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윤근일 기자] 이명박 정부 시절 해외자원개발에 나선 공공기관들의 막대한 손실 규모가 감사원 감사에서 드러났다. 한국석유공사의 캐나다 '하베스트(Harvest Trust Energy)' 인수로 인한 손실금액이 1조3300여억원에 이르렀고 광물자원공사의 잘못된 경제성 검토 및 부당처리로 각종 부실을 나타냈다.

감사원은 2일 지난해 2~6월 실시한 33개 공공기관의 경영관리실태 감사 중 석유공사와 한국광물자원공사, 대한석탄공사, 한국산업단지공단 등 4개 기관에 대한 48건의 감사결과를 발표했다. 앞서 감사원은 올해 해외 자원개발 사업 전반에 대해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향후 사업방향을 제시하기 위해 '해외 자원개발 사업 성과분석·감사' 실시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강영원 전 석유공사사장은 2009년 10월 하베스트의 유전개발 계열사 인수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하베스트측이 정유부문 계열사(NARL)까지 포함해 인수할 것을 요구하자 충분한 검토도 없이 4일만에 NARL까지 함께 매수토록 지시했다. 당시 하베스트의 NARL은 정제마진 감소로 대규모 투자 없이는 수익성 개선이 곤란하고 경영상황도 심각하게 악화되고 있던 상황이라 당초 석유공사의 인수대상에서 제외된 터였다. 강 전 사장이 인수합병(M&A) 실적 달성이 어려워지자 부실자산임을 알면서도 NARL 인수를 지시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특히 석유공사의 당시 자문사는 NARL의 자산가치를 시장가격(주당 7.3달러)보다 높은 주당 9.61달러로 평가했다. 그런데도 강 전 사장은 주당 10달러씩에 매수토록 지시해 계약을 체결했다.

하베스트가 제출한 자료를 토대로 자산가치가 매겨졌음을 감안할 때 자문사의 평가 가격이 하베스트의 요구 수준에 맞춰 고평가됐을 가능성이 높고 강 전 사장도 주식가치가 과대평가됐다는 사실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는 게 감사원의 설명이다.

감사원이 이번 감사를 통해 경제성을 재검토한 결과 NARL의 적정지분가치는 9억4100만달러였다. 석유공사가 NARL을 12억2000만달러(1조3700억원)로 평가해 인수한 점을 감안하면 2억7900만달러(3133억원) 가량 바가지를 쓴 것. 나아가 강 전 사장은 고가 구매라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 NARL을 평가가치의 80%에 싸게 인수하는 대신 그만큼 프리미엄을 더 준 것처럼 '사업 추진계획'을 꾸민 것으로 나타났다. 이사회 승인을 받는 과정에서는 NARL의 경제성에 의문이 제기되자 마치 민간 전문가의 별도 검토가 있었던 것처럼 설명하는 등 자산가치 평가가 잘 됐다고 허위 답변을 했다고 감사원은 전했다.

결국 석유공사는 지난해 8월1일 미국 투자은행에 NARL을 9700만달러에 매각했다. 하지만 재고자산과 정산금액 등을 고려해 실제 회수할 수 있는 금액은 3500만달러(329억원)에 불과하다. 이처럼 1조3700억원에 산 NARL을 약 330억원에 판매함에 따라 석유공사는 무려 1조3371억원에 달하는 손실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강 전 사장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고 산업통상자원부에는 석유공사가 입은 손실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라고 통보했다.

석유공사는 또 2009년 12월 카자흐스탄의 석유기업인 '숨베'도 고가에 인수했다. 현지 세금을 반영하지 않고 원유 가격을 높게 적용하는 등의 방법으로 이사회에 경제성을 부풀려 보고하는 바람에 적정가격인 3억달러보다 5820만달러를 더 주고 사들이게 됐다는 게 감사원의 설명이다. 감사원은 당시 인수가격을 부풀려 이사회에 보고한 관계자 4명을 징계하라고 석유공사에 요구했다.

석유공사 뿐만 아니라 광물자원공사의 해외자원개발사업에서도 각종 부실이 드러났다.

광물자원공사는 2006년 10월 '마다가스카르 암바토비 니켈광산 개발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투자 타당성을 부풀려 이사회의 승인을 받고 5955억원 투자를 결정했다. 당시 회계법인 보고서에 따르면 해당 사업에 투자할 경우 손실이 불가피한 것으로 분석됐지만 할인율을 낮추거나 배당소득세를 제외하는 등의 방법으로 수익이 날 것처럼 이사회에 보고한 것이다. 또 2009년 합작사의 차입금 3450억원에 대한 지급보증을 결정하면서 실제 경제성 검토 결과와는 다르게 이사회에는 석유공사가 차입금을 대신 내줄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보고했다.

광물자원공사는 2011년 9월 칠레 산토도밍고 동(銅)광산의 탐사·개발권을 보유한 '파웨스트마이닝'의 지분을 1억9100만달러에 인수하는 과정에서도 경제성을 과다 산정해 실제 가치보다 5000만달러 가량을 더 지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원은 광물자원공사에 이번 감사결과를 암바토비 니켈광산과 산토도밍고 동광산 경제성 평가 업무 등을 부당처리한 관계자 5명에 대한 인사자료로 활용하라고 통보했다.

감사 결과 위험수위를 넘어선 임직원들의 도덕적 해이도 드러났다. 석유공사는 2010년 영국의 석유탐사업체 다나사를 인수한 뒤 남은 예산으로 임직원 1천25명 전원에 LED TV 또는 노트북 등 13억원 상당의 현물을 나눠줬다. 2012년에는 실적악화로 사내근로복지기금에 이전보다 적은 예산을 출연하게 되자 7억원어치 태블릿PC와 10억원어치 디지털카메라를 전 임직원에게 지급하는 식으로 부족분을 보상하기도 했다.

석유공사는 이 과정에서 이사회의 승인도 받지 않았고, 회계서류도 조작한 것으로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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