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지도자에게는 세 가지 중요한 자질이 있다. 지성(知性), 영성(靈性), 그리고 인성(人性)이다. 지성은 진리를 깨닫는 힘이며, 영성은 하나님과 동행하는 능력이고, 인성은 사람을 사람답게 대하는 품성이다. 이 세 가지는 기독교 지도자가 갖추어야 할 기본 조건이다. 그러나 오늘 우리가 특별히 주목해야 할 것은 인성이다. 지식이 많고 신앙의 언어가 유창하며 직책이 높다고 해서 반드시 훌륭한 지도자는 아니다. 사람을 대하는 태도에서 그 사람의 진정한 인격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1. 지성은 지도자의 눈이다.
신학자는 진리를 탐구하고 가르치는 사람이며, 목회자는 말씀을 해석하고 성도들을 바른길로 인도하는 사람이다. 그러므로 깊이 있는 학문과 폭넓은 지식은 지도자에게 꼭 필요하다. 그러나 지식이 사람을 겸손하게 만들지 못한다면 온전한 열매를 맺었다고 할 수 없다. 많이 아는 것과 지혜롭게 사는 것은 다르다. 참된 지성은 다른 사람의 의견을 경청하고,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며, 진리 앞에서 끊임없이 자신을 성찰하게 한다. 지식은 자신을 높이는 장식이 아니라 공동체를 섬기는 도구가 되어야 한다.
2. 영성은 기독교 지도자의 뿌리다.
기독교 지도자의 영성은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시작한다. 기도와 말씀, 예배와 실천을 통해 하나님의 뜻을 구하고 자신의 욕심보다 하나님의 뜻을 앞세우는 것이 참된 영성이다. 존 웨슬리는 거룩함을 개인의 경건에만 가두지 않았다. 하나님과 이웃을 향한 사랑이 삶 속에서 열매 맺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거룩함은 예배당 안에서만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일상의 인간관계와 이웃을 향한 책임에서도 나타나야 한다. 따라서 영성의 깊이는 경건한 말을 얼마나 많이 하느냐보다 그 믿음이 얼마나 진실한 삶으로 이어지느냐에 달려 있다.
3. 인성은 지도자의 얼굴이다.
지성과 영성이 아무리 뛰어나도 인간다움이 무너지면 지도력은 신뢰를 잃는다. 사람을 무시하고 자신의 지위로 다른 사람을 억누르며, 자신에게 유리한 사람에게만 친절하다면 그 지도력은 깊이 성찰해야 한다. 사도 바울은 자신이 박해했던 그리스도인들을 향한 과거를 뒤로하고 복음의 사도로 변화되었으며, 동역자들과 함께 복음을 전하는 삶을 살았다. 존 웨슬리 역시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을 찾아가 섬기며 사랑을 실천했다. 두 사람의 위대함은 탁월한 영성과 사역에만 있지 않았다. 사람을 귀하게 여기고 자신을 낮추며 섬겼던 인간다움이 그들의 지도력을 더욱 빛나게 했다. 인간다움은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작은 행동에서 드러난다. 상대방의 말을 끝까지 들어주는 것,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것, 공로를 다른 사람과 나누는 것, 권한이 있어도 함부로 행사하지 않는 것, 자신과 의견이 다른 사람에게도 예의를 지키는 것이 인성이다. 예수님께서는 섬김의 본을 보이셨다. 기독교 지도자의 권위는 다른 사람 위에 군림하는 데서 나오지 않는다. 오히려 다른 사람을 존중하고 낮은 자리에서 섬기는 데서 나온다. 높은 자리에 오를수록 더 낮아지고, 영향력이 커질수록 더 신중하며, 많은 사람의 존경을 받을수록 더욱 겸손해야 한다. 지도자는 자신을 따르는 사람의 숫자만으로 평가받아서는 안 된다. 자신과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을 어떻게 대하는지, 비판을 받아들일 줄 아는지, 공동체의 이익을 사적인 욕심보다 앞세우는지를 살펴야 한다.
4. 지도자가 되려는 사람들에게
기독교 지도자는 높은 자리를 얻기 전에 높은 인격을 갖추어야 한다. 학위와 경력은 후보자의 이력을 보여주고, 영성은 신앙의 깊이를 보여주지만, 인성은 그 사람이 공동체를 어떻게 이끌 것인지를 보여준다. 지도자를 선택할 때도 화려한 공약이나 유창한 말만 볼 것이 아니라 평소의 삶과 인간관계, 약속을 지키는 태도, 반대자를 대하는 자세를 살펴야 한다. 특히 권한을 맡겼을 때 그 권한을 공동체를 위해 사용할 사람인지 분별해야 한다. 지도자의 자리를 얻으려는 사람이라면 먼저 자신에게 물어야 한다. 나는 사람을 목적이 아니라 수단으로 대하고 있지는 않은가? 나를 지지하는 사람만 귀하게 여기지는 않는가? 나의 성공을 위해 다른 사람의 명예와 마음을 희생시키고 있지는 않은가? 이 질문 앞에서 정직해지는 것이 인성의 출발이다.
기독교 지도자의 목표는 자신의 이름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고 사람을 세우는 것이다. 자신을 돋보이게 하기보다 동역자를 빛나게 하고, 자신의 편을 늘리기보다 공동체의 화합을 이루며, 자리를 지키기보다 맡겨진 사명을 충실히 감당해야 한다. 성경은 말씀한다. “사랑은 오래 참고 사랑은 온유하며 … 교만하지 아니하며.”(고린도전서 13:4) 지성으로 진리를 밝히고, 영성으로 하나님을 섬기며, 인성으로 사람을 사랑하는 지도자. 이것이 오늘 한국교회와 신학대학이 필요로 하는 지도자의 모습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사람은 단순히 똑똑한 지도자도, 경건해 보이는 지도자도 아니다. 진리를 알고 하나님을 사랑하되, 무엇보다 사람의 존엄성을 지켜주는 인간다운 품성의 지도자이다.
양기성 교수(Ph.D., Hon. Th.D.)
서울신학대학교 행정학 특임교수
웨슬리언교회 지도자협의회 대표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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