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크리스천대일리인터내셔널(CDI)은 파키스탄 당국이 기독교인 등 종교적 소수자를 변호해 온 유명 인권 변호사 부부를 대법원의 석방 결정 직후 다른 혐의를 적용해 기습적으로 재체포한 가운데 전 세계 15개 국제 인권 단체는 파키스탄 사법 당국의 조치가 종교적 박해 피해자들을 돕는 법적 방어권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라며 즉각적인 석방을 촉구했다고 9월 29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지난 28일 15개 국제 인권 단체는 공동 성명을 통해 파키스탄 인권 변호사 이만 자이나브 마자리-하지르와 남편 하디 알리 차타의 부당한 구금을 규탄했다. 이들 부부는 지난 9월 17일 파키스탄 대법원으로부터 기존 소셜 미디어 관련 사건에 대해 보석 결정을 받았으나, 판결 직후 교도소를 나서기도 전에 경찰에 의해 다시 체포됐다. 국제 단체들은 법원의 자유 보장 명령이 투명한 사법적 검토 없이 다른 절차에 의한 구금으로 즉각 뒤집히는 것은 사법 구제의 의미를 상실하게 만드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대법원 석방 결정 무력화한 표적 수사 및 신성모독 피해자 변호 탄압
대법원은 당초 이들에게 각각 20만 루피의 보증금을 조건으로 보석을 허가했다. 그러나 경찰은 이슬라마바드 코사르 경찰서에 등록된 별도의 사건을 근거로 이들을 대테러 법정에 세웠다. 재판부는 경찰의 30일 구류 요청을 기각하고 14일간의 사법적 구금을 명령했다. 경찰이 새로 내세운 혐의는 이들이 2025년 3월 불법 집회에 참여해 반정부 구호를 외치고 도로를 점거했다는 내용이다. 국제 단체들은 이 사건이 대법원 판결 전까지 휴면 상태였으며, 최초 보고서에 없던 대테러법 위반 조항이 추후 수기로 추가되는 등 표적 수사의 정황이 명백하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는 부부가 파키스탄 내에서 강제 실종, 구금 중 가혹 행위, 기독교인 대상 신성모독 사건 등 민감한 인권 문제를 도맡아 온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들은 연방 수사국 소속 수사관과 일부 부패 변호사들이 조직적으로 기독교인 등 무고한 시민에게 신성모독법을 악용해 금전을 갈취하는 행태에 맞서 피의자들을 변호해 왔다. 신성모독 사건은 파키스탄 내에서 변호인과 가족까지 극심한 폭력과 살해 위협에 노출되는 사안으로, 당국이 인권 변호사들의 활동을 위축시키기 위해 사법 시스템을 악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15개 국제 인권 단체 및 파키스탄 각계각층 즉각 석방 한목소리
국제 인권 단체들은 파키스탄 정부를 향해 이만 마자리-하지르 변호사 부부에 대한 모든 부당한 기소를 즉각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또한 변호사들이 정치적으로 민감한 의뢰인을 변호하더라도 부당한 보복을 당하지 않는 안전한 환경을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구금 기간 동안 고문 방지, 적절한 의료 서비스 제공, 가족 및 변호인 접견권 등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온전히 보장할 것을 촉구했다.
파키스탄 내부에서도 부부의 기습 재체포를 규탄하는 목소리가 확산하고 있다. 전직 대법관, 상원의원, 언론인 등 240명 이상의 파키스탄 각계 유력 인사들은 연대 서명을 통해 합법적인 직무 수행을 범죄화하는 사법 당국의 행태를 비판하며 즉각적인 석방을 요구했다. 유엔 전문가들 역시 파키스탄 당국이 인권 침해 피해자를 변호하는 인권 변호사들을 탄압하기 위해 사법 시스템을 자의적인 괴롭힘의 도구로 남용하고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들 부부는 이번 사건 이전에도 소셜 미디어상에서 테러 단체를 옹호했다는 혐의를 받아 지난 1월 체포된 후 징역 17년의 중형을 선고받았다. 이들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며 대법원 상고 끝에 형 집행 유예 및 보석 결정을 이끌어냈으나, 곧바로 이어진 부당한 기습 재체포로 인해 파키스탄 내 인권 옹호 활동의 독립성 훼손 논란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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