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이그(네덜란드)=AP/뉴시스】24일 오후(현지시간) 네델란드 헤이그에서 전 세계 53개국 정상과 UN 등 국제기구 수장이 한자리에 모인 가운데 열리고 있는 제3차 핵안보정상회의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이 전임 의장국 정상의 자격으로 개회식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2014.03.25.   ©뉴시스

박근혜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각) 북한 핵 폐기를 위한 국제사회의 관심과 협력을 강력하게 촉구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제3차 핵안보정상회의 개막식 기조연설에서 "북한은 핵무기비확산조약(NPT)과 유엔 안보리결의 등을 어기고 핵개발을 추진하면서 핵능력을 고도화하고 있다. 만약 북한의 핵물질이 테러 집단에게 이전된다면, 세계 평화에 큰 문제가 될 것"이라며 "3년전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유사한 재앙이 테러에 의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북한 핵시설의 안전성 문제도 큰 우려를 낳고 있다. 지금 북한의 영변에는 많은 핵시설이 집중되어 있는데, 한 건물에서 화재가 나면 체르노빌보다 더 심각한 핵재앙으로 이어질 것이란 지적"이라고 언급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핵안보·핵군축·핵비확산에 대한 통합적 접근 ▲핵안보 지역협의체 구성 ▲국가간 핵안보 역량 격차 해소 ▲원전 사이버테러 대응책 강구 등 4대 제안을 통해 국제 핵안보 체제가 추구해 나가야 할 발전 방향을 제시했다.

박 대통령은 우선 미국과 러시아가 고농축우라늄(HEU) 매매계약을 체결해 핵탄두로 전략을 생산한 이른바 '메가톤즈 투 메가와츠(Megatons to Megawatts)' 사업을 예로 들어 핵안보 등에 대한 통합적 접근을 강조했다

이 사업을 통해 미국은 러시아의 핵탄두로부터 나온 무기용 HEU를 사들여 저농축우라늄(LEU)로 전환, 원자력발전의 연료로 사용했다. 미국은 1993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25㎏짜리 핵탄두 2만개에 해당하는 500t의 HEU로 20년간 자국내 전력의 10%를 공급했다.

'핵군축'을 통해 '핵비확산'을 달성하고 나아가 '핵안보'를 공고히 한 전형적인 사례인 셈이다. 박 대통령도 "이것이야말로 '무기를 쟁기로 만든 것(swords to plowshares)'"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특히 박 대통령은 "국제사회는 현존하는 위험 핵물질을 제거하는 것에 더해 무기급 핵물질을 생산하지 않도록 하는 '핵분열물질생산금지조약(FMCT)'의 체결을 서둘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FMCT는 무기용 핵분열성 물질의 생산 자체를 금지하는 조약이지만 그 대상을 어디까지 할 것인가를 두고 의견이 엇갈려 교섭 논의는 지지부진한 상태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이 사실상 일본을 겨냥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일본은 원자로와 우리나라에는 없는 재처리시설을 보유한 상태에서 약 44t 이상의 플루토늄을 축적해 놓고 있어 핵무기 보유 잠재력을 가진 나라로 평가받는다.

우리 정부는 그동안 일본의 과잉 핵물질 보유가 동북아의 핵무장을 촉발시키는 기폭제가 될 수 있고 북한에 비핵화를 압박하는 데 있어서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 하에 이 문제를 주시해 왔다.

앞서 윤병세 외교부 장관도 지난 12일 핵안보정상회의 관련 특별학술회의 기조연설에서 "어떤 국가든지 필요 이상으로 많은 양의 핵물질을 보유·생산한다면 그 의도를 의심받게 되고 자국 및 주변국의 안보에도 위험을 줄 수 있다"고 말해 일본을 겨냥한 것이란 해석을 낳은 바 있다.

박 대통령이 "동북아 지역에는 전 세계 원전의 약 23%가 있는데 이처럼 원전 밀집도가 높은 지역에서 핵안보 지역협의체가 구성된다면, 원전 시설에 대한 방호는 물론 국가 간 신뢰 증진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언급한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은 핵테러 위협을 상기시키면서 "3년 전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유사한 재앙이 테러에 의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또 박 대통령은 '사슬은 가장 약한 고리만큼만 강하다'는 말을 인용해 국가 간 핵안보 역량 공유를 강조하고 원전 사이버 테러에 대비한 국제원자력기구(IAEA) 중심의 방어지침 및 시스템 개발과 방호 체제 구축 등도 제안했다.

이와 함께 박 대통령은 "북핵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핵무기 없는 세상을 만드는데 꼭 필요하고, 그래서 핵무기 없는 세상의 비전은 한반도에서 시작돼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며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국제사회의 관심과 협조를 촉구했다.

특히 박 대통령은 핵비확산·핵안보·핵안전 등 세 가지 측면에서 북한의 핵 프로그램이 가진 위험성을 조목조목 지적하면서 "세계평화와 안전을 위해 반드시 폐기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핵비확산 원칙과 관련해 "지금 북한은 핵비확산조약(NPT)과 유엔 안보리결의 등을 어기고 핵개발을 추진하면서 핵능력을 고도화하고 있다"고 비판했으며 핵안보와 관련해서는 "만약 북한의 핵물질이 테러 집단에게 이전된다면 세계 평화에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핵안전과 관련해서도 "최근 국제 전문연구기관에서 발표한 바 있듯이 북한 핵시설의 안전성 문제도 큰 우려를 낳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지금 북한의 영변에는 많은 핵시설이 집중돼 있는데 한 건물에서 화재가 나면 체르노빌보다 더 심각한 핵재앙으로 이어질 것이란 지적"이라면서 북핵이 한반도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세계 공통의 이슈인 만큼 국제사회가 함께 나서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편 박 대통령이 핵안보정상회의 개막전 처리를 촉구한 원자력방호방재법의 3월 임시국회 통과가 끝내 무산됨에 따라 전임 의장국 정상으로서 국제사회에서의 신뢰와 지도력 손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2012년 서울에서 열린 핵안보정상회의에서 '핵테러억제협약'과 '핵물질방호협약'의 국제적 비준을 주도했는데 원자력방호방재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돼야만 두 협약이 효력을 발휘할 수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 18일 국무회의에서 여야간 이견으로 원자력방호방재법이 통과되지 않고 있는데 대해 '유감'을 표명하면서 "지금 북한의 핵위협을 전 세계가 지켜보고 있는데 핵안보와 관련해 우리가 다른 나라보다 앞장서서 나가기는 커녕 약속한 것마저 지키지 못한다면 국제적으로 얼마나 신뢰를 잃게 되겠냐"고 언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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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비핵화 #박대통령안보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