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7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부인 김건희씨를 둘러싼 각종 논란과 관련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7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부인 김건희씨를 둘러싼 각종 논란과 관련해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서 죄송하다"고 사과한 뒤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이번 제20대 대선은 후보 본인 뿐만 아니라 가족 리스크까지 불거지면서 역대급 비호감 대선, 콩가루 대선이라는 악평이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거대 양당의 당심(黨心)은 상반된 결과가 도출됐다. 대부분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에 대한 지지층 이탈 조짐이 보인 반면,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은 이재명 후보에 점차 결집하는 양상이다.

당심에서 이 같은 차이를 보이는 이유는 외부 요인보다는 윤석열 후보의 잇단 '실책'에 일부 국민의힘 지지자들이 실망해 등을 돌리고 있다는 관측이다. 정치권에서는 "윤석열 지지층은 강도가 엷어지고 있는데 이재명은 지지층 강도가 두터워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 후보가 17일 부인 김건희씨의 허위 경력 의혹에 대해 전격 사과를 한 것도 연일 악화되고 있는 당심과 민심을 다독이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다음 주에 발표될 여론조사 결과 윤 후보가 등돌린 당심을 되돌릴 수 있을 지를 판단하는 잣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의 최근 한달간 여론조사 추이를 살펴보면,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응답자들의 윤석열 후보에 대한 지지율은 86.7%(11월12~13일)→ 90.9%(11월26~27일)→ 84.8%(12월3~4일)→ 86.1%(12월10~11일)로 한 달여 만에 제자리로 돌아왔다. 같은 기간 민주당 지지층의 이재명 후보에 대한 지지율이 82.2%→ 86.5%→ 86.1%→ 89.5%로 당심이 결집되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최근 한 달간 한국갤럽 여론조사(11월16~18일, 12월14~16일)를 비교해도 국민의힘 지지층의 윤 후보 지지율은 84%에서 82%로 떨어진 반면, 민주당 지지층의 이 후보 지지율은 77.2%에서 81%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이 당심에서 차이를 보이는 원인은 윤 후보의 잇단 '실책'에 일부 국민의힘 지지층도 실망해 등을 돌린 것이라는 분석이다.

윤 후보는 당 대선후보로 선출된 11월 초 전당대회 이후 한동안 컨벤션 효과를 누리며 이 후보와 두 자릿수 격차를 벌릴 만큼 우위를 보였으나, 선대위 구성 과정에서 갈등과 잠재적인 처가 리스크 등으로 지지율을 깎아먹고 있는 형국이다.

실제 국민의힘 당원게시판에는 최근 윤 후보를 향해 "목에 깁스했나요?", "후보와 배우자 태도 문제있다", "한심함을 넘어 절망스럽다", "윤석열 후보 정신차리십시요. 이대로 가면 위태롭습니다" 등의 성토하는 글이 심심찮게 올라오고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윤 후보가 국민의힘 지지층 뿐만 아니라 중도층에서도 이탈이 가시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대선 캐스팅보트인 중도층은 윤 후보가 외연 확장을 위해 가장 공을 들이는 공략 대상이다.

한국갤럽의 여론조사(11월16~18일, 12월14~16일)에서도 윤 후보는 중도층 지지율이 38%에서 27%로 큰 폭으로 하락했다. 반면, 이 후보는 31%에서 37%로 상승해 윤 후보와는 10%p 차이로 우위를 보이면서 중도층에 대한 확장력을 갖게 된 것으로 분석됐다.

다른 여론조사 결과도 마찬가지다. 넥스트리서치가 두 차례 실시한 여론조사(11월27~28일, 12월14~15일)를 보면 중도층 지지도는 윤 후보가 34.1%→ 28.4%로 감소한 반면, 이 후보는 28.3%→35.0%로 한 달 사이에 뒤바뀌었다.

대부분 여론조사에서 윤 후보 지지율은 50%를 상회하는 정권 교체론보다 낮고, 이 후보 지지율은 40% 가량인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보다 낮은 만큼 각자 고정 지지층의 결집 여부가 대선 승패를 가르는 분수령이 될 수도 있다.

이 후보의 고정 지지층은 시간이 지날 수록 차차 결집하는 양상인 반면, 윤 후보의 고정 지지층은 최근 한 달 사이에 연이어 불거진 악재로 흔들릴 기미를 보이고 있어 3개월 뒤에 고정 지지층의 결집력을 누가 더 많이 끌어올리느냐가 관건이 될 수 있다. 더군다나 윤 후보의 경우에는 산토끼를 잡기 위해 외연 확장에 한창 전력을 쏟아야 할 시점이지만 '집토끼'마저 이탈할 가능성이 농후해 지지율을 끌어올리는데 자칫 이중고에 빠질 수도 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윤석열 후보가 선출된 지 한달 반 정도 됐는데 선출되고나서 거의 한 달 이상을 김종인·이준석과의 갈등으로 선거운동을 사실상 제대로 못했다"며 "그러다보니깐 지지층 결집 양상이 굉장히 느슨해진 것이다. 이번 주에 김건희 이슈까지 터져서 파장이 커지면서 지지층 결집 강도가 약해졌다"고 분석했다.

엄 소장은 "반면에 민주당의 경우는 지지율이 하락하면서 위기감이 고조됐었고, 이재명 후보가 당과 선대위를 쇄신하고 전남, 전북, 대구·경북 등에서 '매타버스'로 선거운동을 해 지지층은 최대한 결집하고 있다"며 "게다가 이재명 후보가 정부와 차별화를 세게 하고 있지 않나. 선대위도 완전히 이재명 직할체제로 바꿔버렸고 차별화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면서 이것이 중도층으로 확장되고 있는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비호감이라고 하는 건 중도층에서 나타나지, 핵심 지지층에서는 그렇게 잘 안 나타난다"며 "윤석열 후보의 비호감이 없다고 할 순 없지만 홍준표 의원 등이 내부 총질을 그렇게 해대니깐 그 지지세력은 일부 떨어져나갈 수도 있다. 민주당은 내부 총질을 안 하니깐 지지층 이탈이 덜 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짚었다.

전문가들은 윤 후보 부인의 허위 경력 의혹, 이 후보의 아들 상습도박 리스크가 반영돼 다음 주에 발표될 여론조사가 판세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이 후보가 최근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골든크로스로 역전을 굳히게 될지, 아니면 윤 후보가 이 후보에 재역전을 할 수 있을지를 가늠하는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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