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채 총장
서병채 총장
멜빈대학교에 3년간 다녀서 졸업한 학생이 교회를 개척했다고 알려왔다. 개교한지 3년이 지나니(2021년 개교) 이제 졸업생들의 방향과 진로문제가 대두된다. 사실 신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의 앞에는 주로 세 가지 가능한 선택들이 있겠다. 한국이나 여기 아프리카나 유사한 현상이다. 대학원 진학, 교회 개척, 파라처치 사역. 셋 다 쉬운 것은 아니다. 나야 이제 나이도 들어서 이런 것을 시작할 일은 없겠지만 갓 졸업하는 학생들에게는 실제 피부로 와 닿는 문제이다.

우선 대학원 진학을 얘기해보자. 이것은 교수가 되기 위한 최종 목표인 것 같다. 케냐는 석사만 있으면 대학 교수가 가능하다. 우리 멜빈대학교도 석사만 가져도 교수로 채용되고 있다. 그런데 등록금이 비싸니 석사과정 공부하기가 쉽지 않다. 한국에 비하면 매우 싼 편이지만 케냐 가정들의 수입으로는 사실 불가능하다. 예를들어 우리 멜빈대학교 학생들은 거의 95% 장학금으로 진행되고 있다. 외부의 도움이 없이는 학사과정(BA) 마치기도 불가능하다. 타 대학은 어떤가 하고 보다가 공립학교가 있는데 (케냐도 국립, 공립, 사립대학교 세 가지이다.) 천 명이 입학하는 대학교를 보았다. ‘와∽ 많이도 입학하네!’ ‘멜빈대학교는 많아야 한학기에 50명 입학하는데 (1년에 세 번 모집), 공립학교이지만 어떻게 그렇게 많이 입학하지?’ 하고 자세히 살펴보니, 자비로 내는 학생은 천명 중 7명이었다. 결국 993명은 시에서(공립이니) 대주는 것이었다. 이럴 경우 시장이 그 대학의 이사장이 되고, 총장은 시장이 뽑는 식이다. 그래서 우리 학교도 공립으로 해볼까 생각도 해봤는데, 아주 시골이라 수지타산이 안 맞아 공립으로 되기가 불가능하다는 얘기였다. 결국 사립으로 계속 가는 수 밖에 없다.

둘째로 학생들의 진로는 교회 개척이다. 이것도 사실 만만치 않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케냐도 교회가 많은 편이다. 케냐교회들은 한국의 1950~60년대와 같은 상황이라 교회 열심, 기도 열심이면 신학공부 없이 안수받고 교회 개척, 목회를 시작하곤 했다고 한다. 그러니 교회가 많은 편이겠다. 하지만 지금은 케냐도 물가가 올라가서 예배당 임대하기도 쉽지 않다. 그래서 땅을 장기 임대하여 가건물(假建物)을 준비해 수년간 목회를 하게 된다. 그러니 등록금도 못 내고 공부한 학생들이 또 교회 개척을 준비한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어떤 교회는 벽돌로 벽만 세워놓고 수년을 목회하기도 한다. 창문이나 지붕을 달 여력이 안되는 것이다.

세 번째는 파라처치 사역이 한 옵션이라고도 보겠다. 그래서 내 경우는 학생들께 이런 파라처치 사역을 강조한다. 파라처치는 순수한 ‘비전’만으로 시작한다. 물론 훈련원, 훈련센터 같은 것을 많이 하기도 하는데, 그런 것이 파라처치 사역이라는 것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것 같다. 그리고 배울 기회도 없었으니 전문성이 약하다. 그래서 나는 퍼라처치의 의미와 철학, 전략 등을 학생들께 소개하곤 한다.

그 외에도 신학교 설립, 선교사로 가는 등등의 진로를 생각해볼 수도 있겠다. 소위 인가난 신학교를 세운다는 것은 거의 하늘의 별따기 만큼 힘든 것이니, 아프리카라는 현 상황에 맞게끔, 일단 가볍게 시작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 보여진다. 이러한 신학교들은 세우기도 쉽고 또 돈 없이 공부할수 있는 기회도 주니 학생들도 많이 모이고, 그렇게 해서라도 공부할 수 있는 기회도 주어지니 감사한 일이다. 물론 안수까지는 연결되지 않고 순수 신학공부로 수료증(Certificate), 자격증(Diploma)을 받는 것으로 만족하기도 한다.

아무튼 졸업하는 학생들의 앞날에 주님의 은총이 계속 함께하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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