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장 합동총신 증경총회장 최철호 목사
최철호 목사(한국교회연합 바른신앙수호위원장, 예장 합동총신 증경총회장) ©합동총신

구약은 땅에 속한 물질의 복이 강조된 반면, 신약은 하늘에 속한 신령한 복을 강조하고 있다. 예수님은 단 한 번도 신명기 28장과 같은 복을 말씀하신 바 없다. 마태복음 5장 산상수훈의 서두 팔복은 하늘에 속한 복의 정수이다. 이를 달리 표현하면 심령의 가난과 마음의 청결로 대표되는 ‘비움의 영성’, 외면 대신 내면을 지향하는 영성이다.

루터의 종교개혁은, 어느 날 그가 성전 계단을 오르다 불현듯 “의인은 믿음으로 말미암아 살리라”는 말씀이 깨달아져서 일으킨 것이 아니다. 무슨 중요한 사건은 오랜 생각과 계획에 의해 이루어지는 법이다.

루터는 1516년 우연히 소책자 한 권을 발견하고 감명을 받은 나머지 서문을 붙여 출판하였다. 그리고 2년 후 카르투지오회 도서관에서 원본으로 짐작되는 사본을 발견하고 재출판하였다. 그것이 오늘날 우리에게 알려진 작자 미상의 저술 <루터의 독일신학>이다. 이 작품은 1350년경 독일에서 쓰여진 것으로 알려졌는데, 비슷한 시기 영국에서는 마찬가지로 작자 미상의 책 《무지의 구름》이 알려지게 되었다. 두 책의 지향점은 동일하다.

루터는 서문에 이렇게 썼다. “성경과 아우구스티누스 다음으로 하나님과 인간의 관계에 대해 이 책만큼 참되고 유익한 책을 읽어본 적이 없다.” 이후 그는 평생 이 책을 책상 위에 성경과 함께 두고 읽었다.

루터가 종교개혁을 일으킨 원동력은 바로 이 영성이다. 이 영성은 예수님이 말씀하신 팔복, 심령의 가난과 마음의 청결, 곧 자신을 부인하는 비움의 영성이다. 종교개혁은 루터가 독일신학을 출판한 그 다음 해인 1517년에 일어났다.

이 영성은 사실 성경에 있는 내용에 대한 새삼스러운 깨달음이다. 그리고 이 깨달음의 주요 인물들로는 독일신학과 무지의 구름이 저술된 같은 시기인 1300년대의 독일신학자 마이스터 엑크하르트, 요한네스 타울러, 하인리히 소이세가 있다. 두 작품은 이들로부터 영향을 받은 것이 분명해 보인다.

이 시기는 교회가 외면적인 것에 매달려 올인한 시기였다. 그러한 시기에 외면이 아니라 내면을 향한 각성이 대두된 것이다. 사실 하나님은 시내산이나 삼각산 꼭대기에만 계시는 것이 아니라, 믿는 이들 안에 계신다. 성경도 그렇게 말씀하시지 않는가. 그곳을 이들은 ‘영원의 근저’, ‘영혼의 심연’이라고 표현하였다. 곧 영(spirit)을 말하는 것이다.

현대사회는 다시 물량주의가 팽배하고, 교회마저 성장신학이 목회 성공의 바로메타가 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영성은 바로 이런 영성이다. 앞에 거론한 학자와 저술들이 등장한 시기가 페스트 팬데믹과 맞물린다는 점을 유의하자. 지금은 코로나와 맞물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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