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다양한 것처럼 하나님의 부르심도 각각 다르다. 어거스틴은 그 치열하고 긴 영적 고통의 과정을 통해 변화를 입었으나, 친구 알리피우스는 그렇지 않았다. 그는 어거스틴이 경험한 간증을 듣고 주님을 영접하고 세례받았다. 어떤 사람은 회심의 과정이 길고 복잡하지만, 어떤 사람은 아주 단순하다. 이 모든 것은 하나님의 놀라운 주권적 섭리이다.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친구 알리피우는 어거스틴의 친구이다. 그는 로마의 재무장관 비서를 역임하던 중, 밀란으로 떠나는 어거스틴과 헤어지기 싫어 사표를 내고 밀란에 변호사 사무실을 마련했다. 지근의 거리에 거주하려고 밀란까지 쫓아온 친구다. 그는 본성적으로 정직한데 쉽게 복음을 받아들이는 것을 보면 하나님께서는 그런 사람을 기뻐하시는 것 같다. 어거스틴은 변화 받은 후 첫 번째 한일은 돈을 잘 벌 수 있는 수사학 교수직을 그만두는 일이었다. 그래서 당시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수사학 교수직에 사표를 제출했다.
그 이유는 단순했다. 법정에서 온갖 교묘한 말재주와, 거짓말이라도 동원하여 상대방을 코너에 몰아넣어 재판에서 승소함으로 돈을 버는 수사학을 가르치는 일은 거듭난 자가 해서는 안 된다는 성령의 음성 때문이었다. 이 시대 얼마나 많은 변호사들이 하나님을 믿는다고 하지만, 재판정에서 승소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가! 거짓말도 불사하면서, 자신의 의뢰자가 분명 잘못을 저질렀고, 나쁜 짓을 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재판정에서는 얼굴색 한번 변하지 않고 오직 돈을 위해 때로는 거짓말도 아무렇지 않게 하는 변호사들이 얼마나 많을까! 그들은 철저히 회개하지 않고서는 심판대를 통과하지 못할 것이다.
우리의 부패한 속성 가운데 “거짓 증거”와 “비난”이 있다. 법정에서 상대방을 이기기 위해 거짓말도 아무렇지 않게 하고, 상대방의 약점을 파고드는 기술을 가르치는 수사학이란 어쩌면 강도를 양성하는 학문일 수 있다고 여겼다.
사실 험한 세상에서 살아가려면, 때때로 양심을 저당 잡혀야 하는 순간이 있다. 물론 약자의 억울함을 변호하여 부당한 고통을 당하지 않게 하는 변호사들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일상이 거짓말로 시작하여 거짓말로 마무리되는 직업이라면 문제가 있다.
전에는 그런 일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으나 거듭난 사람에게는 다르다. 이유는 성령께서 아주 예민하게 지적하시기 때이다. 순간순간마다 깨닫게 하고 감동하시기 때문이다. 고로 거듭난 인생은 항상 종말론적 삶을 살게 된다. 성도는 필연적으로 심판대 앞에 서야 한다는 실존 의식을 가져야 하기 때문이다. 거듭난 자마다 그렇게 살아가도록 성령께서 강권하신다.
거듭나기 전에는 버스나 기차를 타야 할 때, 옆자리에 아름다운 이성이 타기를 소망한다. 우연히 핑크빛 사랑이 피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그러나 거듭난 후에는 그런 일이 일어나면 어떻게 하나? 라고, 걱정하게 된다. 이유는 반드시 대가가 따른다는 사실 때문이다. 여러분이 거듭났다면 이 부분을 명심해야 한다.
계절은 포도가 읽어가는 가을이었고 암브로시우스 감독에게 세례받으려면 내년 부활주일까지 기다려야 했다. 그래서 그동안 자신을 깊이 성찰하고 세례를 위한 교육과정을 준비해야 했다. 그동안 지난 시절의 정욕으로 점철되었던 부분들도 돌아보며 정리가 필요했다.
그래서 친구 베레쿤투스가 허락한 그의 별장이 있는 밀란 북서쪽 50km에 위치한 카씨차쿰(Cassiciacum)으로 갔다. 그곳은 구릉으로 저 아래로 코모 호수가 내려다보이는, 호젓하고 수려한 곳이다. 현재도 변형되지 않고 옛날 그대로의 유적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별장 앞으로는 제법 널따란 광장이 있고 광장을 잇대어 꼼뮤네(?)가 있다. 그리고 또 광장 한편에는 교회가 있는 한적한 시골 마을이다. 놀라운 것은 1천6백 년이 지났지만, 그 자리는 여전히 어거스틴과 그의 어머니 모니카, 손자 아데오다투스, 그리고 친구 알리피우스, 그리고 동생과 제자 두 명, 조카 두 명의 역사적 편린들을 고스란히 보듬고 있다는 점이다. 겨우 6개월 정도 머물렀던 장소인데 말이다. 그 긴 세월, 수많은 주인이 바뀌어 후대인들은 기록으로만 기억할 수 있었을 텐데…
땅은 죄인이 거듭나서 디뎠던 부분들이 거룩하게 유지되기를 원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나님께서 창조하시고 보시기에 좋았다고 하신 거룩한 땅이 하나님을 모르는 정욕 적인 자들로 더럽혀질 때 마다 얼마나 탄식하고 고통스러워할까 싶다.
어거스틴은 그곳 별장에서 시편 4편을 깊이 묵상하면서 여러 편의 글을 썼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향유하면서 어거스틴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싶다. 감수성이 뛰어난 지성을 가진 그에게 성령께서는 앞으로 그가 해야 할 큰 비전에 대한 미래를 꿈꾸게 하셨을 것이다.
여기서 한 가지 첨가할 일이 있다. 이곳에서 어거스틴에게 심각한 치통이 발생했다는 점이다. 얼마나 심각했던지 말도 할 수 없었을 정도였다. 그래서 평소 아는 모든 사람에게 심각한 치통을 위해 기도해 달라고 편지를 보냈다. 그리고 함께한 모든 사람이 무릎을 꿇고 간절하게 기도드렸는데 신기하게도 치통은 즉시 사라져 버렸다. 아마 사탄이 세례를 방해하기 위해 역사했다 싶다.
목회할 때, 전혀 믿지 않던 여학생이 결단하고 세례받기로 했던 부활주일 전날 밤에 긴급한 전화를 받은 일이 있다. 머리가 너무 아프다고, 그래서 마귀의 방해임을 깨닫고 전화통을 붙잡고 기도한 일이 있었다.
이런일은 신학자요, 철학자로서 어거스틴에게 중요한 영적 경험이었다. 대체로 학자들은 이런 체험이 없어 논리적으로만 이해하려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경험한 것을 믿고 행동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영적 세계를 경험하지 못한 신학자나 목회자는 이런 부분에 대해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별장에서 6개월여를 보내고, 겨울이 지나고 따사한 봄기운이 완연한 이듬해 3월에 어거스틴 일행은 밀란으로 돌아왔다. 다가오는 부활절에 세례받기 위해서였다.
한 사람을 부르시고 인도하시는 하나님의 놀라우신 섭리, 그것을 우리는 예상할 수 없다. 그저 부르심을 입은 자들은 어떤 경우에서도 감사하고 그분의 은총을 찬양해야 한다. 그분의 부르심을 받았다는 것은 가장 큰 축복을 받았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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