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노
▲푸른교회 조성노 담임목사

어제 내린 가을비 한 자락에 주일 아침 공기가 더욱 서늘해졌습니다. 사실 계절의 변화를 느끼는 데는 사람들의 옷태 만한 것도 없습니다. 요 며칠 새 거리의 풍경이 화려한 원색에서 차분한 무채색으로 많이 바뀌었습니다. 하기야 지난 목요일이 벌써 한로(寒露)였습니다. 가을 곡식이 찬 이슬에 영근다는 절기, 마침 가을비 온 뒤끝이라 햇볕도 더욱 투명해졌습니다. 이제 우리도 겸허한 마음으로 내실과 결실을 생각하며 더 많이 자제하고 자성해야 할 때 입니다.

항상 무리한 욕심이 어리석은 짓을 부추기고 사단을 부릅니다. 최근에 터진 폴크스바겐(Volkswagen) 사태도 결국은 인간의 탐욕이 부른 희대의 사기 사건이자 전 세계를 상대로 한 파렴치한 범죄행위였습니다. 폴크스바겐은 그 휘하에 독일의 아우디, 영국의 벤틀리, 스포츠카 브랜드인 람보르기니, 포르쉐, 체코의 스코다까지 총 12개 메이커를 둔 명실상부한 자동차 제국입니다. 올 상반기에만 504만 대를 팔아 토요타를 제치고 글로벌 판매량 1위를 달성한 세계 최대의 자동차 그룹입니다. 그런데 졸지에 1938년 창사 이래 최대의 위기에 직면했습니다. 불과 20일 만에 주가가 5년 전 수준으로 추락했고, 리콜 벌금 등으로 100조원 이상의 비용이 예상되는 가운데 세계에서 가장 클린하고 정직한 디젤차 브랜드를 자랑하다 하루아침에 세계에서 가장 교활하고 부정한 디젤차 사기 브랜드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독일인들이 받은 충격도 이만저만이 아닌 것 같습니다. 자국을 대표하는 자동차 회사가 전 세계 시장을 상대로 벌인 배기가스 저감장치 조작 행각이 발가벗겨지듯 만천하에 공개된 사실에 분노와 부끄러움을 금치 못하며 국민 전체가 지금 배신감과 좌절감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보도가 연일 쏟아지고 있습니다. 특히 폴크스바겐은 독일의 다른 자동차와는 다릅니다. <폴크스바겐>이란 Volk(국민)과 Wagen(차)의 합성어로 <국민차>라는 뜻입니다. 창사 이래 지난 87년간 독일 국민들과 온갖 애환을 함께 해온 자동차고, 라인강의 기적을 이루며 오랜 세월 그들과 함께 달려온 국민차입니다. 그래서 독일인들은 이번 폴크스바겐의 곤두박질과 함께 독일이라는 국가 브랜드의 신뢰도까지 바닥으로 추락했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폴크스바겐은 그동안 세계 시장에서 <클린 디젤>을 선전해왔습니다. 그리고 그 클린 마케팅이 주효해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디젤 엔진의 장점인 높은 연비와 고출력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질소산화물 같은 유해 물질 배출은 배기가스 저감장치로 크게 줄였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다 거짓이었습니다. 폴크스바겐의 디젤 엔진에서는 여전히 기준치의 40배가 넘는 오염물질이 배출되고 있다는 사실이 이번에 확인된 것입니다. 폴크스바겐은 의도적으로 주행시험 때만 저감장치가 정상 작동되게 하여 환경기준치를 충족시키고 실제 도로 주행 시에는 센서가 이를 감지해 자동으로 저감장치가 꺼지도록 엔진 제어장치를 프로그래밍한 것입니다. 유해가스 저감장치가 정상 작동되면 연비와 출력이 크게 떨어지고 엔진에 무리가 가기 때문입니다.

제가 독일에서 난생 처음 가져 본 차도 폴크스바겐의 빨간 딱정벌레 케퍼(kaefer)였고, 27년 전 귀국할 때까지 독일에서 타고 다니던 차종도 이번에 가장 문제가 된 폴크스바겐의 <골프>(참고로 요즘 출시되는 모델은 제7세대)였기에 이번 사태가 더욱 씁쓸하고 안타깝습니다. 단순한 차량 결함이 아니라 용의주도한 속임수였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의 본질은 <인간의 탐욕>입니다.

이번 폴크스바겐 사태를 우리 모두가 자신의 탐욕을 경계하는 반면교사로 삼았으면 좋겠습니다.

"욕심이 잉태한즉 죄를 낳고 죄가 장성한즉 사망을 낳느니라"(약 1:15).

/노나라의 별이 보내는 편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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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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