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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일보 전세정 기자] 법원이 전두환 전 대통령의 불법재산 추징 취지로 제정된 '전두환 추징법'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고 27일 밝혔다.

서울고법 형사20부(수석부장판사 민중기)는 제3자에 대한 불법재산 몰수 및 그 가액에 대한 검찰의 추징을 규정한 공무원범죄에 관한 몰수 특례법(공무원범죄몰수법) 9조의2에 대해 박모(52)씨가 낸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을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이 조항은 제3자가 불법재산인 사실을 알면서도 불법재산이나 그로부터 유래한 재산을 취득했을 경우 제3자에 대한 압류 및 추징이 가능토록 규정하고 있다.

해당 조항이 신설된 2013년 7월12일은 검찰의 전 전 대통령 미납 추징금 환수작업이 활발히 진행되던 때였다.

이 조항은 추징절차가 진행되던 시기에 소급입법을 마련해 특정인에 대한 추징을 추진한다는 점에서 위헌 논란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박씨는 전 전 대통령 장남인 전재국(56)씨의 재산관리인으로 알려진 이재홍(59)씨로부터 2011년 4월 서울 한남동 소재 토지 546㎡(165평)을 27억원에 매입했다.

그러나 2013년 검찰이 전 전 대통령 미납 추징금 환수 작업을 시작하면서 이 사건 토지는 '전두환 추징법'에 따라 검찰에 압류됐다.

박씨는 이에 서울고법에 "불법재산임을 알지 못하고 토지를 취득했다"며 이의신청을 냈다.

박씨는 또 같은 재판부에 압류 근거가 된 '전두환 추징법' 조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다.

재판부는 공무원범죄몰수법에 따른 추징 절차 중 관계자에 대한 '청문의 기회'가 미비하다는 점을 위헌 근거로 들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조항과 함께 신설된 같은 법 9조의3은 추징·몰수를 위한 최소한의 범위에서 관계인의 출석 요구 및 진술 청취를 들을 수 있도록 했다"면서도 "이는 청문의 기회를 보장하는 규정이라기보다 재산형 집행에 필요한 범위 내에서 검사에게 재산상태를 조사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 규정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어 "그 외 공무원범죄몰수법에는 제3자에게 의견진술과 변명, 방어의 기회를 보장하는 규정이 없다"며 "그럼에도 검사의 조사 결과만으로 제3자가 불법재산의 정황을 알고 이를 취득했다고 단정하고 불이익을 가하는 것은 적법절차 원칙에 위반해 재산권을 침해한다는 의심이 든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이 사건 법률 조항은 제3자에 대한 재판에서 부가형으로 선고될 수 있는 추징을 공소도 제기하기 전에 먼저 집행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며 "무죄추징의 원칙에 반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불법재산을 몰수하지 않고 추징하는 것은 법관의 양형결정권에 관한 사항"이라며 "이 사건 조항은 불법재산을 몰수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다고 인정할 수 있는 권한을 검사에게 부여해 법관의 양형결정권을 제한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이와 함께 법관에 의한 재판 없이 검사가 제3자의 재산에 대해 강제집행을 허용한 것은 비례의 원칙 및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다만 꾸준히 논란이 돼 온 '소급입법' 부분에 대해서는 공익적 가치가 제3자의 신뢰보다 중대하다고 판단했다.

박씨가 서울고법에 낸 이의신청은 이번 위헌법률심판 제청 결과가 나올때까지 중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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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추징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