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영삼
▲백석대 채영삼 교수

다 그런 것은 아니다. 간혹, 어떤 노회들에서는 이제 막 강도사, 목사가 되려는 신학교 졸업생들에게 과도한 비용을 지출하게 한다. 이런 이야기는 간혹 들었지만, 졸업생 중에 이 때문에 시험에 들고 갈등하는 경우를 더욱 자주 보게 된다. 물론 어떤 노회에서는, 강도사가 되는 과정이나 목사 안수를 받을 때에, 노회 소속 교회들이 나서서 지원해주고 후원한다는 소문도 들었다. 아름답고, 마땅히 그래야 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들도 있다. 어렵사리 졸업하고 나서, 노회에 들어가 강도사 인허를 받는데 여러 절차들을 거치면 모두 80만원까지 요구되는 노회도 있다. 대부분 빚을 지고 졸업하는 학생들이고 파트타임 전도사들인데, 무슨 돈이 있겠는가. 이런 '을'중에 '을'인 전도사들에게, 전도사 인허, 강도사 인허를 준다는 명목으로 많은 돈이 들게 만드는 절차는 옳지 않다.

물론 필수적인 경비야 들어가겠지만, 그것도 선배 된 지역교회 목사님들이 얼마든지 배려해 줄 수 있는 부분이다. 해외선교비도 내고, 구제, 봉사도 하는데, 해도 잘 안될 목회를 위해 뛰어드는 후배들에게 좌절과 실망을 안겨주어서는 안 될 것이다. 게다가 강도사에게 매월 노회비를 부담시키는 경우도 있고, 개척교회인데 매년 성도 숫자만큼 노회 비를 부담시키는 어처구니없는 사례도 있다. 그들이 좌절하고 실망하는 원성을 듣는 일이 고통스럽기까지 하다.

'개혁주의'니 '성경중심'이니 우리는 '주 안에서 가족'이니 하는 소리를 쉽게 하지 말아야 한다. 개혁주의를 구호로 외치지 말고, 작은 것 하나 말씀의 원리에 따라 사랑과 정직 안에서 바꾸는 것이, 참된 개혁주의일 것이다. 일전에, 신학교에서 석박사 학생들이 논문 심사를 하고, 심사위원 교수들에게 따로 봉투를 돌리는 일에 대해서 말한 적이 있다. 적지만 교수들은 이미 학교로부터 논문심사비를 받는다. 부족하다 느낄 수 있지만, 사실 학생을 위해 얼마든지 할 수 있는 당연한 일이다. 식사대접 정도를 너머서서, 이렇게 적지 않은 돈을 여러 심사위원들을 위해 따로 마련하는 것은, 대부분 열악한 처지에 있는 학생들에게 큰 부담이다.

그리고 그것은 무엇보다 우리 신학교수들의 잘못이다. 대부분 외국에서 학위를 받을 때, 논문 심사를 받으면서 외국교수들에게 결코 그런 돈 봉투를 돌린 적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 한국에 와서 그것이 한국의 대학의 관행이라고 그저 따라 한다면, 성경은 왜 배우고 가르치는지 알 도리가 없는 일이다. 부끄러운 일이지만, 작은 것부터, 우리 속에 있는 세속적인 방식들을 버려야 한다. 개혁주의는 신학책 속에만 있지 않다. 그것이 삶과 행정, 제도와 전통, 공동체의 문화 속에 나타나지 않는다면, 무덤에 회칠하는 일이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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