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열린 서울신학대학교 기독교사회윤리연구소 제7회 정기세미나가 '신학과 사회학의 만남'을 주제로 진행됐다.

장신대 고재길 교수   ©장신대

이날 '신학의 공공성과 교회의 사회성'을 주제로 발제한 고재길 교수(장신대, 기독교윤리학)는 "본회퍼는 전쟁 이후의 독일의 참된 교회의 건설을 생각하면서 전후 독일의 미래 세대를 위한 교회론적인 비전 - '타자를 위한 교회'(Kirche für andere) - 을 말한다"고 했다.

또 "이 새로운 비전을 가지고 본회퍼는 자기존재의 보전과 안일에만 집중함으로써 나치의 정권 하의 유대인의 고난에 끝까지 동참하지 못했던 고백교회를 비판한다"며 "자기보전적 유익만을 위하는 교회를 추구함으로써 종교적 공동체로 변질된 고백교회에 대한 비판에서 우리는 무신적인 상황 속에서도 비종교적 공동체로서의 교회공동체를 새롭게 구상하는 본회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고재길 교수가 말하는 '무신적인 상황'이란 본 회퍼가 베를린의 테겔(Tegel) 감옥에서 쓴 편지(1944.4.30)를 통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끊임없이 나를 움직이고 있는 것은 오늘 우리에게 있어서 과연 기독교는 무엇이며 그리스도는 누구인가 하는 문제이다. 그것이 신학적인 말이든 아니면 신앙적인 말이든 상관없이 말에 의해서 말할 수 있는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우리는 완전히 비종교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고 교수는 이는 본회퍼가 발견한 '새로운 신학적 주제'이며 '새로운 신학적 사유'라며 "감옥 속에서 본회퍼는 신의 존재로부터 독립을 선언한 자율적인 인간들이 종교 없이(religionlos) 살아가는 '성숙해진 세상'에 대해 눈을 뜬다"고 표현했다.

'그러면 그리스도는 이러한 비종교적인 시대적 상황 속에서도 이 세상에 대한 지배권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여전히 세상에 대해 주가 되시는 그리스도라면 그 지배는 어떻게 가능한 것인가?'

고 교수는 "이러한 문제들을 본회퍼는 진지하게 제기한다"며 "왜냐하면 그에게 그리스도는 종교의 대상이 아니라 세상의 주인이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그는 "'공동체로 존재하는 그리스도'는 본회퍼의 견해에 따르면 이제 무신적인 비종교적인 세상에서도 주인의 역할을 감당한다"며 "그리스도의 주되심(Herrschaft)은 교회공동체의 영역에서 실현되지만 그것은 교회공동체의 내적인 공간 안에서만 제한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리스도의 현실은 사회적 삶의 구체적인 자리에서 즉 각각의 위임의 장소에서 실현되는 그리스도인의 사회적 책임을 모두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고 했다.

본회퍼 '종교' 비판, '종교'와 '신앙' 대립 개념으로 이해

고재길 교수는 "본회퍼의 종교비판은 기독교 그 자체에 대한 비판으로 오해되기도 했다"며 "이것은 종교의 개념에 대한 본회퍼의 생각을 바르게 이해하지 못한 결과"라고 했다.

그는 "본회퍼는 교회의 개념이나 그것의 존재의 필요성을 부정하지 않았다"며 "그는 종교적인 공동체로 변질된 그 당시의 교회를 비판하였고 따라서 그는 전후 독일의 미래 세대를 위한 새로운 교회론적인 비전을 구상하였던 것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 교수는 "본회퍼에게 있어서 종교는 신앙과 대립되는 개념으로 종교적 공동체와 신앙공동체의 의미를 그는 철저하게 구별한다"고 했다.

