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성길 교수
민성길 명예교수

엠폭스(Mpox)는 원숭이두창(monkeypox)의 새로운 이름이다. 원숭이두창이라는 말에 오해 소지가 있다 하여 WHO가 Mpox로 바꾸었다.

엠폭스는 1958년 덴마크의 한 실험실 사육 원숭이에서 처음 발견되었다. 인간감염은 1970년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처음으로 보고되었다. 이후 엠폭스는 중앙아프리카와 서부아프리카의 풍토병으로 생각되었다. 야생동물(쥐, 다람쥐, 같은 설치류 및 원숭이 등)로부터 사람에게 옮는 병이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2022년 5월 이후, 엠폭스가, 풍토병 지역과 연관성이 없는, 유럽에서 발견되기 시작하였다. 영국에서 시작으로 유럽과 북미, 남미, 호주 등 다수 국가에 이례적으로 빠르게 전파하였다. WHO에 의하면, 2022년 한 해 누적 확진 환자는 110개국에서 82,628명이다.

처음에는 세계의 공공보건전문가들은 엠폭스를 성병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WHO는 지난 2년간 유럽과 미국 등지에서 엠폭스가 섹스로 전파됨을 알게 되었다. 그 근거는 영국에서 2022년 6월 20일까지 보고된 엠폭스 793례 가운데 여성은 5명뿐이었다는 사실, 엠폭스 확산이 유럽에서 열린 대규모 행사에서 벌어진 동성애자들의 성관계에서 비롯되었다는 관찰 등이다. 또한 2022-2023 다국가 유행에 대한 조사 결과, 엠폭스가 게이, 바이섹슈얼, MSM(Men who have sex with men)하는 사람들, 즉 GBMSM에게 다수 발견되었다.

2022년 12월 Clinical Infectious Diseases라는 학술지에 한 입장문이 발표되었는데, 엠폭스가 성매개질병임을 선언하였다. 그 근거는 ① 특정 성행위와 엠폭스 발병간 시간적 관련성, ② 특정 성행동과 엠폭스 발병 장소 간의 관련성, ③ 성행위 회수가 많고, 또한 다른 성병이 많은 사람에서 엠폭스도 많이 발생한다는 사실, ④ 엠폭스 버이러스가 성적 체액에 존재한다는 사실, ⑤ 항문과 성기 부위에 병변이 많다는 사실 등등이다. 이 입장문은 공공보건 기구들이 엠폭스 예방과 치료에 있어 어디에 초점을 두어야 할지 알게 해 줄 것이라 하였다.

콩고에서 (풍토병이 아닌) 섹스로 감염된 것으로 확인된 첫 환자는 2023년 3월 15일 벨기에에서 콩고에 입국한 남자였다. 그 남자는 도착한 날 클럽에서 남자와 성행위(MSM)를 하였다. 그는 항문의 가려움증과 불편감 같은 증상을 나타내기 시작하였다. 이틀 후 항문과 성기 주변을 시작으로 몸통과 둔부에 피부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3월 23일 바이러스 검사로 엠폭스가 확진되었다. 당국은 그와 성관계한 사람들을 추적하였다. 27명이 확인되었고, 그중 6명을 검사했는데, 5명에서 바이러스 확인되었고, 그중 4명은 남자였고, 그 중 3명에서 Mpox가 발병하였다. 수개월 후 이들과 관련 없는 또 다른 동성애자 환자가 엠폭스로 확진되기 시작하였다.

이처럼 엠폭스가 전 세계적인 성병이 되는 과정은 HIV-AIDS와 비슷해 보인다. 그러나 엠폭스는 반드시 성관계를 통해서만 전파되는 것은 아니다. 미국 CDC는 원숭이두창바이러스에 감염된 동물이나 사람, 또는 바이러스에 오염된 물질과의 밀접한 접촉을 통해서도 감염될 수 있다고 하였다.

첫 한국인 환자는 2022년 6월 21일 독일에서 인천공항을 통해 한국에 들어온 한 승객이었다. 그는 입국 후 공항 검역대에서 엠폭스 증상 의심 신고를 한 후 양성 판정을 받았다. 이후 확진되는 환자가 더 발견되기 시작하였다. 질병관리청에 의하면, 2023년 11월 24일 현재 엠폭스로 확진된 환자는 155명(내국인 140명, 외국인 15명)이다. 지역별로 서울 88명, 경기도 28명으로 많다. 성접촉에 의한 감염이 140명이었다. 그러나 성별에 의한 통계는 발표되지 않고 있다. 질병관리청은 엠폭스가 인수공통병이라고 말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 원숭이두창바이러스를 보균하고 있는 동물이 있단 말인지 모를 일이다.

