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성길 교수
민성길 명예교수

HIV란 인체(Human) 면역결핍(Immunodeficiency) 바이러스(Virus)의 약자이다. HIV는 에이즈(AIDS. acquired immunodeficiency syndrome)를 일으키는 원인 바이러스이다.

HIV의 감염경로는 거의 대부분 성교다. 주로 항문성교, 구강성교, 구강-항문 접촉(rimming)으로 HIV 감염이 일어난다. 특히 ‘바터밍(Bottoming, 남성동성애자의 여성 역할을 하는 행위)’에 감염자가 많다. 기타 경로는 감염된 체액(혈액, 정액, 질 분비물, 모유 등) 또는 조직에 노출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오염된 혈액의 수혈이나 장기이식 또는 주사바늘의 공동사용(마약 중독자들이 흔히 하는 행태)으로 전염된다. 드물지만 임신과 출산시 어머니로부터 통해, 태아-신생아가 감염된다(이를 수직감염(vertical transmission)이라 한다). 그러나 대변, 콧물, 침, 가래, 땀, 소변, 구토물 등은, 혈액에 오염되지 않는 한, 거의 감염을 일으키지 않는다.

미국의 경우 에이즈 환자 70%는 게이 또는 양성애자들이라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에이즈 발생 초기 국가이므로, 에이즈 환자는 거의 전원 남자들이다.(2022년도 HIV/AIDS 내국인 신고현황 95.8%가 남자) 동성애 옹호단체들은 에이즈를 동성애와 관련시키는 것을 비판하고, 에이즈는 동성애 때문이 아니라 개인의 성 행동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실제, 국내외의 학술적 자료들은 에이즈는 애초 남자 동성애로 전파되기 시작하였고, 현재도 신규감염자는 거의 모두 동성애자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동성간 섹스를 시작하는 나이가 어릴수록 에이즈 발병률이 높아진다.

임수현이 성과학연구협회 11월 월례세미나에서 발표한 바에 따르면 우리나라 연간 신규 에이즈 환자 수는 2000년 219명에서 2022년에는 1,066명으로 증가하였다. 세계적으로는 에이즈 환자가 감소하고 있는데, 유독 우리나라에서는 에이즈 환자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 에이즈 역학의 특징은, 아직까지는 주로 젊은 남성 동성애자, 특히 청소년과 청년층에서 감염이 많다는 것이다. 2022년 통계에 의하면 26-34세 사이 신규감염자는 355명으로 전체 신규감염자의 43.0%를 차지한다. (20-39세 사이에서는 64.5%) 15~19세 사이의 청소년 신규감염자는 12명 전원 남자였다. 지금까지의 내국인 누적감염인은 19,001명이며, 그 중 3,121명이 사망하였다. 누적 생존인은 현재 15,880명으로 약 20배가 됐다. 에이즈로 죽은 사람의 평균수명은 54.5세였다. 한국인 2021년도 기대수명이 83.6세임에 비하면 약 30년 수명이 단축되는 셈이다. 최근 새로운 통계적 방법으로 계산한 결과, 우리나라의 경우 HIV 감염을 방치하면 1명의 감염자가 평균 3개월에 다른 사람 0.8명을 감염시킨다고 한다.

HIV가 몸에 들어오면 (HIV 감염자라한다) 면역세포내에서 증식하면서 면역세포를 파괴하기 시작한다. 면역세포란 보조 T-세포(림프구), 단핵구, 대식세포, 수지상세포 등인데, 그 표면에 CD4(cluster of differentiation4)라는 당단백질 분자가 있어 면역기능을 수행한다. 정상적인 혈액의 CD4가 있는(CD4+) T-세포의 수는 혈액 입방밀리미터(mm3) 당 500-1200개이다. 체내의 HIV는 느리긴 해도 계속 증식하는데, 그에 따라 CD4+ T-세포는 꾸준히 감소한다. CD4+ 세포가 파괴되어 200개/mm3 미만으로 감소되어 있거나, 기회감염 등 AIDS 관련 증상이 나타나면 에이즈(AIDS 후천적 면역결핍증)이라는 진단을 내린다. 기회감염(opportunity infection)이란, 보통의 경우에는 면역계가 싸워 이길 수 있는 감염인데, 극도로 쇠약하거나 면역기능이 감소된 사람이 막아내지 못하게 되는 감염이다. 따라서 의사는 CD4 수를 참고하여 병의 진행과정을 평가하고 치료를 시작할 시점을 결정한다. 그 수가 350-500/mm3까지 떨어지면 치료를 시작한다.

