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구글의 고정밀 지도 데이터 국외 반출을 승인하면서 한미 간 디지털 통상 갈등은 일단 완화되는 분위기를 보였지만, 국내 공간정보 산업과 조세 형평성, 데이터 주권을 둘러싼 논란은 오히려 확산되고 있다. 특히 구글 고정밀 지도 데이터 국외 반출 승인 결정이 향후 국내 산업 구조와 미래 기술 경쟁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보안 조건과 산업 상생 방안을 전제로 구글의 고정밀 지도 데이터 활용을 허용했다고 밝혔지만, 공간정보 업계와 전문가들은 해당 조치가 국내 산업 기반을 약화시키고 공공 데이터의 가치가 해외 플랫폼 기업 중심으로 이동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공간정보 산업계 반발 확산…“구글 지도 데이터 반출, 산업 기반 흔들 수 있다”
한국공간정보산업협회를 비롯한 6개 관련 단체는 공동 성명을 통해 구글 고정밀 지도 데이터 국외 반출 승인 결정이 국내 공간정보 산업 전반에 구조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번 결정이 단순한 서비스 개선 문제가 아니라 산업 생태계의 균형과 경쟁 구조를 바꿀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공간정보 분야 전문가들도 지도 데이터의 해외 반출은 되돌릴 수 없는 특성을 갖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대한공간정보학회 관계자는 관세나 통상 조건은 협상을 통해 조정이 가능하지만 데이터 반출은 한 번 이뤄지면 통제와 회수가 어려워 장기적인 산업 구조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연구자들은 향후 자율주행, 모빌리티, 플랫폼 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산업적 영향이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공간정보 기술은 미래 교통과 인공지능 산업의 핵심 기반으로 평가되는 만큼, 지도 데이터 활용 주도권이 해외 기업으로 이동할 경우 국내 산업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업계에서는 단기적으로 국내 지도 서비스 이용자 일부가 글로벌 플랫폼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공공 측량과 지도 제작을 기반으로 운영돼 온 중소 공간정보 기업들이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국내 공간정보 산업은 중소기업 중심 구조로 형성돼 있어 글로벌 기업과의 기술 격차가 확대될 경우 산업 생태계 자체가 위축될 수 있다는 분석이 이어졌다.
◈상생 조건 실효성 논란…데이터센터 설치 제외로 관리·통제 우려
정부는 구글 고정밀 지도 데이터 국외 반출 승인과 함께 산업 상생과 보안 강화를 위한 협력 방안을 권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이러한 조치가 권고 수준에 머물 경우 실질적인 산업 보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공간정보 업계는 지도 데이터 사용에 따른 정당한 비용 부담과 조건 위반 시 허가 취소 등 보다 명확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구글이 제시한 보안 조치와 상생 계획이 실제로 이행되는지 지속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관리·감독 체계 구축 필요성도 강조했다.
당초 주요 조건으로 거론됐던 국내 데이터센터 설치는 최종 승인 조건에 포함되지 않았다. 구글은 국내 협력 기업의 서버를 활용하는 방식으로 데이터를 처리하는 구조를 유지하게 됐다. 이에 따라 데이터 관리와 통제, 보안 유지의 실효성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조세 형평성 문제 재점화…“국내 데이터 활용하면서 과세는 제한적” 지적
구글 고정밀 지도 데이터 국외 반출 승인 이후 조세 형평성 문제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업계에서는 구글이 국내에서 상당한 규모의 매출을 올리고 있음에도 고정 사업장이 없다는 이유로 제한적인 수준의 법인세만 납부하고 있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업계에서는 국내 데이터센터 설치가 이뤄졌다면 고정 사업장으로 인정돼 보다 명확한 과세가 가능했을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됐다. 국가가 구축한 공간정보 데이터를 활용하면서도 과세 구조는 기존과 크게 달라지지 않는 점이 형평성 논란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지도 데이터 국외 반출 승인 과정에서 조세 문제는 별도의 협의 대상이 아니었다고 설명하며, 이번 결정은 공간정보 활용과 보안 조건 중심으로 검토됐다고 밝혔다.
◈추가 데이터 반출 요구 가능성…데이터 주권과 산업 경쟁력 과제 부상
이번 구글 고정밀 지도 데이터 국외 반출 승인 결정이 향후 다른 글로벌 기업들의 유사한 요청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일부 해외 기업들도 지도 데이터 활용 확대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형평성을 근거로 데이터 반출 요청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자율주행, 인공지능, 스마트시티 등 미래 산업에서 고정밀 지도 데이터는 핵심 인프라로 평가되는 만큼, 데이터 활용 주도권이 해외 기업 중심으로 이동할 경우 국가 경쟁력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이어졌다.
전문가들은 구글 고정밀 지도 데이터 국외 반출 승인 결정이 선례가 된 만큼, 향후 유사한 사례에 대응하기 위한 명확한 기준과 정책 방향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승인 이후 공간정보 산업 보호와 데이터 주권, 보안 정책을 둘러싼 논의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