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내가 온다> 표지   ©맹그로드숲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터키를 여행하며 우주 문명의 자연스러운 원리를 깨닫고 작가 내면을 치유하게 한 터키 견문기가 눈길을 끈다.

얼마 전 인기를 모았던 영화 <은교>의 원작자인 박범신 소설가의 <그리운 내가 온다>(맹그로브숲, 2013년 1월)는 수년 전 한 방송사의 제작팀과 통행해 터키의 여러 지방을 여행하며 느낀 단상을 다듬어 엮은 에세이다.

저자가 터키 여행을 하면서 자신으로부터 떠났던 자신을 일체화했고, 이를 통해 놀라운 생의 에너지를 얻었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저자가 터키 여행 끝에 본원적 새로운 에너지를 얻은 책이라고나 할까.

"아시아이면서 유럽이고 유럽이면서 아시아인 곳, 중세 도시이면서 현대적 풍류가 넘치는 곳이 터키이다. 그랜드 바자르에선 더욱 그걸 느낄 수 있다. 이곳엔 국경이 없다. 이곳에는 인종의 구별이 없다. 이곳에 문화의 서열도 물론 없다." -본문 중에서-

터키는 친절함과 긍정의 힘을 느낄 수 있는 곳으로 자유로운 본성을 따라 걸으면 된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천연과일을 절여서 만드는 터키의 물담배에선 감미로운 향기를 얻는다. 달콤한 걸 원하면 초콜릿향을, 상큼한 걸 원하면 체리향이나 사과향을 선택하면 된다. 다채로운 향을 느끼는 물담배는 독성이 적어 부드럽단다.

우리나라는 세대 간의 배타성이 강한 나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터키인들은 누구나 친구가 될 수 있고 함께 즐길 수 있다. 인생을 본질적으로 이해하는데 있어 나이는 중요한 키워드가 아니기 때문이다. 나이로 편을 가르는 우리의 습성은 경쟁 중심의 개발주의가 만들어 낸 또 다른 병리현상의 하나라고 저자는 강조하고 있다.

특히 저자는 터키 사람들은 너무나 친절하다는 것. 말을 붙이지 못할 정도로 친절하다. 마치 잃어버린 젊었을 때, 옛날의 우리의 모습과 흡사한 모습이라고 전하고 있다.

지중해와 흑해 사이로 길게 누운 소아시아 반도에 자리 잡은 터키의 곳곳은 비와 바람과 태양이 빚어내는 신화가 가득 담겨 있다고.

순도 100%의 천연 다이아몬드 소금, 무좀을 비롯한 피부병에 아주 그만이라는 터키의 신기루 같은 거대한 소금호수의 기원은 생명의 기원과도 맞닿아 있다.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대부분의 정제염은 염화나트륨뿐이지만 소금호수에서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천일염은 사람에게 유익한 갖가지 미네랄이 함유돼 있다. 터키 소금 소비의 64%을 이곳 소금호수에서 공급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외에도 이슬람교, 지하마을, 타악기 달부카, 거리 카페, 동굴교회, 도자기, 결혼, 가족, 이슬람의 예배, 원형극장, 유적지, 고등어 케밥과 항아리 케밥, 대표음식 피데, 보스포루스 해협 등 숱한 터키의 문화풍습들을 휴머니즘적으로 전하고 있다.

"터키는 무엇보다 사랑과 불멸을 향한 인류 보편의 꿈을 강렬하게 상기시켰다. 그런 꿈이 쇠락한다면 인류의 미래에서 희망은 적어질 것이다. 아무리 자본주의적 세계관이 세계를 휩쓸고 있다해도 더 높은 이상과 보다 원만한 삶을 꿈꾸는 마음속의 갈망은 소진되지 읺는 게 사람이며 존재의 빛이다." - 본문 중에서-

저자가 터키 여행을 통한 결론은 제3의 눈을 가지라는 것이다.

"제3이 눈은 최종적으로 나를 찾는 일과 동의어가 된다. 제3의 눈을 가리려면 그 하위의 개념으로 다시 세 개의 눈이 또 필요하다. 하나는 사물의 외형을 보는 '사실의 눈'이고 둘은 나의 세계관을 형상한 총체로서의 '기억의 눈'이며 셋은 '상상력의 눈'이다. 사실의 눈으로 사물의 표면을 살피고 기억의 눈으로 그 것의 심층구조를 해석하며 상상력의 눈으로 이 두 가지 사이에 길을 내면 우리는 마침내 '제3의 눈'을 가질 수 있으며, 그 때 비로소 불안을 벗어난다." -에필로그 중-

저자는 "길을 찾아 떠나는 것은 유랑이 아니라 힐링을 의미한다"고 전하고 있다.

이 책은 프롤로그를 시작으로 본문 ▲사랑은 깊은 그리움으로 ▲그대에게 가는 길 ▲그게 우리의 삶이다 ▲나는 다시 꿈꾸고 있다 등으로 구성했고, 에필로그로 끝맺음을 했다.

 저자 박범신 소설가는 지난 73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여름의 잔해>가 당선돼 작품을 시작했다.
 78년까지 소외된 계층의 현실을 다루는 문제의 작가로서 주목받았다. 79년 <죽음보다 깊은 잠>, <풀잎처럼 눕다>로 베스트셀러 작가의 반열에 올랐다. 지난 93년 돌연 절필을 선언하고 성찰과 사유시간을 갖기도 했다. 소설집 <은교> <나마스떼> <고산자> 등 수많은 소설이 있고, <산다는 것은>, < 젊은 사슴에 관한 은유> 등 많은 수필집이 있다.
 대한민국문학상, 김동리문학상, 만해문학상, 한무숙문학상, 대산문학상을 수상했다. 2011년 작가는 고향 충남 논산으로 이사해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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