HIV에 감염되면 처음 잠깐 동안 급성 HIV 감염증을 보이다가, 수년간의 잠복기를 거친후, 마지막으로 에이즈가 나타난다.

급성기 HIV 감염 증상은 독감과 비슷하다. 첫 2-4주간 동안 감염자의 40-90%에서 발열, 임파선 부종과 통증, 인후염, 발진, 두통, 피곤감, 구강과 성기에 염증(sore), 설사 같은 소화기계 증상, 말초 신경장애 등등이 나타난다. 급성기 증상들은 대개 1-2주간 나타나고 사라진다.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수도 있다. HIV 감염자 자신도 모르고 지나칠 수 있고, 의사들도 진단하지 못하거나 보통 감염증으로 오해하는 수가 많다. 따라서 HIV에 노출된 것 같은 우려가 있는 경우(성행위, 마약 주사기 사용 등) 반드시 검사를 받도록 한다.

급성기에 이어 잠복기가 온다. 치료받지 않으면, 3년에서 20년 이상까지 (평균 8년) 무증상 상태가 지속된다. 이 단계의 마지막에 발열, 체중감소, 위장장애, 근육통 등이 나타날 수 있고, 또한 50%-70%에서 이유 없는 지속적이고 전반적인 통증 없는 임파선 장애가 3-6개월간 나타날 수 있다.

잠복기가 지나면 에이즈가 나타난다. 치료를 받지 않는다면, 약 10년 이내에 감염자의 약 반수에서 에이즈가 발생한다. 에이즈는 기회감염이 문제이다. 가장 흔한 기회감염은 재발성 호흡기계 감염이다. 가장 흔히 처음 나타나는 질병으로 폐렴(40%), 악액질(cachexia 또는 HIV 쇠약증후군(HIV wasting syndrome. 20%), 및 식도캔디다증 등이 있다. 그리하여 전신적 증상으로 발열, 진땀, 임파선 부종, 오한, 허약상태, 원인 모를 체중감소, 등이 나타난다. 설사도 흔하여 90%에서 나타난다. 정신과적 및 신경과적 증상도 나타난다. 에이즈 환자는 모든 종류의 암에 잘 걸린다. 에이즈의 첫 증상으로 카포시 육종(10-20%)과 림프암(3-4%)이 나타날 수 있는데, 이들은 에이즈 환자 사망 원인의 16%를 차지한다. 그 이외에도 에이즈환자는 흔히 동반 감염되는 HPV 등에 의해서도 각종 암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 나중에는 HIV-관련 암이나 치매가 발병할 수 있다. HIV로 인해 노화도 촉진되는데, T-세포는 3년간 30년 더 빨리 노화된다고 한다.

현재로서는 HIV를 죽이는 약물은 없다. 예방하는 백신도 없다. 단지 지금까지 개발된 강력한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highly active antiretroviral therapy HAART)가 병의 진행속도를 다소간 늦출 수 있을 뿐이다. 따라서 기회감염을 강력하게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2022년도 통계에 의하면 HIV/AIDS 환자 1명당 연간 진료비는 850만원이다. (보통 감염병의 경우 평균 23만원) 전국적으로 총 1,314억원 정도이다. 미국의 경우, 에이즈 감염인 1인당 연 약 30만 달러(약 3,600만원)라 한다.

치료가 어려우므로 예방이 가장 중요하다. 우리나라 보건복지부도 HIV/AIDS 확산을 막기 위해, 콘돔 사용률을 높이고, HIV 수검률을 높여서, 조기 발견 조기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문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는 무엇 때문인지 에이즈 관련 통계가 잘 알려지지 않고 있다. 2011년 9월 23일 “인권 보도준칙“이 발표된 이후 에이즈 환자 실태는 대중이 정확히 알기 어렵다.

그러나 역사와 국내외의 학술 연구나 국가적 통계들을 자세히 분석해 보면, 에이즈가 애초 남자 동성애로 전파되기 시작하였고, 현재 대부분의 에이즈환자는 물론 신규감염자도 남자 동성애자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동성간 섹스를 시작하는 나이가 어릴수록 에이즈 발병률이 높아진다는 것도 밝혀지고 있다. 이로서 우리는 에이즈를 막기 위하여, 어디에 노력을 집중하여야 하는지를 알 수 있다.

민성길(연세의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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