을 유포해 국제법상의 영사 접견권과 종교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음을 지적하며 그의 즉각적이고 무조건적인 석방을 강력히 촉구했다.

한국VOM이 지난 2월부터 홈페이지를 통해 진행한 석방 촉구 청원에는 한국 기독교인 4,000명을 비롯해 미국, 캐나다, 영국, 우크라이나 등 전 세계 수많은 나라의 성도들이 참여했다. 특히 이번 서명 명단에는 러시아 자국 내 기독교인들도 포함되어 있어, 이번 사건이 러시아 내부에서도 부당한 처사로 인식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날 전달된 청원서는 주한 러시아 대사관뿐만 아니라 ‘유엔 자의적 구금에 관한 실무 그룹(UN Working Group on Arbitrary Detention)’에도 함께 송부됐다.

에릭 폴리 목사는 “우리는 화를 내며 데모하는 방식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사랑 안에서 진리를 밝히는 방식으로 박 선교사님의 무고함을 알릴 것”이라며 “유엔을 비롯한 국제 사회가 이 부당한 구금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에릭 폴리 목사는 “박 선교사는 이미 은퇴 후 한국으로 돌아오기 위해 비행기 표까지 사두었던 상태에서 체포됐다”며 “33년의 헌신이 17년 형이라는 터무니없는 결과로 돌아오지 않도록 한국 교회와 정부가 명예 회복과 석방을 위해 힘써달라”고 호소했다.

현재 박 선교사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매일 성경을 읽으며 신앙으로 버티고 있으며, 영사를 통해 “속히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뜻을 전해온 것으로 확인되었다.

한국VOM은 박 선교사의 인격과 성품에 대한 공증 서류를 법정에 제출하는 등 법적 대응을 이어가는 한편, 러시아 내 개신교 탄압에 대한 국제적 공조를 지속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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