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의 비리를 저인망식으로 수사하던 검찰의 칼 끝이 마침내 유 전 회장 본인에게 직접 겨눠졌다.

13일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인천지검 특별수사팀(팀장 김회종 2차장검사)은 유 전 회장에게 오는 16일 오전 10시까지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을 것을 통보했다.

당초 검찰은 유 전 회장의 자녀들을 먼저 조사할 방침이었지만 예상과 달리 이들이 모두 소환통보에 불응하거나 잠적하자 계획을 전면 수정했다.

특히 검찰이 유 전 회장을 직접 조사키로 가닥을 잡은 것은 전날 장남 대균(44)씨가 아무런 이유 없이 검찰의 소환조사에 응하지 않고 사실상 잠적해버린 것이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해외에 거주하고 있던 차남 혁기(42)씨와 장녀 섬나(48)씨도 3차례에 걸친 검찰의 소환통보에도 무대응으로 일관하는 등 유 전 회장 측은 버티기에 들어갔다.

이 때문에 검찰은 자녀들에 대한 소환조사를 고집하며 이들에게 말맞추기 등 증거인멸의 시간을 주는 것보다 사건의 정점에 서 있는 유 전 회장을 직접 조사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이 사건의 핵심인 자녀들에 대한 조사 없이도 유 전 회장에 대한 범죄혐의를 입증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깔려있다고 볼 수 있다.

검찰은 지금까지 국세청, 금감원, 금융정보분석원(FIU) 등 유관기관과 긴밀한 공조를 통해 계열사 자금거래 내역과 유 전 회장 일가의 국내·외 수상한 자금흐름을 집중적으로 조사해 상당 부분의 범죄혐의를 발견했고, 핵심 측근으로부터 관련 진술도 확보한 상태다.

또 유 전 회장의 핵심 측근인 고창환(67) 세모 대표와 변기춘(42) 천해지 대표, 김한식 청해진해운 대표, ㈜아해 이재영(62) 대표 등 4명을 구속하고 ㈜아해 이강세(73) 전 대표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 외에도 유 전 회장의 집사로 알려진 아이원아이홀딩스 박모(55) 감사, 다판다의 김모 감사와 헤마토센트리라이프 오모 대표도 구속했다.

그러나 유 전 회장 일가가 지금까지 보여준 비협조적인 태도를 고려하면 유 전 회장이 검찰의 소환통보에 순순히 응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실제 검찰은 유 전 회장과 직접 연락이 닿지 않고 있어 일방적인 통보를 했을 뿐 아무런 답변을 듣지 못했다. 통상 검찰은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피의자 소환시 일정을 조율한다.

이 때문에 연락조차 닿지 않는 유 전 회장에 대해 일방적으로 소환을 통보한 것은 불출석→강제구인으로 이어지는 사전 단계를 밟아가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검찰 관계자는 "우리가 할 수 있는 방법을 다 동원해 (출석을) 요구했다"며 "유씨 일가는 자진 출석해 국민적 의혹을 해소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성 메시지를 전했다.

검찰은 우선 유 전 회장의 자진출석을 기다린 뒤 불출석할 경우 곧바로 체포영장을 청구해 신병을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유 전 회장의 소재가 정확히 파악되지 않았고 기독교복음침례회(일명 구원파)를 앞세운 물리적 방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검찰이 체포영장을 발부받았다고 해도 곧바로 신병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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