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김찬국 교수
김찬국 교수 출소 때 모습 ©연세대 신과대

[기독일보 조은식 기자] ‘민중신학을 삶으로 실천한 구약학자의 행적을 되짚어보고 기리는 모임’

김찬국기념사업회는 오는 9월 18일, 연세대학교 신과대학 채플실(원두우신학관)에서 민중신학자 김찬국 교수의 서거 10주기를 맞아 평전 『민중인권실천신학자 김찬국』 출판기념회와 더불어 고인의 모교이자 교수, 학장, 부총장으로 봉직했던 연세대학교 신과대학 학생들과 함께 추모예배 모임을 갖는다.

김찬국 교수는 엄혹한 유신독재시절인 1975년 긴급조치 1호와 4호 위반으로 해직되었다. 1980년 ‘서울의 봄’ 기간에 잠시 복직되었으나 이내 다시 해직되어 10여 년 간 해직교수로서 어려움을 겪었다. 그는 자신의 전공이자 학위논문이기도 한 구약성서의 예언서를 탐구하였고, 이를 바탕으로 성서적 신앙의 양심에 입각하여 진리와 자유를 말살하고 유린하는 군사독재에 대해 항거하였으며, 이로 인해 ‘북괴의 지령을 받아 정부를 전복하려는 공산주의자’라는 조작된 누명을 쓰고 투옥되었다.

그러나 해직 기간 중에도 그는 부정한 정권의 탄압과 회유에 굴하지 않고 예언자 정신에 따라 민주화운동과 자유를 외쳤고 또 실천적 삶을 살았다. 평화시장대책위원회 위원장, 인천 동일방직긴급대책위원회 부위원장,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 인권위원 및 부위원장, 양심수월동대책위원회 위원장 등이 이 기간 동안 그의 활동 이력이었다.

연세대 김찬국 교수
故연세대 김찬국 명예 교수 ©연세대 신과대

그럼에도 김찬국을 기억하는 많은 제자나 지인들은 이같은 그의 정의로운 모습보다 자상하고 헌신적이며, 진정 어린 배려와 도움의 손길, 즉 그의 인간적인 따스함의 면모를 잊지 못한다. 그는 가까이 있는 사람들의 아픔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성품이었고, 자신의 아픔과 어려움을 뒤로 하고 더 아픈 이들을 위해 모금활동도 하고, 그들의 저서를 대신 팔아서 돕기도 하였다. 많은 사람들에게 숱한 미담을 남기고 그를 추모하는 사람들이 줄을 잇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또한 그는 한국 사회를 위해서 자신의 몸을 던진 교육개혁자이자 행정가로서 헌신하였다. 연세대학교 부총장을 거쳐 전형적인 사학비리로 얼룩진 상지대학교의 총장으로서 정-관계의 검은 커넥션에 맞서 교육민주화와 학원의 자유를 위해 자신을 던진 인물이었다. 결국 곪을대로 곪은 한국 사학의 암적 저항에 부딪혀 몸의 병을 얻어 재임된 대학총장의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중도에 사임하였고, 이듬해부터 10년간 와병상태에서 결국 이를 회복하지 못하고 2009년 8월 19일 별세하였다.

한편 민주화운동과 인간적인 미담에 가려 제대로 평가 받지 못한 학자로서의 그의 면모는 평전 『민중인권실천신학자 김찬국』에 잘 조명되어 있다. 그는 미국 뉴욕에 있는 유니온신학교(Union Theological Seminary)에 신학석사 과정을 마친 사람으로서는 한국인 최초로 입학을 허가받았으며, 단 1년만에 석사학위를 마쳐 연세대학교 백낙준 총장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그의 전공은 예언서 연구였는데, 억압 받는 히브리 민중의 구원자로서 신(야웨)에 대한 신앙을 한국 사회 현실에 재해석하여 정의와 자유의 메시지를 전하였다. 그의 구약 민중신학은 새롭게 조명되어 10여 명의 학자들로 구성된 “소원 김찬국 교수10주기 기념논문집 편찬위원회”를 통해 올해 11월에 “(가제) 김찬국의 신학 사상”으로 출간될 예정이다.

2019년 9월 18일 모임의 1부는 김찬국 평전 출판기념회이다. 오전 10시 30분부터 11시 45분까지 진행되는 출판기념회는 고 김찬국 교수의 제자인 강남향린교회 김경호 목사가 사회를 맡고, 이 모임을 주최한 김찬국기념사업회 최민화 위원장의 인사말에 이어, 1974년 유신법정에서 고인을 변호했던 한승헌 변호사(전 감사원장)와 고인이 총장 재직 시절 함께 학원민주화를 위해 분투했던 현직 상지대학교의 정대화 총장 그리고 고인의 모교인 연세대학교 신과대학 학장이자 연합신학대학원 원장인 권수영 교수의 축사로 진행된다.

구약학자 천사무엘 교수(한남대학교)의 저서 『민중인권실천신학자 김찬국』에 대한 서평은 고인의 연세대학교 재직 시절 민주화운동에 함께 헌신했던 권기성 동문(연세대 사회학과 졸업, 전 한국장애인고용센터 이사)과 연세대학교 신학과 제자인 최형묵 박사(한국민중신학회 회장, 한신대 외래교수)가 맡는다.

연세대학교 신과대학{김찬국 평전 출판기념회 및 김찬국 교수 서거 10주기 추모예배
©연세대 신과대

김찬국 교수 서거 10주기 추모예배

2부 추모예배는 12시부터 12시 50분까지 진행된다. 연세대학교 신과대학 학생들과 연합신학대학원 원생들이 매주 정례적으로 참여하는 수요채플 시간에 10년 전 돌아가신 스승의 발자취를 되짚어보고 오늘의 우리 사회 속에서 주는 메시지를 찾자는 취지로 함께 참여하기로 했다.

사회는 현재 서울신학교 일본어과 교수이자 연세대학교 신학과 여동문회 회장인 최순육 교수가 맡고, 기도 순서는 연세대학교 신학과 총동문회 총무인 이효겸 목사(인천 제삼교회)가 담당하며, 설교는 고인의 제자이자 민주화운동 동지인 오충일 목사(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가 이 시대에서 돌아보아야 할 김찬국 선생에 대해 이야기한다.

특히 추모예배에는 영상을 통해 고인의 일대기를 간략하게 전하고, 또 제자, 지인들의 인터뷰로 고인과의 일화와 에피소드를 소개하는 ‘추억 나눔’ 코너를 준비하였다. 이 일은 고인의 제자이자 KBS, MBC, EBS 등지에서 왕성한 작가 활동을 하고 있는 한지원 동문이 맡았다.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독교 종합일간지 '기독일보 구독신청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