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재식 선교사
주재식 선교사

나는 선교하는 한의사다. 오늘도 숨이 막힐 만큼 무더운 아침, 진료소로 향한다. 바람조차 멈춘 듯한 열대의 공기는 금세 온몸을 땀으로 적신다. 아이들이 맨발로 달리며 웃고, 무거운 짐을 머리에 인 여인들이 묵묵히 걸어간다. 가난하지만 생명의 숨결이 살아 있는 이 땅에서, 나는 매일 하나님의 부르심을 다시 듣는다.

진료소 문 앞, 휠체어에 앉아 기다리는 한 노인이 눈에 들어왔다. 말은 없었지만 그의 눈빛은 온몸으로 간절함을 말하고 있었다. 그는 심장병, 당뇨, 고혈압, 신장 기능 저하에 척추 손상까지 겹쳐 스스로 몸을 가눌 수 없었다. 깊게 파인 욕창은 오랜 세월의 고통을 증언하고 있었다. 나는 조심스레 그의 몸을 살피며 깨달았다. 상처는 단순한 육체의 아픔이 아니었다. 그 안에는 버려진 듯한 외로움과 하나님에 대한 원망, 긴 침묵의 눈물이 새겨져 있었다. 말보다 더 깊은 언어, 고독의 외침이었다. 나는 손끝으로, 눈길로, 그리고 기도로 그 침묵 안으로 들어갔다.

이야기를 나누며 알게 된 그의 삶은 더 안타까웠다. 한때 가족을 위해 부지런히 일하던 가장이었으나, 병과 가난이 그를 무너뜨렸다. 사회와 가정에서 멀어져 스스로를 짐이라 여겼고, 하나님조차 멀리 계신 듯 느꼈다. 그러나 이제, 곁에 누군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그의 굳은 마음이 조금씩 열리고 있었다.

나는 침 한 자루를 쥐고 기도했다. 이 손길이 단순한 치료가 아니라, 그의 영혼에 닿는 하나님의 손길이 되기를. 처음엔 미세한 반응조차 없었으나, 차츰 그의 몸에 작은 떨림이 일었다. 그리고 마침내 두 다리에 힘이 모아지며, 그는 느리지만 분명히 걸음을 떼기 시작했다. 그 순간 함께 있던 아들의 눈에 놀라움과 눈물이 번졌다. 아직은 짧고 서툰 걸음이지만, 그 한 발자국은 삶 전체를 바꾸는 시작이었다.

"주님이… 같이 계셨네요."

노인의 떨리는 고백은 단순한 감사가 아니었다. 머리로만 알던 하나님이, 이제는 함께 걸어가시는 하나님으로 다가온 것이다. 병이 다 나은 것은 아니지만 그의 눈빛은 달라졌다. 영혼이 깊어졌고, 마음은 밝아졌다. 그의 걸음 하나하나는 육체의 회복을 넘어 영혼의 소생을 증언하고 있었다.

그를 바라보며 나는 다시 배운다. 몸을 만지는 손보다 더 중요한 것은 영혼을 바라보는 눈이라는 것을. 의술은 몸과 마음의 상처를 만질 수 있지만, 영혼의 치유는 하나님만이 이루신다. 그의 상처 앞에서 나는, 우리를 위해 먼저 상처 입으신 그분을 바라본다. 그래서 환자의 육체와 마음, 그리고 그 영혼을 함께 본다. 오늘도 같은 일을 하지만, 같은 마음으로 하지는 않는다. 매번 새롭게, 더 깊이, 더 따뜻하게. 한 사람의 인생이 다시 피어나기를 바라며, 나는 관찰하고, 진단하고, 치료하고… 그리고 기도한다.

이것이 나를 부르신 사명이다. 나는 만지는 손으로, 그리고 영혼을 바라보는 눈으로 오늘도 복음을 전한다.

"그가 채찍에 맞으므로 우리는 나음을 받았도다." – 이사야 53장 5절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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