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생명의 하모니 도너패밀리의 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기독일보 노형구 기자] (재)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이사장 박진탁, 이하 본부)가 최근 서울특별시 중구에 위치한 더 플라자 호텔 그랜드볼룸에서 ‘2018 도너패밀리(뇌사 장기기증인 유가족)의 밤’을 진행했다.

본부가 주최하고 한화생명(대표이사 차남규 부회장)이 후원한 이번 행사는 연말을 맞아 ‘장기기증’이라는 숭고한 결정으로 생명나눔의 고귀한 사랑을 실천한 도너패밀리들을 초청해 감사와 위로를 전하기 위해 마련됐다.

지난 2013년 첫 행사 이후 6번째로 열린 올해 행사는 특별히 ‘생명의 하모니’를 주제로 열려 도너패밀리들과 이식인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특별한 추억을 선물했다. 도너패밀리 120여 명과 이식인 30여 명, 유관단체 관계자 및 재능기부자 등 모두 200여 명이 참석해 겨울밤을 따뜻하게 수놓았다.

이번 행사에서는 특별히 ‘생명의 하모니’라는 주제에 맞게 생명을 주고받은 주인공들이 한자리에 모여 무대를 꾸몄다. 지난 2014년 뇌사 장기기증인으로부터 췌장을 이식받고 새 삶을 살아가고 있는 피아니스트 이승진 씨와 2015년 신장을 이식받은 벌룬아티스트 신명안 씨가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이날 도너패밀리들에게 감동적이고 유쾌한 무대를 선물했다.

어릴 적부터 피아니스트를 꿈꾸던 이승진 씨는 중학교 시절 당뇨병을 진단 받았다. 어릴 적부터 항상 피아노를 쳐왔던 그의 손은 혈당 검사를 위해 수없이 찔린 바늘 자국으로 얼룩졌고, 15년간 이어진 힘겨운 투병생활은 이 씨를 깊은 좌절감에 휩싸이게 했다. 그러던 중 4년 전 한 뇌사 장기기증인으로부터 췌장을 이식받아 건강을 회복할 수 있었고, 이후 자신처럼 또 다른 생명의 기적이 일어나기를 소망하는 마음을 담아 피아노를 연주하고 있다.

이승진 씨는 “그동안 감사한 마음을 전할 곳이 없어 안타까웠던 차에 특별한 자리에 참여하게 돼 기쁘다”며 “내게 새 삶을 살게 해준 기증인이 누구인지는 알 수 없지만, 오늘 참석한 유가족 모두에게 연주를 통해서 그분들의 결정이 결코 헛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었다”는 소감을 전했다.

2018 생명의 하모니 도너패밀리의 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벌룬아티스트 신명안 씨 역시 청년 시절 신부전 판정을 받고 10년 동안 혈액투석을 받으며 힘겨운 투병 생활을 이어오던 중 3년 전 뇌사 장기기증인으로부터 신장을 이식받고 제2의 삶을 힘차게 시작했다. 신씨는 이식 이후 건강을 되찾은 기쁨을 나누기 위해 재능기부로 각종 무대에 올라 마임 공연을 펼치는 등 봉사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는 “뇌사 장기기증인과 유가족들이 없었다면 오늘날 전국을 누비며 공연을 펼치는 일은 상상할 수도 없었을 것”이라면서 “내게 생명을 선물해준 분들 앞에서 공연을 펼칠 수 있어 영광이다. 앞으로도 기회가 닿을 때마다 최선을 다해 그분들에게 밝은 웃음과 예쁜 추억을 선물해드리고 싶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두 이식인이 펼치는 공연은 사랑하는 가족을 먼저 떠나보낸 뒤 빈자리를 느끼고 있을 도너패밀리들에게 위로와 즐거움을 전달하는 한편, 생명나눔이 낳은 또 하나의 감동을 선사했다.

이번 ‘도너패밀리의 밤’에서는 기증인 유가족과 이식인들의 만남도 이루어졌다. 심장이식인들의 모임인 ‘새로운 삶 따뜻한 심장’ 회원들 10명과 ‘췌장 이식 환우회’ 회원 8명, ‘한국 간이식인 협회’ 회원 3명이 참석해 뇌사 장기기증인으로부터 생명을 선물 받은 후 건강히 살아가고 있는 모습을 통해 도너패밀리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특히 이날 아름다운 피아노 연주로 감동을 선사한 이승진 씨가 이식인들을 대표해 감사의 편지를 낭독했다. 이어 지난 2014년 9명에게 새로운 생명을 선물하고 떠난 뇌사 장기기증인 故 정동윤 씨의 아버지 정대규 씨와 어머니 남기주 씨가 무대에 올라 도너패밀리로서 이식인들에게 격려의 말을 전했다. 남기주 씨는 “아들은 곁을 떠나고 없지만 이제 아들이 선물해준 새로운 가족들이 생겼다. 도너패밀리와 함께하면 마음이 편안하다”며 “대단한 일을 하고 간 하늘에 있는 가족들을 생각하며 우리 도너패밀리와 이식인 모두가 기쁘고 활기차게 살아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이 한 데 어우러져 행사 주제인 ‘생명의 하모니’를 표현하는 특별한 퍼포먼스도 펼쳐졌다. 먼저 도너패밀리들이 무대 위로 올라와 한편에 설치된 검은 벽에 먼저 떠나간 가족의 이름이 새겨진 야광별을 붙였다. 60가정 120여 명의 유가족들이 한 명씩 차례로 별을 이어 붙이자 60명의 이식인들을 상징하는 별들이 만들어낸 커다란 하나의 생명의 물결이 완성됐다. 퇴장하는 가족들에게는 이식인들이 감사의 마음을 담아 뇌사 장기기증인들의 생전 얼굴이 새겨진 ‘생명의 별’ 기념패를 유가족들에 전달했다. 이 시간을 통해 도너패밀리들과 이식인들은 서로를 격려하고 위로를 전했다.

행사는 연예인 합창단 ACTS 29(단장 이무송)가 선보이는 축하공연을 마지막으로 2018년 한 해를 마무리하며 감사의 마음을 나누고, 새로운 한 해도 건강하기를 함께 기원하며 끝마쳤다. 본부 박진탁 이사장은 “생명나눔의 주인공들이 서로 만나 교류하며 위로와 위안을 받고 치유되는 시간이었다”면서 “계속해서 장기기증으로 생명을 잇고 사랑을 전한 이들이 만들어낼 기적의 하모니를 기대해달라”고 강조했다.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독교 종합일간지 '기독일보 구독신청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