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혹(不惑)이라지만 그 어느 때보다 거세게 흔들리는 나이, 마흔. 직장에서는 마침내 중심에 섰지만 퇴근 후 배우자와의 대화는 어색해지고, 경제적으로는 안정을 찾아가지만 건강검진 결과지에는 혈압과 혈당 등 붉은 글씨가 늘어간다. 앞만 보고 달려왔는데 왠지 모를 공허함이 밀려온다면, 지금이 바로 걸음을 멈추고 삶의 방향을 다시 물어야 할 때다. 신간 『마흔에 읽는 전도서』는 성공과 곤고함이 뒤섞인 인생의 중반전에서, 성경 속 지혜자의 목소리를 빌려 어떻게 오늘을 살아갈 것인지에 대한 명쾌한 통찰을 건넨다.
‘헛됨(헤벨)’이 주는 역설적인 안도감
전도서를 펼치면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라는 탄식이 가장 먼저 쏟아진다. 위로를 기대했던 이들에게는 다소 가혹해 보이지만, 저자는 이 서늘한 선언이 오히려 우리에게 깊은 안도감을 준다고 말한다. ‘헛되다’로 번역된 히브리어 ‘헤벨(Hebel)’은 아침 산중턱의 짙은 안개처럼 분명 존재하지만 이내 사라져 버리는, 내 맘대로 통제할 수 없는 인생의 속성을 뜻한다. 전도서는 억울한 일이나 설명되지 않는 실패 앞에서 “네 감사가 부족해서 그래”라며 억지 위로를 건네지 않는다. 억지로 괜찮은 척하지 않아도 된다는 그 정직한 직면 자체가 지친 어깨의 짐을 덜어준다.
형통과 곤고가 ‘동시에’ 들이닥치는 마흔의 현실
이 책에서 말하는 ‘마흔’은 단순한 물리적 나이가 아니다. 지금까지의 방식으로는 앞으로의 삶을 감당하기 벅차다고 느끼는 모든 순간, 즉 자신만만했던 대답보다 질문이 많아지는 때를 의미한다.
저자는 마흔의 삶이 형통과 곤고가 교대로 오는 것이 아니라 ‘동시에’ 들이닥친다는 점을 날카롭게 짚어낸다. 승진의 기쁨과 부모의 노쇠함이 한꺼번에 펼쳐지는 이 복잡한 시기에,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기쁜 날에는 온전히 기뻐하며 곤고한 날에는 삶을 되돌아보는 균형 잡힌 시선이 필요함을 역설한다.
무딘 도끼날을 멈추고 갈아내는 용기
불안함에 쫓겨 스스로 귀를 닫고 ‘꼰대’가 되어가는 자화상도 꼬집는다. 실패를 두려워하며 과거의 성공 방식에만 집착하는 고정 마인드셋은 결국 성장을 가로막는다. 저자는 아무리 마음이 급해도 무딘 도끼로 계속 나무를 내리치는 대신, 잠시 손을 멈추고 ‘도끼날을 가는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남들에게 뒤처질까 두려워 멈추지 못하는 조급함을 절제하고, 내 삶의 날이 어디서 어떻게 무뎌졌는지 예민하게 성찰하는 것이야말로 중년에게 가장 필요한 지혜다.
인생을 통제하려던 헛된 수고를 내려놓고, 창조주가 허락하신 ‘오늘 주어진 음식’과 ‘함께하는 사람’을 기뻐하라는 전도서의 권면이 묵직하게 다가온다. 늦은 밤 불을 끄고 누운 뒤에도 삶의 방향을 묻는 질문들이 좀처럼 잠들지 않는다면, 조용히 이 책을 펼쳐보자. 모든 결과를 내가 짊어져야 한다는 압박감에서 벗어나, 남의 삶을 곁눈질하느라 놓쳤던 내 삶의 숨겨진 선물을 다시 발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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