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틴루터킹 목사 교회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에 위치한 실로 침례교회. ©YouTube/News 5 Cleveland

미국의 흑인 인권운동 지도자 마틴 루터 킹 주니어 목사가 암살되기 몇 달 전 설교했던 역사적인 교회가 건물 복원을 위해 75만 달러(약 10억원)의 지원금을 받았다. 교회 측은 이번 지원금을 지역사회 사역을 이어갈 수 있도록 주어진 ‘하나님의 선물’이라고 표현했다.

1849년 설립된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의 실로침례교회(Shiloh Baptist Church)는 1926년 현재 위치인 스코빌 애비뉴 5500번지로 이전했다. 클리블랜드 복원협회에 따르면, 현재 건물은 1906년 유대인 회중 브나이 예슈룬을 위한 회당으로 지어졌으며, 역사적 건축물로 지정돼 있다.

교회의 첫 여성 담임목사인 리사 굿즈 목사는 지역 방송 뉴스5 클리블랜드와의 인터뷰에서 교인 수가 많지 않아 건물을 유지·관리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 왔다고 밝혔다. WKYC 보도에 따르면 건물의 대형 기둥을 지탱하는 기초가 손상되고 일부 스테인드글라스 창문도 변형되는 등 보수가 시급한 상황이다.

교회는 미국 국립공원관리청(NPS)의 아프리카계 미국인 시민권 보조금 프로그램을 통해 75만 달러를 지원받았다. 굿즈 목사는 오랜 기간 건물 유지에 어려움을 겪었다며 이번 지원이 큰 위로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보조금은 교회를 유지하는 것뿐 아니라 클리블랜드 지역사회를 섬기려는 우리의 계획에 주어진 하나님의 선물”이라고 밝혔다.

실로침례교회는 오랫동안 흑인 공동체와 클리블랜드 주민들의 중요한 모임 장소 역할을 해 왔다. 굿즈 목사에 따르면 20세기 초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이 더 나은 일자리와 생활환경을 찾아 남부에서 북부로 이동한 ‘대이주(Great Migration)’ 시기에 교회는 피난처 역할을 했다. 이후 미국 민권운동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킹 목사는 1967년 이 교회 강단에서 베트남 전쟁에 관해 설교했으며, 교회가 ‘오퍼레이션 브레드바스켓(Operation Breadbasket)’과 같은 경제적 정의 실현 활동을 지원하고 아프리카계 미국인에 대한 차별적 대우에 항의하도록 촉구했다. 당시 실로침례교회는 지역 기업 실테스트(Sealtest)의 흑인 차별 문제에도 대응했다.

교회는 1966년 클리블랜드에서 발생한 허프 폭동(Hough Riots) 당시 불에 탄 주택을 재건하는 데도 참여했다. 1922년 클리블랜드에서 태어난 배우이자 가수 도로시 댄드리지는 이 교회의 교인이었다.

댄드리지는 노래 그룹 ‘댄드리지 시스터스’로 활동했으며, 1954년 영화 ‘카르멘 존스’의 주연으로 출연해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최초의 아프리카계 미국인 여성이 됐다. 굿즈 목사는 할렘 르네상스 시기에 실로침례교회가 예술 활동을 위한 공간도 제공했다며, 댄드리지가 이곳을 자신의 첫 공연 장소로 꼽았다고 전했다.

교회가 지난 10월 1일 홈페이지에 발표한 성명에 따르면 복원 공사는 건물 정면의 대형 현관 구조물 보수, 누수로 손상된 회벽 복구, 실내 온도 조절을 위한 냉방시설 설치, 장애인 접근성 개선 등을 포함한다.

또한 1982년에 작성된 미국 국가사적지 등록 신청 자료를 갱신해 교회의 역사와 민권운동 당시 회중의 역할을 기록할 예정이다.

이번 사업은 클리블랜드 복원협회가 관리하며, 전문 문화유산 복원업체들이 공사를 맡는다. 협회는 교회와 함께 보조금 신청을 준비했으며, 복원 작업은 2027년 초 시작될 예정이다. 사업 기간은 3년으로 계획됐다.

클리블랜드 복원협회의 보존사업 책임자 마거릿 랜은 “클리블랜드에는 실로침례교회와 같은 건물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교회가 규모가 큰 회중은 아니더라도 보건 서비스, 식품 접근성 개선 등 다양한 지역사회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공동체의 중요한 역할을 해 왔다는 점이 지원금 선정에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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