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지리아 국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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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지리아에서 올해 1월 1일부터 9월 8일까지 최소 4,216명의 기독교인이 살해됐으며, 이는 평균 86분마다 한 명이 희생된 수준이라는 보고서가 나왔다.

미국에 기반을 둔 기독교 구호단체 ‘이퀴핑 더 퍼시큐티드(Equipping The Persecuted·ETP)’는 최근 발표한 ‘나이지리아 미들벨트 위기: 종교 박해와 안보 실패(Crisis in the Middle Belt: Religious Persecution and Security Failure in Nigeria)’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해당 기간 나이지리아에서 기록된 기독교인 사망자는 하루 평균 16.8명에 달한다. ETP는 이 수치가 현장 조사와 목격자 및 생존자 증언, 지역 관계자들의 제보, 후속 검증 등을 토대로 집계한 ‘문서화된 최소치’라고 설명했다.

ETP는 특히 나이지리아 중부 미들벨트 지역에서 발생하는 기독교 농촌 공동체에 대한 폭력의 상당 부분이 종교적 동기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또 조직화된 무장 네트워크가 폭력에 관여하고 있으며, 풀라니계 무장 세력이 보코하람과 이슬람국가 서아프리카지부(ISWAP)를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사망자를 발생시킨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다만 보고서는 나이지리아에서 발생하는 모든 폭력을 종교적 박해로 규정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토지와 자원, 목축 및 농경지를 둘러싼 갈등, 부족 간 분쟁 등 다양한 요인이 폭력의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TP는 그러나 이러한 요인만으로는 미들벨트 지역에서 반복되는 마을 습격과 교회 방화, 납치, 특정 공동체를 겨냥한 살해, 마을 파괴 및 장기적인 주민 이주 현상을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공격을 단순히 농민과 목축민 간 충돌이나 정체불명의 무장세력에 의한 공격, 일반적인 농촌 지역의 폭력으로만 규정할 경우 대규모 박해가 단순한 개발 문제나 치안 실패로 잘못 이해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해를 입은 공동체의 종교적 정체성이 보도에서 빠질 경우 폭력의 종교적 성격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을 수 있다”며 “그 결과 특정 집단을 겨냥한 박해가 광범위한 치안 불안이라는 서사 속에 묻혀 그 성격과 규모가 가려질 수 있다”고 밝혔다.

풀라니계 무장세력, 보코하람·ISWAP보다 많은 사망자 발생

ETP는 베누에(Benue), 플래토(Plateau), 남부 카두나, 나사라와(Nasarawa), 타라바(Taraba) 등 미들벨트 지역에서 발생하는 공격과 관련해 풀라니계 무장 네트워크를 주요 위협 세력으로 지목했다.

보고서는 다만 ‘풀라니계 무장세력’ 또는 ‘풀라니 민병대’라는 표현이 풀라니족 전체나 민간인에게 집단적 책임을 돌리는 의미는 아니라고 명시했다.

ETP 산하 나이지리아 테러 추적기(Nigeria Terror Tracker·NTT)의 자료에 따르면, 2025년 1월 1일부터 9월 7일까지 풀라니계 무장세력과 연계된 행위자들에 의해 발생한 사망자는 4,932명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보코하람과 ISWAP에 의한 사망자는 합계 1,958명이었다.

2026년 같은 기간에는 풀라니계 무장세력 관련 사망자가 786명, 보코하람과 ISWAP에 의한 사망자가 189명으로 집계됐다.

ETP는 NTT와 자체 사망자 등록부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집계된 별개의 자료라며 두 자료를 동일한 지표로 간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 같은 수치는 확인된 사건을 기반으로 한 최소치이며, 실제 폭력과 강제 이주의 규모는 이보다 클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아프리카 종교자유관측소(Observatory for Religious Freedom in Africa·ORFA)의 자료도 언급했다. ORFA는 문서화된 기독교 민간인 사망 사건 가운데 53%를 풀라니계 무장단체에 의한 것으로 분류했으며, 보코하람과 ISWAP을 합친 비율은 8%로 집계했다고 ETP는 전했다.

“500만 명 이상 기독교인 강제 이주”

ETP는 폭력과 치안 불안으로 인해 나이지리아에서 500만 명 이상의 기독교인이 강제 이주했으며, 600개 이상의 기독교 공동체가 파괴되거나 주민들이 떠난 것으로 추산했다.

