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크리스천데일리인터내셔널(CDI)은 이베로아메리카 전역의 복음주의 기독교 연맹 대표들이 코스타리카 입법부 의원들과 만나 기독교계의 공공 정책 참여 방안을 논의했다고 10월 18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이들은 교회 강단에 특정 정당의 정치를 끌어들이지 않으면서도, 복음주의 기독교인들이 국가의 공공 정책을 성경적 가치관에 입각해 주도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향성을 모색했다.
지난 14일 코스타리카 수도 산호세 입법부 전직 대통령 홀에서는 제13차 라틴복음주의연맹(AEL) 총회의 일환으로 '다스리도록 부름받다'라는 주제의 특별 포럼이 열렸다. 이번 포럼에는 라틴복음주의연맹 지도부를 비롯해 코스타리카 복음주의 연맹 연합회(FAEC)와 현지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해 중남미 기독교의 정치적 역할과 과제를 짚었다.
이날 행사에서는 중남미 지역 복음주의 기독교의 정치 참여 역사와 생명 존중을 위한 입법 개혁, 공직을 수행할 기독교 전문가 양성의 필요성 등이 주요 안건으로 다뤄졌다. 코스타리카 현지 목회자와 의원들은 최고 권력자와 맺은 기독교 가치관 수호 협약 사례와 실제 입법부 내에서의 방어적 활동 등을 공유하며 기독교계의 사회적 책임과 한계를 동시에 논의했다.
외형적 성장 넘어선 실질적 사회 구조 변혁 촉구
포럼은 국제적 복음 전도자인 알베르토 모테시의 영상 발제로 시작됐다. 모테시는 중남미 대륙에서 복음주의 교회가 폭발적으로 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국가 구조에 미치는 실질적인 영향력은 턱없이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일부 중남미 국가의 경우 인구의 50퍼센트가 기독교인이라고 자부하지만, 기독교가 역사상 가장 많은 교인 수를 기록하고 있음에도 정치적, 경제적 영향력은 가장 미약한 시대에 살고 있다고 평가했다.
모테시는 기독교계가 사회에 깊은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근본 원인으로 사회 내 깊은 구조적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한 점을 꼽았다. 그는 최근 기독교 신앙을 가진 정치인들이 프로라이프(생명 존중)의 기치를 내걸고 정계에 진출한 것은 긍정적이지만, 입법 활동은 이를 넘어 공공 생활의 모든 영역을 포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국가와 교회의 제도적 분리에는 동의하지만, 국가 자체를 창조주의 가르침과 분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거시적인 기독교 정치 참여를 독려했다.
이어 등단한 코스타리카 복음주의 연맹 연합회의 로날드 바르가스 목사는 교회가 세상의 빛과 소금으로서 예배당 네 벽 안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며, 지역 사회와 국가적 사안에 적극적으로 관여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포로 미 파이스 프로젝트의 책임자인 레이날도 살라사르 목사 역시 19세기 종교적 핍박의 역사를 짚으며, 합당한 이유 없는 교회 폐쇄와 차별적 조치들이 결국 복음주의 진영을 정치 무대로 이끌 수밖에 없었던 역사적 배경을 설명했다.
최고 권력자와의 가치 수호 협약 및 선한 리더십의 필요성
살라사르 목사는 과거 진보 정권하에서 젠더 이데올로기 확산과 동성혼 합법화 등으로 기독교 진영이 큰 타격을 입었던 뼈아픈 경험을 공유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목회자들은 대선 후보들과 직접적인 정책 협약을 맺는 방식을 취했다. 그 결과 지난 대선에서 로드리고 차베스 로블레스 후보로부터 젠더 이데올로기 차단 및 낙태 반대 서약을 받아냈으며, 이번 선거 주기에서도 라우라 페르난데스 델가도 현 대통령을 비롯한 집권당 후보 57명이 기독교 가치관을 국정 기반으로 삼겠다는 문서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집권당 소속 의원이자 전 입법부 의장인 곤살로 라미레스는 선한 리더십이 공적 영역에 참여하지 않을 때 발생하는 위험성을 경고했다. 그는 코스타리카 의회 회의장 내 빈 의자를 가리키며, 선한 마음을 가진 기독교 지도자들이 정계 진출을 기피하면 결국 그 권력의 공백을 사악한 의도를 가진 자들이 채우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라미레스 의원은 시민의 권리와 종교의 자유는 기독교인들이 의사 결정 공간에서 이탈할 때 서서히 상실된다며, 다음 세대를 공직으로 이끌기 위한 철저한 준비와 양성을 촉구했다.
기독교 원칙에 동의하는 코스타리카 현역 의원들 역시 현재 의회 내에서 추진 중인 법안을 소개했다. 카티아 모라 의원은 헌법 제21조에 인간의 생명은 '자연적 잉태에서 자연사까지' 불가침하다는 문구를 명시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고 밝혔다. 제랄드 보간테스 의원은 소수의 기독교 의원들이 확고한 신념을 바탕으로 뭉쳐 반생명적이고 반가정적인 법안의 통과를 철저히 저지하는 입법부 내 방파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교회 내 정파적 정치 배제 및 성경적 가치 투표 독려
라틴복음주의연맹 후안 크루즈 회장은 코스타리카 기독교계의 정치적 성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지역 교회 내에 정파적 정치를 끌어들이지 않겠다는 연맹의 확고한 원칙을 거듭 확인했다. 그는 교인들을 올바른 가치관으로 교육하는 것은 필수적이지만, 특정 정당의 정치가 교회 강단에 오르는 순간 치명적인 사회적 갈등과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크루즈 회장은 복음주의 연맹 차원에서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대신 교인들에게 생명과 가족, 성경적 원칙, 가치, 종교의 자유를 굳건히 수호하는 인물에게 투표하도록 독려하는 것이 기독교 연맹이 지향해야 할 건강한 정치 참여의 길이라고 규정했다.
세계복음연맹(WEA) 보트루스 만수르 사무총장 역시 기독교 신앙을 가진 정치인들의 헌신적인 공적 봉사를 격려했다. 그는 철저한 신앙 검증과 부르심을 받은 기독교인이 정계에 진출한다면 조국을 넘어 대륙 전체에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고 내다봤다. 각자의 가정과 교회에서 헌신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의회에서 성경적 입법 활동을 펼치며 국가의 방향성을 바로잡는 일 역시 그리스도를 위한 거룩한 공적 봉사라며 기독교인들의 적극적이고 지혜로운 정치 참여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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