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모 교수
류현모 교수

우리는 과학적 사실이 실험적 검증을 거친 것이기 때문에 그 기반이 견고할 것이며, 증명된 것은 움직일 수 없는 진리라고 생각하기 쉽다. 또 과학주의자는 과학으로 검증될 수 있는 것만 참이며, 과학만이 진리에 접근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 강조한다. 그러나 케임브리지 대학의 과학철학 장하석 교수는 <과학, 철학을 만나다>에서 과학적으로 관측된 사실들은 많은 전제조건을 가지고 있으며, 그 전제가 무너지면 과학적으로 관찰된 것도 거짓이 된다고 말한다. 즉, 과학적 사실의 기반은 그렇게 견고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는 물이 100 ℃에서 끓는 것을 상식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불순물이 없는 순수한 물이어야 하고, 1 기압의 환경 하에서, 용기의 전체표면에서 균일하게 기포가 발생할 때의 온도라는 조건의 충족이 선행되어야 한다. 물의 비등점 측정 같은 간단한 과학실험에도 이렇게 많은 전제의 충족이 필요하다. 하지만 과학주의는 전제가 되는 여러 가정들의 중요성은 모두 배제하고, 그 전제 하에서 관측한 결과가 과학적 방법을 사용한 직접적 측정이기 때문에 무조건 신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토마스 쿤은 <과학혁명의 구조>에서 과학적 지식의 기반이 지속적으로 변하고 있음을 주장하고 있다. 어떤 시기에 천재적인 과학자가 나타나서 그때까지 관찰된 자연현상들을 설명할 수 있는 원리를 제시한다. 그리고 그 원리에 의거해서 몇 가지 실례들을 성공적으로 설명함으로써 다른 학자들을 설득하면 그 원리를 기반으로 하는 패러다임이 생성된다. 그 기반 위에 형성된 정상과학에서는 대부분의 과학자들이 그 원리와 일치하는 현상들만을 찾는 작업을 수행한다. 그러나 정상과학의 불합리한 점이 발견되고 그 원리와 충돌하는 결과들이 많이 축적되면 이들을 통합하는 새로운 원리가 제시된다. 그 새로운 원리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이전의 패러다임은 무너지게 되고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전환된다. 과학의 발전과정에 이러한 패러다임의 전환(Paradigm Shift)이 여러 차례 나타났다. 천동설에서 지동설로, 뉴턴의 역학에서 상대성 이론과 양자역학으로의 패러다임 전환 등이 있다.

과학적 발견에는 논리적 기반이 되는 전제가 필요하며, 그것이 패러다임이다. 그런데 그 기반은 반석이 아니라 나룻배처럼 흔들리고 뒤집힐 수 있는 것이다. 토마스 쿤은 과학혁명이 일어난 후에는 이전 패러다임 위에서 발견된 모든 사실들은 흔적도 없이 부정되는 현상을 보고 과학의 발전은 혁명적이고, 이전 패러다임의 지식과는 공약불가능하며, 축적적으로 발전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과학적 지식의 기반이 그렇게 견고하지 못하다는 말이다.

예를 들어 현미경이 처음 발견되면서 영국의 로버트 후크는 코르크나무의 껍질의 세포벽을 현미경으로 관찰하여 발견된 구획을 다락방처럼 비어있는 조그마한 공간이라는 의미로 “cell, 세포”라고 불렀다. 최초 생명체의 기원을 설명하는 진화론자들이 유기물 다량체인 DNA나 단백질이 적당히 모여 세포가 저절로 생겨났을 것이라는 주장에는 후크가 관찰했던 빈방 같이 간단한 세포를 상정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자현미경은 세포 속에 핵과 수많은 세포 소기관들의 구조를 보여줌으로써 이전 세포생물학의 기반을 뒤집었다. 또 허블우주망원경(1990), 제임스웹우주망원경(2023)으로 관찰하는 우주는 갈릴레이 시대의 망원경으로 관찰한 것과 내용과 범위에서 엄청난 차이를 보여준다. 이처럼 측정 장비의 발달이나, 새로운 개념의 도입은 과학의 기반을 뒤흔들며 패러다임의 전환을 일으키기도 한다.

철학자 J.P. 모어랜드는 “과학에 의해 검증될 수 있는 것만 참이다”라는 과학주의자들의 주장은 자기 부정적이기 때문에 영원히 참이 될 수 없다고 비판한다. 이 주장은 과학에 대한 철학적 진술로서 “무엇이 과학인가?”, “과학적 검증이란 어떤 과정을 의미하는가?”, “어떤 수준의 검증을 통과한 것을 참이라고 정의할 것인가?”, 등 철학적 논의를 통해 기준을 명확히 한 후에야 이 말의 진위를 판단할 수 있다. 그러나 과학적 방법론으로는 그들이 한 말의 진위를 검증할 방법이 없다. 따라서 이 주장은 자기 부정적이며 참이 될 수 없다. 이런 이유로 모어랜드는 과학적 발견의 견고성은 그 전제에 대한 철학적 논증의 견고성을 결코 능가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진화론은 과학계에서 현재 독재적인 진리로 주장되고 있다. 그것은 <종의 기원>에서 다윈이 제안한 가설을 무신론자들이 적극 수용하여 패러다임화 한 것이다. 다윈은 이 책에서 생물진화의 지질학적 기록인 중간화석이 그때까지 발견된 적이 없었지만, 중간화석들이 앞으로 많이 발견될 것을 기대했다. 만약 그런 것들이 발견되지 않을 경우 자신의 진화이론이 부정될 수도 있음을 그 책에 서술한 바 있다. 아직까지 다윈이나 진화론자들이 기대하는 종과 종사이의 중간 화석은 어디서도 발견된 적이 없다. 이제 진화론을 반박하는 이런 결과들을 종합하여, 신앙 및 학문후속세대를 설득하는 노력을 적극적으로 해야 할 때이다. 그런 설득이 성공할 때 진화의 패러다임은 자취도 없이 사라져버릴 것이다.

  • 네이버 블러그 공유하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류현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