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24일 개표 요건인 투표율 33.3%를 넘기지 못하고 무산, 사실상 야권이 승기를 잡으면서 정국이 격랑에 휩싸일 전망이다.

특히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둔 승부처에서 일격을 당한 여권의 정국주도권이 흔들릴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정치권 구도 자체에 어떤 식으로든 변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가 25.7%의 투표율이 나온 이번 투표와 관련해 민주당의 투표거부 운동을 비판하며 "오세훈 서울시장이 사실상 승리했다고 본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여권이 위기를 맞았다는데 큰 이견은 없는 상황이다.

우선 주민투표에 자리를 건 오세훈 서울시장의 거취를 둘러싼 격렬한 논란이 예상된다.

오 시장은 당장의 거취표명을 피했다. 한나라당 한 중진의원도 "이번 투표는 승자가 없으며 모두 졌다. 이번 사안을 주민투표로 끌고간 오 시장과 오 시장을 벼랑으로 몰고간 서울시의회 모두 잘못됐다"며 양비론을 주장하면서 오 시장의 즉각 사퇴에 반대했다.

하지만 민주당 이용섭 대변인은 "오세훈 서울시장은 응분의 책임을 확실하게 져야 하며 정부와 한나라당에도 대오각성을 촉구한다"며 즉각 사퇴를 촉구했다. 이런 기류에 비춰 한나라당 지도부의 바람에도 불구하고 오 시장은 강한 사퇴 압박에 휘말릴 전망이다.

오 시장이 9월30일 이전에 사퇴하면 서울시장 보선은 10월26일 실시된다. 정국의 흐름을 가를 메가톤급 선거가 될 것이라는데 이견이 없다.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 등은 "어떤 경우에도 10월 보선은 없다"며 오 시장의 사퇴를 늦춰 내년 4월 총선 때 보선을 함께 하겠다는 구상을 추진 중이다. 10월 보선에서 승리 가능성이 적은 만큼 시간을 벌면서 거물급 인사를 영입하겠다는 복안에서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하지 않다.

당내 주류인 친박(친박근혜)계와 수도권 의원들 일부가 "내년 4월 서울시장 보선과 총선을 함께 치르면 여권은 공멸하고 만다"며 반발하고 있다. 오 시장이 오래 버티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결과를 놓고 여권내 책임론이 분출하면서 한나라당이 내홍에 빠져들 가능성도 제기된다. 보선 시기를 둘러싼 논란이 격화될 경우 홍 대표의 입지도 타격 받을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전체적으로 여권이 정국 주도권을 잃고, 민심이 등을 돌릴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10월 보선정국이 펼쳐지면 여야의 대충돌은 불가피하다. 서울시장 보선이 총선과 대선가도에서 최대 승부처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여야 어느 쪽도 보선 승리를 장담할 수는 없다. 하지만 구청장에 이어 서울시장까지 민주당에 내줄 경우 여권은 내년 4월 총선서 고전이 불가피하다게 중론이다. 서울시장의 지원을 받을 수 없는 탓이다.

이미 한나라당에서는 나경원, 원희룡, 정두언 의원 등이, 민주당에서는 한명숙 전 총리와 박영선 의원, 이인영 최고위원 등이 차기 서울시장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등 벌써부터 보선정국이 달아오를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오 시장 사퇴와 서울시장 보선의 결과는 내년 4월 총선의 승패와 직결될 가능성이 높다. 그 후폭풍이 대선까지 이어지리라는 관측도 나온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서울시장을 차지하는 쪽이 총선을 우호적인 환경에서 치르고 대선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서울시장 보선→총선→대선이 한 맥락에 놓여 있다는 분석이다.

이번 주민투표 무산이 여야를 통틀어 가장 유력한 차기 대선 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에게 미칠 여파도 주목된다. 박 전 대표가 주민투표와 거리를 둔 만큼 별다른 상처를 입을 게 없다는 일각의 관측이 있는가 하면, 여권내 유동성이 커지면서 구도자체가 흔들려 결국 유탄을 맞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청와대와 한나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시장직을 건 오 시장은 정치생명의 중대한 위기를 맞게 됐다. 다만 '복지 포퓰리즘에 맞선 전사'를 자처한 만큼 여권내 차차기 주자의 이미지를 쌓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민주당은 주민투표 무산의 여세를 몰아 무상급식과 무상보육, 무상의료, 반값등록금 등 '친서민 무상시리즈'를 더욱 강력히 밀어붙일 전망이다. 이를 통해 '민주당=친서민 세력'의 이미지를 부각, 총선과 대선의 유리한 고지를 점하겠다는 복안이다. 이인영 최고위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보편적 복지에 대한 사회적 저변을 확인했다"며 "한나라당은 복지에 대한 인식과 발상전환에 나서야 하며 부자감세를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주민투표 사태가 '보편적 복지'를 총선과 대선의 화두로 부상시켰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보편적 복지가 '시대정신'으로 떠오르며, 양대 선거가 복지의 프레임 아래서 치러질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그 경우 복지 포퓰리즘 논란이 정치권을 뜨겁게 달굴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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