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사회윤리학회 정기학술대회
한국기독교사회윤리학회 정기학술대회가 26일 숭실대학교 창의관에서 진행되고 있다. ©주최측 제공

한국기독교사회윤리학회(오지석 회장)가 26일 오전 숭실대학교 창의관에서 ‘담론을 잃어버린 한국 개신교를 향한 기독교사회윤리적 성찰’이라는 주제로 정기학술대회를 개최했다. 행사는 온라인 줌(Zoom)으로 진행됐다.

이날 ‘인류세에서 생명세로 가는 길: 사회정의와 생태학적 정의의 동시적 실현 방안을 중심으로’라는 주제로 발제한 강원돈 교수(한신대 명예교수)는 “생명세(biocene, 생명을 뜻하는 그리스어 bios와 시대를 뜻하는 그리스어 접미사 cene를 결합한 신조어)는 인류세(anthropocene)를 넘어서고자 하는 문명 기획의 지향점”이라며 “인류세는 그 자체가 지구 역사의 위기인 동시에 문명의 위기”라고 했다.

이어 “그 위기의 징후는 문명이 배출한 거대한 쓰레기, 생태계 교란, 기후 파국, 인류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는 전염병의 빈발과 창궐 등에서 뚜렷이 감지되었고, 그 위기를 극복하지 않고서는 인류와 문명의 존립 기반이 무너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분명해졌다”며 “인류 문명은 이러한 인류세의 위기에서 벗어나 만물이 바른 관계들 가운데서 충만한 생명을 누리며 평화를 이루는 생명세(biocene)로 나아가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인류세는 자연을 인류의 문명 기획에 끌어들여 자연을 송두리째 변화시킨 결과가 지구의 역사에 남긴 흔적이다. 먼 훗날의 지질학자들은 터널, 콘크리트 구조물, 석탄 폐기물, 지구 전역에서 광범위하게 출토되는 옥수수 화석, 납, 플루토늄 등과 같은 지질학적 증거들을 통해 인류세를 재구성할 것”이라며 “이처럼 인류가 지질학적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은 인류의 문명 기획 덕분”이라고 했다.

이어 “인류의 문명 기획은 인간을 세계의 중심으로 여기는 인간중심주의와 자연을 대상화하고 기술적으로 통제하도록 특화된 과학적 세계관으로 나타나고, 그 기획을 추동하는 힘은 자본의 축적과 팽창을 중심으로 하는 자본주의 경제체제”라고 했다.

또한 “자본주의 경제체제는 자본의 축적과 팽창 메커니즘을 통해 한편으로는 사회적 가난을 불러 일으키고, 다른 한편으로는 생태계 위기와 기후파국을 불러들인다”며 “사회적 가난과 생태계 파국은 함께 간다. 사회적 가난을 불러들이는 바로 그것이 기후파국을 가져온다. 따라서 가난한 사람들의 해방과 생태계 보전이 서로 분리된 별개의 사안이 아니라 같은 동전의 양면처럼 결합해 있다고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회적 가난을 극복하지 않고서는 생태학적 파국을 해결할 사회적 동력을 마련할 수 없고, 생태학적 파국을 극복하지 않고서는 사회적 가난의 해결은 지속 가능성이 없다”고 했다.

강원돈 교수
강원돈 교수 ©기독일보DB

강 교수는 “이러한 통찰이 인류세로부터 생명세로 나아가는 방안으로서 생태학적 탈자본주의(ecological post-capitalism)를 고려하게 만든다고 믿는다”며 “생태학적 탈자본주의는 자본의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시장경제를 자본주의적 방식으로 운영하지 않고 사회적 연대와 생태계 보전을 중시하면서 시장경제를 사회적이고 생태학적인 경제민주주의의 원리에 따라 운용하는 방안을 포함한다”고 했다.

그는 “인류세에서 생명세로 나아가는 길을 열기 위해서는 먼저, 인류세의 문제를 인식할 때, 기독교 사회윤리는 가난한 사람들의 해방과 생태계 보전이 함께 간다는 것을 명료하게 인식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며 “두 번째로 기독교 사회윤리는, 비록 시장경제의 역사적 청산을 아직 말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더라도, 사회적 양극화와 생태계 위기를 가속적으로 악화시키는 시장경제의 자본주의적 운용에 반대하고 사회정의와 생태학적 정의를 동시에 최대한 실현하는 방식으로 시장경제를 운용하는 방안을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어 “세 번째로 기후 파국에 대응해서 유럽과 미국에서 추진되는 그린딜이나 그린뉴딜에 의구심을 표시해야 한다. 왜냐하면, 그러한 방안들은 시장경제의 자본주의적 운용을 그대로 놓아둔 채 기술주의와 녹색 케인즈주의로써 기후 파국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가정에 머물기 때문”이라며 “네 번째로 금융화를 규율하는 방안을 함께 연구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또 “다섯 번째로 사회정의와 생태학적 정의를 동시적으로 실현하는 제도적 방안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에 연구 역량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며 “여섯 번째로 우리 시대에 법치질서와 절차적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요인들을 드러내고 민주주의를 확장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논의해야 하며, 일곱 번째로 금융화의 효과로 인해 자산소득과 자본이득이 급팽창하고 있는 현실에 대응하면서 국민소득을 생태계 보전, 복지의 확대, 경제의 미래를 위한 투자 등에 적절하게 배분하여 사회정의와 생태학적 정의를 동시에 최대한 구현하는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마지막 여덟 번째로 인류세에서 생명세로 나아가는 길을 개척하고자 하는 기독교 사회윤리는 그 길을 안내하는 신학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아울러 “사회적이고 생태학적인 경제민주주의는 사회정의와 생태학적 정의를 동시에 실현하고, 가난한 사람들의 해방과 생태계 보전을 실현하려는 기획”이라며 “그것은 인류세를 넘어서서 생명세를 향해 나아가는 인류의 첫걸음”이라고 했다.

한편, 이어진 발표회에서는 ▲강안일 목사(여수성결교회 담임)가 ‘본회퍼와 유대인의 문제’ ▲박도현 목사(부민교회 담임, 숭실대 강사)가 ‘“한국 교회 위기 담론 고찰 ▲안일섭 교수(미국 Northpark Univ. 철학과)가 ‘The Church in the Public’ ▲백소영 교수(강남대)가 ‘기독 여성주의와 교회, 담론의 장벽과 가능성’ ▲오승일 교수(Ruhr University Bochum, 박사과정)가 ‘교회의 독립성과 공공성의 관계성-독일(국가)교회법(헌법)사를 중심으로’ ▲오지석 교수(숭실대)가 ‘기독교윤리 담론의 변천’ ▲이혁배 목사(월곡교회 담임, 숭실대 겸임교수)가 ‘시민에 대한 신학적 성찰’ ▲장성진 목사(작은온누리선교교회 담임)가 ‘교회와 여성: 제도화의 희생양, 그리고 투쟁’이라는 주제로 각각 발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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