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킹' 공연 모습.   ©김철관

음악과 연극이 어우러진 뮤직 퍼포먼스에서 자본주의 시대 예술인의 비애를 느꼈다.

지난 28일 저녁 8시 서울 종로구 혜화동 대학로 '스튜디오 76'에서 평소 알고 지낸 지인과 함께 뮤직 퍼포먼스(Music Performance) 노킹(Knock_ing)을 관람했다. 노킹은 꿈을 두드리는 창작 밴드의 실제 이름이기도 하다.

노킹은 세상 모든 것을 두드리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실제 공연은 꿈과 희망을 위해 대북, 꽹과리, 드럼 등 퓨전 악기(동양악기와 서양악기)를 총동원해 신나게 두드린다. 온 힘을 다해 두드림 속에 경쾌하고 잔잔한 분위기가 연출된다.

서양악과 동양악의 조화가 이루어지고, 음악의 연주에 희곡을 융합시켜 부드러운 드라마가 만들어 진다. 우리 전통의 풍물놀이에 희곡과 서양악이 혼합되고, 그 속에서 자연스레 관객과의 소통이 이루어진다.

공연모습이다.   ©김철관
공연모습이다.   ©김철관

두드림 속에는 뭔가의 꿈이 서려 있다. 꿈을 갖고 열심히 두드리지만 돈이 없어 공연을 중단해야 할 상황에서는 현 자본주의 체제의 예술인의 비애를 발견할 수 있다.

은은한 태평소와 발랄한 바이올린 소리에 대북, 꽹과리, 피리, 오르간, 드럼, 신디 등이 어우러지고, 그 속에서 슬픔과 기쁨이 교차한다. 리허설이 연극이 되고, 실생활에 쓰이고 있는 기구들이 악기가 돼 경쾌한 음을 내는 등 기발한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실제 연주에 사용되는 대부분의 악기는 직접 고안해 제작했다. 연주 음원의 다양성을 추구하고자 배려한 것으로 보인다.

포스터이다.   ©김철관

잔잔한 멜로디 속에 '첫 눈 오는 날, 첫사랑' 얘기를 담은 대목에서는 첫 사랑을 한 사람이면 누구나 느낄 수 있는 애틋한 감정이 느껴진다. 짤막한 대사 '첫사랑은 영혼을 노래하는 잔잔한 멜로디와 같다'라는 한 배우의 대사에서 첫사랑의 진미를 발견한다.

타악과 피리, 신디, 바이올린이 함께하는 퓨전 밴드 '노킹'의 연습실. 단장 완규는 태평소를 연주했던 옛 부인을 잃고 음악에만 빠져 실의에 잠겨 있다. 그는 팔이 골절된 상태로 무리한 타악 연주를 하다가 더 이상 연주를 할 수 없게 된다. 음악인으로서 미래가 보이지 않는 완규는 단체의 대표로서만 존재한다. 그래서 회의를 느끼면서 산다. 부인이 죽은 후 태평소 연주자 후배 미은이가 그를 좋아하지만 그의 마음을 받아드리지 않는다. 사랑하는 부인을 가슴속에서 떠나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기다리고 있던 공연지원금이 좌절되자 원규는 단원들에게 공연 취소를 발표한다. 단원들 간의 다툼이 이어지고, 단원들의 설득으로 마지막 공연을 준비한다. 마지막 공연을 위해 외국에 있는 미은이를 불러들인다. 완규는 갈등을 하다 미은이에게 마음을 연다. 하지만 조건은 전 부인이 불던 태평소를 주면서 미은이에게 연주를 부탁하는데...

마지막 대미를 장식한 '질주' 연주에서는 관객의 완전한 몰입을 요구한다. 고구려의 기상으로 힘차고 위용있는 모습을 대고연주로 보여준다. 관객들이 무대에 압도 당하고, 깊이 몰입돼 박수를 칠 순간을 놓치고 입만이 떡 벌어진다. 동서양의 악기가 하모니를 이루고 창조적이고 힘찬 대고소리가 클라이막스을 장식한다.

공연모습이다.   ©김철관

프로그램은 대고의 큰박과 피아노 선율이 조화를 이루며 공연 시작을 알린다. 리듬의 변화에 따라 화음이 관객들의 기분을 한층 업그레이드 시키면서 멜로디 타악곡이 시작된다. 이어 테크노적 리듬을 느낄 수 있는 창작 타악곡이 흐르고, 모든 악기를 동원해 대지가 흔들리듯 무대를 압도한 '질주' 공연이 펼쳐진다. 사물놀이의 꽃, 짝쇠가 등장하며 '꿈꾸는 아리랑' 노래가 펼쳐지며 공연의 막을 알린다.

1시간 반에 걸친 공연이 끝나고 이날 저녁 혜화동 대학로 한 선술집에서 '노킹' 제작자 박상경 대표를 만나 서로 대포 한잔을 주고 받았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갔다. 그는 실제 공연에서 대북과 타악을 힘차게 두들겼고, 신들린 몸동작으로 관객을 사로잡은 주인공이기도 하다. 박 대표는 "누구나 항상 꿈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그 꿈을 실현하고자 노력한다"면서 "그 꿈에 대해 항상 질문을 던졌고, 여태 꿈꿔왔던 일들을 바로 퓨전 퍼포먼스에 담았다"고 말했다.

제작자 박상경 씨와 대화를 나눴다.   ©김철관

이어 그는 "음악에 희곡을 접목해 부드러운 드라마가 태어난 것"이라면서 "서양악과 동양악의 절묘한 혼합이 관객의 즐거움과 역동적 감동을 느끼길 수 있게 했다"고 전했다.

박 대표의 말처럼 이번 작품 통해 꿈을 잊지 않고 산다는 것이 얼마나 즐겁고 행복한 일인지 다시금 생각해 보게 한다.

노킹 공연은 대표 박상경이 타악과 대북을, 타악은 서재화와 정나래가, 타악과 무용을 양혜리가, 바이올린은 서윤경이, 신디는 조해인과 김예진이, 피리와 태평소는 박미은이 연주했다. 이들 음악인들과 연극배우인 원완규와 장준현이 호흡을 맞췄다.

노킹은 지난 8일부터 시작해 오는 4월 7일 막을 내린다. 평일은 수·목· 금요일 저녁 8시, 토요일은 오후 4시와 7시, 그리고 일요일은 오후 4시에 공연이 시작된다. 월요일과 화요일은 공연이 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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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킹 #뮤직퍼포먼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