초창기와 달리 지금 우리나라는 엠폭스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은 희미해지고 있다. 그러나 세계적으로는 반드시 그렇지 않다. 아프리카가 문제라고 한다. 예를 들어 콩고민주공화국에는 2023년 1월 현재, 12,569명의 엠폭스 환자들이 있으며 그중 581명이 죽었다고 하였다(사명률이 4.6%). 보건전문가들은 2023년 인구 1억 200만명의 콩고 상황은 다른 나라와 비슷하기 때문에, 엠폭스가 콩고에서 통제되지 않으면 전세계적인 문제가 될 것이라 경고하고 있다.

엠폭스의 원인은 원숭이두창바이러스(Monkeypox virus)이다. 이 바이러스는 현재 the clade I MPXV(콩고분지 clade)와 the clade II MPXV(서아프리카 clade) 두 가지인데, 최근 clade II는 다시 clade IIa 와 clade IIb로 분류되고 있다. 지금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것은 대부분 clade IIb이다. 현재 콩고에서 유행하고 있는 변종은 clade I 인데, 그 치명률은 10%오서 IIa의 약 100배이다.

엠폭스의 증상은 바이러스에 노출(감염)된 후 10일 정도 후에 나타나기 시작한다. 초기에 열감, 두통, 근육통, 임파선염, 피로감 등이 나타난다, 이후 성기와 항문 주변 피부에 수포와 딱지가 형성된다. 그 피부 증상들은 천연두, 수두, 홍역, 옴, 매독 등과 비슷하다, 대부분 경미하게 증상이 나타나고 2-4주 후 증상이 살아진다.

치료는 증상 완화 치료이다. 진단검사 결과 양성으로 확인되면, '2급 감염병'으로서 격리입원시켜 증상에 따른 대증치료를 받게 한다. 환자 상태와 증상의 중증도를 고려하여, 필요시 테코비리마트같은 항바이러스제를 투여한다.

고위험군은 면역저하자, HIV감염인, 소아, 임산부, 수유부, 기저질환자 등인데, 이들에서 드물게 중증(출혈, 패혈증, 뇌염, 등)으로 진행되거나, 합병증(이차세균감염, 심한 위염, 기관지폐렴 등)이 발생할 수도 있다. 치료하지 않으면 사망률은 clade I의 경우 약 10% 정도이다

엠폭스 환자들 중 35%는 HIV에도 감염되어 있다 한다. 즉 엠폭스는 HIV 감염인의 기회감염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에서는 엠폭스의 증상은 심각하며, 사망율은 약 15%에 달한다.

천연두 백신으로 엠폭스 감염을 85% 정도 예방할 수 있다. 엠폭스 예방과 관련하여 WHO의 권고는 다음과 같다(모든 성병에서와 마찬가지이다): ① 섹스파트너와 병증세와 감염 위험에 대해 공개적으로 서로 대화한다. (엠폭스의 피부증상은 은밀한 곳이 있어 발견하기 어렵다) ② 섹스 파트너와 과거 자세한 접촉 경험을 교환한다. ③ 성행위를 중지한다. 즉 금욕하거나, 새 파트너 수를 줄이거나, 특히 서로 모르는 파트너와의 섹스를 중지한다. ④ 항상 콘돔을 사용한다(그러나 콘돔은 성병을 완전히 예방하지 못한다). ⑤ 성행위 발생장소(sex-on-premises venues: 바, 사우나, 어두운 방 등)를 피한다. ⑥ 성관계시 술이나 약물을 사용하는 것(소위 chem sex)을 피한다. 한마디로 낯선 사람과의 MSM를 피하라이다. 상대방도 같은 위험에 처해 있다.

바이러스에 의해 매개되는 성매개 감염병(sexually transmitted disease, STD)에는 HIV-AIDS, 성기 헤르페스, HPV, 그리고 간염(hepatitis) 등이 있는데, 최근 엠폭스도 성병으로 간주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성행위는 질 성교, 항문 성교, 구강 성교, 그리고 때때로 수음(manual sex)까지도 의미한다. 이런 성병들은 최근 성행위의 특성상 게이들 사이에서 흔히 발견되고 있다.

20세기에 시작된 프리섹스의 성혁명의 과정에서, 미래에 또 어떤 새로운 성병이 등장할지 우려된다. 이에 대한 크리스천이 취할 태도는 자명하다.

민성길(연세의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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