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장 합동총신 증경총회장 최철호 목사
최철호 목사(한국교회연합 바른신앙수호위원장, 예장 합동총신 증경총회장) ©합동총신

맹자(孟子)는 “정치가 없으면 나라의 재정이 넉넉하지 못하다”고 하였다. 달리 말하면, 통치는 정치 행위를 통하여 백성의 필요를 채우는데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 순자(荀子)는 “정성(至誠)보다 더 좋은 것은 없다. 정성이란 군자가 지켜야 할 덕성이며 정치의 근본이다”고 하였다. 즉 정치는 백성에 대하여 정성을 다하는 데 있다. 반면, 마르크스와 엥겔스는 정치를 계급투쟁으로 인식하여 공저 《공산당 선언》에서 “모든 계급투쟁은 정치 투쟁이다”고 선언하였다. 공산주의를 실증 분석한 셀즈니크는 《조직론》에서 볼셰비키 조직은 명백히 정치적인 것으로 “경제활동보다 정치활동을 우선시 한다”고 하였다. 다시 말해 그들은 계급투쟁을 정치활동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맹자나 순자와는 그 지향점이 전혀 다르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그의 《니코마스 윤리학》에서 “선은 가장 뛰어난 활동, 가장 으뜸가는 활동에 속할 것이며, 정치야말로 바로 이러한 선한 활동을 목적으로 하는 성질의 것이다”고 하였다. 앞에 예로 든 사람들보다 훨씬 더 기독교 신앙에 가깝다고 하겠다. 철학자들이 말하는 ‘절대선’(絶對善)이나 ‘유일자’(唯一者) 또는 ‘궁극자’(窮極者)는 사실 창조주 하나님을 가리키는 철학적 용어들이다. 하나님은 최고의 선이시고, 최고의 선은 거룩성으로 나타내며, 그리고 영광의 광채로 표현된다.

하나님의 경륜(徑輪)은 인간사회의 정치행위와도 같다. 하나님은 세상을 창조하시고, 통치하시며, 심판하신다. 하나님은 그분의 경륜을 위하여 그분의 형상과 모양을 닮은 사람(아담)을 창조하셨고, 이 땅에 존재하는 피조물들에 대한 통치행위를 일정 부분 위임하셨다(창 1:28). 인간이 정치적인 동물이란 소리를 듣는 성경적 근거이다. 하나님의 경륜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곧 왕이신 하나님과, 하나님의 법인 말씀, 하나님 나라의 땅과 그 백성으로 이루어지는 ‘하나님의 나라’(The Kingdom of God)이다. 흔히 개혁주의 신앙에서 강조하는 ‘구원 언약’은 그 일부분이다.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실 때 ‘낮과 밤’을 설정하신 것은 인간의 영혼 세계에 그대로 적용된다. 빛만 존재한다면 어두움을 알지 못하듯이, 선만 존재한다면 악의 존재를 인식하지 못 한다. 사랑은 그 대척 관계를 통하여 비로소 인식 가능하게 된다. 그것이 하나님이 창조하신 질서이다. 인간의 타락은 그러므로 하나님의 경륜에 속한 필연이며, 인간은 그것을 통하여 죄와 사랑과 은혜를 비로소 깨닫게 되는 것이다.

하나님이 육신을 입으시고 제2위격으로 이 땅에 오신 것은 인간의 죄 문제를 해결하시기 위함인데, 구속(救贖), 곧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믿음으로 말미암아 죄를 용서받는다는 것은, 최고의 선이시며 거룩하신 하나님을 닮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믿는 자들의 신분을 격상시켜주시는데, 곧 ‘하나님의 자녀’, ‘하나님의 아들’, ‘하나님의 백성’이란 칭호이다. 하지만 신분은 선취할지라도 실제로 우리의 모습은 한 순간에 최고의 선이나 거룩함에 이르지 못하며, 점진적이다. 그것을 신학에서 ‘성화’(聖化)라고 하는데, 죽을 때까지 현재진행형이다.

성경을 보자. 구약의 율법은 간단히 말해서 “무엇을 하라, 무엇을 하지 말라”이다. 불순종하면 그것은 곧 죄가 된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사건과 부활 승천 이후에는 사도들의 서신서를 통하여 조금 다르게 표현되어 있다. 모든 서신서는 1부와 2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1부는 교리편으로, 예수 그리스도는 어떤 분이신가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그리고 2부는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어떻게 살 것인가 하는 문제를 다룬다. 그리고 그 내용은 한마디로 예수님을 닮는 것, 곧 성화이다. 하나님의 백성은 “예수님을 믿습니다”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대로 살아야 한다. 즉 성화되어 가야 한다.

하나님은 세상을 인간을 통하여 통치하신다. 하나님은 필요에 따라 나라와 왕과 선지자, 제사장, 선한 자, 악한 자 등을 도구로 사용하신다. 애굽, 앗수르, 바벨론, 가나안 족속, 애굽의 바로(왕), 느부갓네살 왕, 아닥사스다 왕 등이 그러하다. 하나님은 심지어 이방인 바사 왕 고레스를 사용하실 때 “그는 나의 목자”(사 44:28)라고까지 하셨다. 로마서는 말씀하기를 “권세는 하나님께로 나지 않음이 없나니, 모든 권세는 다 하나님의 정하신 바라”(13:1)고 하였다. 그러므로 네로, 히틀러, 마르크스, 레닌, 모택동, 도요토미 히데요시,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등도 모두 하나님의 섭리 안에서 허락 된 인물들인 것이다. 우리는 그것을 다 이해할 수 없다. 하지만 하나님의 나라에 대한 그분의 경륜을 이루시기 위함은 확실하다. 그러므로 목회자를 포함한 모든 그리스도인은 정치에 초연할 수 없는 것이다. 종교와 정치는 별개가 아니다. 오히려 가장 긴밀한 관계, 상호 긴장관계 속에 있다. 그리고 그리스도인들이 세상의 주체가 되어 하나님의 뜻이 하늘에서 이루어진 것 같이 이 땅에서도 이루어지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 곧 하나님의 뜻이다.

따라서 그리스도인들은 하나님의 섭리 아래 세움 받은 대통령을 비롯하여 정치 지도자들과 여러 단체들이 하나님의 뜻에 반하는 정치와 행위를 함으로써 국가 안위가 위협을 받고, 국민의 삶이 고통을 받고, 사회질서와 교회 질서가 위협을 받고, 사회가 잘못된 길을 좇을 때 목소리를 발하여 일깨우고, 스스로 모범을 보이며 선도해야 한다. 목사는 예레미야처럼 나라를 위해 눈물을 흘리고, 이사야처럼 왕과 지도자들을 책망하고, 아모스처럼 탐욕자들을 꾸짖어야 한다. 그것이 참된 복음이요 하나님의 공의이다.

나는 이런 관점에서 세상의 불의에 대해 말하는 것이고, 그것은 정권의 색깔과는 무관하며, 앞으로도 계속할 것이다. 이것은 때에 따라 내게 압박감으로 다가오는 것으로, 오히려 거절하기 힘든 ‘강력한 감동’이다. 이것이 정치라면 나는 기꺼이 “목사가 정치 행위를 한다”는 비판을 감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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