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남침례교 사상 첫 흑인 총회장에 선출된 프레드 루터 목사 ⓒAP=연합뉴스

노예제도를 지지할 정도로 '백인 중심'의 보수적 교단인 미국 남침례교(SBC)가 사상 첫 흑인 수장을 선택했다.

미국 개신교에서 가장 큰 규모와 167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남침례교는 19일(현지시간)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즈에서 정기총회을 열고 현 수석부총회장인 프레드 루터(사진·55·Fred Luter Jr.) 프랭클린 에버뉴 침례교회 담임목사를 총회장으로 선출했다.

루터 목사의 선출은 지난해 전체 투표자의 77%에 해당되는 1,558표를 얻어 수석부총회장에 당선된 후 1년만이다.

그동안 지도층에 있어서는 유색인종에게 인색했던 ‘보수적인 백인교단’의 이미지를 갖고 있던 남침례교는 이번 흑인 총회장 선출로 확실한 전환점을 맞이했다는 평가다.

남침례교가 과거 노예제도 지지로 출발한 백인 일색의 보수적 교단이란 점에서 첫 흑인 총회장 선출은 4년 첫 흑인 대통령이 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당선과 비할 정도의 역사적 사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남침례교는 1845년 노예 소유주에게 선교사 자격을 주는 문제를 놓고, 이에 반대하는 교단 북부 지회와 결별한 뒤 남부를 지역 기반으로 지속 성장한 교단으로 현재 5만1000개 교회에 1597만명의 신도를 거느리고 있다.

지난해 교단 명칭에서 '남부(Southern)'를 빼자는 의견이 교단 지도부에서 공식적으로 제기될 정도로 미국 침례교는 물론이고 기독교 전체의 대표성도 갖고 있다.

남침례교가 흑인을 얼굴로 내세운 것은 가톨릭을 포함한 미국 기독교 교세의 전반적 퇴조 현상에 교단 내 위기감이 작동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흑인과 히스패닉 등 소수인종을 포용하지 않고서는 발전을 기약할 수 없다는 데 공감대가 이뤄진 것이다.

가톨릭은 중남미 출신 이민자의 꾸준한 유입세로 그나마 신도 수를 유지하고 있지만 남침례교는 5년 사이에 30만명의 신도가 이탈하는 등 침체 국면을 보이고 있다.

남침례교는 이미 오래전 부터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노력을 다각도로 펼쳐왔다. 1995년 150차 연례 총회에서 인종차별의 과거사에 대해 사과와 화해를 선포한 결의안을 통과시켰고, 루터 총회장은 당시 결의문에 참여한 목회자였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지난해 새로 문을 연 교단 소속 교회의 50%가 소수인종 교회였고 남침례교 목사의 86%가 흑인이 교단 수장을 맡는 데 지지를 밝혔다.

기독교사에 새로운 획을 긋게 된 루터 목사는 21세 때 오토바이 사고로 상사의 갈림길에서 "살려만 주신다면 주님을 섬기겠다"는 간절한 서원기도의 응답을 받고 '목회의 길'로 들어섰다.

그는 병상에서 일어나자마자 뉴올리언즈의 거리로 나가 확성기를 들고 복음을 전파하기 시작했다.

그 같은 전도자 생활로 8년을 보닌 뒤 29세 때 프랭클린 침례교회 목사 청빙에 지원해보지 않겠느냐 주위의 권유에 '백인 교회'라는 점에서 고민했지만 백인 신도들이 대거 이탈하면서 목사직을 맡게 됐다.

침쳬기의 침례교가 첫 흑인 총회장인 루터 목사를 앞세워 '변화와 성장'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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