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의 차남 혁기(42)씨가 2일 검찰의 '2차 소환' 요구에 불응하면서 유 전 회장 측이 '시간 끌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세월호 선사 청해진해운의 실소유주인 유 전 회장 일가의 비리를 수사 중인 인천지검 특별수사팀(팀장 김회종 2차장검사)은 혁기씨 등 해외 체류 중인 3명의 핵심 인물에 대해 이날 오전 10시까지 출석해 조사받을 것을 통보했지만 혁기씨는 이에 응하지 않았다.

이날 혁기씨와 함께 검찰의 '2차 소환' 통보를 받았던 유 전 회장의 측근 김혜경(52·여) 한국제약 대표이사와 김필배(76) 전 문진미디어 대표 역시 출석하지 않았다.

유 전 회장의 후계자로 알려진 혁기씨는 유 전 회장 일가의 각종 비리 의혹을 규명할 핵심 인물 중 한 명이다.

검찰은 혁기씨가 그룹 내 주요 직책을 맡으면서 주요 의사 결정 과정을 지시하거나 개입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특히 혁기씨는 청해진해운을 포함해 관계 회사들의 지주회사인 아이원아이홀딩스의 최대주주로, 여러 계열사 경영에 실질적으로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뉴욕에 머물고 있는 혁기 씨는 지난 1일 자신의 변호인을 통해 "해외에서 귀국하는 시간 등을 고려하면 물리적으로 2일까지 출석하는 건 힘들기 때문에 어려울 것 같다"고 검찰의 소환 요구에 응하지 않겠다는 뜻을 전달한 바 있다.

유 전 회장 측 변호를 맡고 있는 손병기 변호사 역시 "형사 사건의 변호사가 선임되면 검찰 출석 여부 등 추후 일정을 정할 수 있을 것 같다"며 혁기씨 등의 국내 입국 시기 조차 정해지지 않았음을 내비쳤다.

유 전 회장 일가에 대한 조사가 늦춰지면서 향후 검찰의 수사 일정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은 미국 영주권자인 혁기씨에 대해 여권무효화 등의 조치를 취할 방침이지만 현재로는 '자진 입국'을 유도하는 것 이외에는 마땅한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검찰이 강제 송환에 나설 경우 혁기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법무부와 외교부를 통해 미국에 범죄인 인도를 청구, 현지 재판을 통해 강제 송환 여부가 결정된다.

하지만 범죄인 인도 결정이 나더라도 혁기씨가 현지에서 재판을 더 받을 가능성이 남아 있어 최종 결정까지는 수개월이 걸릴 전망이다.

결국 검찰은 혁기 씨에 대해 한 차례 더 소환을 통보하는 한편 유 전 회장의 측근들에 대한 사법처리 속도를 높여 '자진 입국'을 유도할 것으로 보인다. 유 전 회장과 장남인 대균(44)씨를 먼저 소환해 조사할 가능성도 있다.

앞서 검찰은 지난 1일 유 전 회장 일가의 계열사 중 한 곳인 다판다의 송국빈(62) 대표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으며, 송 대표의 구속여부는 이날 오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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