보고서는 강제 이주가 단순한 인도주의적 위기에 그치지 않고 지역의 인구 구조와 토지 소유에도 장기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TP는 “강제 이주민들이 난민 캠프나 임시 거주지에 머무는 동안 무장세력이 농지와 교통로, 수자원, 마을 등에 접근할 수 있게 되면 강제 이주는 장기적인 영토 변화의 수단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인도적 지원은 필수적이지만, 안전하고 자발적인 귀환을 위한 조치가 병행되지 않을 경우 강제 이주와 재산 상실이 장기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TP는 또 가해자들에 대한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 반복되는 폭력의 원인 중 하나라고 주장했다. 무장세력이 지역과 주의 경계를 넘어 반복적으로 공격하고, 과거 공격했던 지역을 다시 습격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효과적인 책임 규명을 위해서는 개별 범죄자뿐 아니라 지휘관, 모집책, 무기 공급자, 운송 지원자, 자금 제공자, 정보 제공자 및 범죄 행위를 지원하거나 묵인한 공직자 등에 대한 수사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종교적 성격 제대로 보도되지 않아”

ETP는 나이지리아 언론이 공격의 가해자와 피해자의 종교적 정체성을 충분히 보도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며, 이로 인해 종교적 동기가 있는 폭력이 단순한 농촌 지역의 치안 불안으로 인식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언론 보도에 크게 의존하는 데이터는 해당 보도에 존재하는 한계와 누락을 그대로 반영할 수 있다”며 “그 결과 사망자 통계와 분쟁 분석에서 폭력의 종교적 성격이 과소평가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정확한 상황 파악을 위해서는 사건과 사망자 수뿐 아니라 피해자 집단, 특정 공동체에 대한 공격 양상, 강제 이주, 종교시설 파괴 등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납치 피해자들의 상황도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ETP는 납치 피해자들이 억류 기간 동안 고문과 굶주림에 노출되는 경우가 있으며, 여성과 소녀들은 성폭력 위험에도 직면한다고 밝혔다.

소년과 젊은 남성들도 구타와 고문, 강제노동, 몸값을 요구하기 위한 억류 등의 피해를 입는 경우가 있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일부 납치범들은 인질 영상을 이용해 가족들에게 몸값을 요구하며, 이 과정에서 가족들이 가진 재산을 모두 처분하는 사례도 발생한다고 ETP는 설명했다.

다만 나이지리아의 납치 관련 통계는 종합적이지 않으며 완전히 신뢰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특히 풀라니계 무장세력과 관련된 미들벨트 지역의 납치는 보복에 대한 두려움과 정부 기관에 대한 불신, 당국에 접근하기 어려운 환경 등으로 인해 실제보다 적게 보고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ETP “무장 네트워크 해체와 피란민 귀환 필요”

ETP는 나이지리아 정부와 국제사회가 미들벨트 지역의 무장 네트워크를 파악하고 해체하기 위한 지속적이고 정보에 기반한 대응을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특히 무장세력의 지도부와 자금 조달, 무기 공급, 모집, 통신망, 운송 경로 및 은신처 등을 대상으로 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동시에 무장세력과 일반 풀라니 민간인을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나이지리아가 폭력에 책임이 있는 사람들을 조사하고 기소하며 책임을 묻도록 지원하고 촉구해야 한다”며 “국내 대응이 충분하지 않을 경우 국제사회가 민간인 보호와 책임 규명, 지역 안보를 위한 추가적인 조치를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미국과 나이지리아 정부 및 국제사회가 강제 이주한 기독교 공동체가 조상의 땅으로 자발적이고 안전하며 존엄하게 귀환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TP는 귀환 지역의 치안을 장기적으로 유지하고, 교통로와 농장, 시장, 예배 장소 등을 보호하는 한편 주택과 교회, 학교, 의료시설, 도로, 우물 및 농업 기반시설 등을 복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미국의 정보·대테러·법집행 기관들이 보코하람과 ISWAP뿐 아니라 미들벨트에서 활동하는 풀라니계 무장 네트워크와 다른 폭력 행위자들에 대해서도 종합적인 분석을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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