그는 "본회퍼의 견해에 따르면 종교적으로 하나님을 이해한다는 것은 하나님을 '형이상학적으로' 그리고 '개인주의적'으로 이해하는 것을 말한다"며 "형이상학적인 하나님에 대한 이해의 특징은 사람들이 하나님을 단순히 관념(Idee) - 최선, 전지, 전능, 최고 등등 - 으로 이해할 때 발견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하나님을 추상적인 형이상학적인 관념으로 이해할 경우 그리스도인들은 이 세상의 고난의 현실 속에서 자신을 계시하시는 하나님과의 참된 초월적인 경험을 가질 수 없다고 본회퍼는 강조한다"고 말했다.

이어 "하나님을 개인주의적으로 이해하는 종교를 설명할 때에 본회퍼는 내면성, 부분성, 후견인, 특권의식, 사적인 영역과 연관하여 말한다"며 "하나님을 한 개인의 자기중심적인 내면성과 경건성에 기초하여 이해할 때 이것은 종교적인 하나님 이해를 드러낸다"고 고 교수는 설명했다.

서울신대 기독교사회윤리연구소 제7회 정기세미나가 '신학과 사회학의 만남'을 주제로 29일 진행됐다.   ©오상아 기자

그는 "하나님을 인간의 삶의 일부분의 영역에 한정시켜서 이해할 경우 그 사람은 하나님을 종교적으로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며 "하나님을 개인의 사적인 문제와 계속 결부시키는 그리스도인도 가능하지만 이러한 형태의 하나님 이해는 모두 종교적으로 하나님을 이해하는 것이라고 본회퍼는 규정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맥락에서 우리는 기독교신앙의 사회성에 대해 하나님에 대한 신앙은 인간의 삶의 전체와 관련되며 그 신앙은 개인의 경건성을 포함하지만 그것을 넘어서 타자와의 관계까지 고려하는 신앙이다"는 본회퍼의 사상을 설명하며 "하나님에 대한 신앙은 사적인 영역만이 아닌 공적인 영역에서도 현실적합성을 가지고 나타나야 한다"는 주장을 소개했다.

본회퍼의 '성경적 개념들에 대한 비종교적 해석', 예수= 타자를 위한 인간

이어 고 교수는 "이와 같은 종교비판에 근거해 본회퍼는 성경에 나오는 신학적 개념들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시도한다"며 본회퍼의 '성경적 개념들에 대한 비종교적 해석(nicht-religioese Interpretation biblischer Begriffe)'을 소개했다.

그는 "예수는 무신적인, 성숙한 세상에서 '타자를 위한 인간'을 의미하며 신앙은 '타자를 위한 예수의 존재에 참여하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소개했다.

이어 고 교수는 "교회존재의 근거를 철저하게 교회의 사회성에서 찾고 있는 본회퍼의 교회론적인 입장은 아래에 잘 나타난다"고 본회퍼의 글을 인용했다.

"교회는 타자를 위해 존재할 때에만 교회이다. ..... 교회는 인간의 사회적 삶의 세상적 과제를 지배하면서가 아니라 도움을 주고 섬김으로써 관여해야 한다. .... 교회는 모든 직업인들에게 그리스도와 함께 사는 삶이 무엇이며 '타자를 위해 존재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에 대해 말하지 않으면 안 된다."

마지막으로 고재길 교수는 "'타자를 위한 교회'를 지향하고 더 나아가서 '타자와 함께 하는 교회'를 지향하는 한국교회와 공공 신학의 실천을 기대해 본다"며 "공적 책임의 이행의 과정은 세상과 이웃을 위해 낮은 자의 자리에 서서 그들을 섬기는 십자가의 사랑이 공유되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고도 말했다.

덧붙여 "마태복음 25장에서 볼 수 있는 '굶주린 자', '헐벗은 자', '목마른 자'는 국가의 공공정책의 이행의 과정에서 소외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며 "오히려 오늘의 공공신학은 공공정책의 담론의 형성과 그 정책 집행의 과정에서 타자의 사회적, 경제적 상황이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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