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천주교주교회의 가정과 생명위원회 생명운동본부와 한국교회총연합 사회정책위원회가 법 개정 없는 낙태약물 사용 허용에 반대하며 정부와 국회에 태아의 생명 보호를 촉구했다.
양 기관은 29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통령이 법 개정 없이 의사의 판단과 재량에 따라 낙태약물 사용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도록 지시한 데 대해 우려를 표명하며 관련 정책 추진 중단을 요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윤용석 의원이 주관했으며, 한국천주교주교회의 가정과 생명위원회 생명운동본부 위원장 문창우 주교와 한국교회총연합 공동대표회장 정정인 목사가 참석해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양 기관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성평등가족부 업무보고에서 법 개정 없이 낙태약물 사용이 가능한지 검토를 요청한 데 이어, 지난 7월 14일 국무회의에서도 국회의 입법이 쉽지 않은 상황을 이유로 의사의 양심과 재량에 따라 낙태약물 사용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러한 지시에 대해 태아 생명 보호에 대한 논의가 배제된 채 낙태약물 허용만 추진되고 있으며, 국내 허가 절차와 안전성 검증, 사후 관리 대책도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태아의 생명권뿐 아니라 여성의 건강까지 위협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태아여성보호국민연합이 지난 15일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과 23일 국회 긴급학술세미나를 통해 대통령의 지시가 헌법재판소의 판단과 국회의 입법권을 무시하고 삼권분립과 법치주의 원칙에 반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고 소개했다.
◇ “생명 보호 없는 낙태약물 논의는 심각한 도덕적 불감증”
문창우 주교는 성명을 통해 정부가 낙태약물 해외 직구에 따른 여성 안전 문제만을 논의했을 뿐, 약물 사용으로 사라지는 태아의 생명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문 주교는 "하나, 어제 국무회의에서 우리는 무엇을 듣지 못했습니까"라며 "생명을 보호해야 할 국가의 지도자들이, 생명이 사라지는 일을 이미 정해진 사실로 받아들이고, 그것을 행정적으로 뒷받침할 방법만을 논의했다. 이것을 심각한 도덕적 불감증이라고 부르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그 논의 안에서조차 각 부처는 서로 책임을 미루고 있었다. 생명의 문제 앞에서 국가가 보여준 모습이 '책임 회피'였다는 사실이, 저는 참으로 부끄럽다”고 했다.
이어 "둘, 어려운 숙제를 피하지 마십시오. 문제의 뿌리는 이 사안을 바라보는 시각에 있다"며 "낙태죄 폐지 이후,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건강권을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가. 이것은 우리 사회가 반드시 치열하게 치러내야 할 도덕적 숙제이다. 어렵고, 복잡하고, 고통스러운 논쟁입니다. 그러나 국가는 그 숙제를 피할 자격이 없다"고 했다.
또 "셋, 정말 책임 있는 정부라면 가장 안타까운 것은, 이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이야기가 어디에도 없다는 것"이라며 "정부가 진정으로 책임 있는 주체라면, 먼저 논의했어야 할 것은 '약물을 허용해서 더 쉽게 낙태할 수 있게 해 주자'가 아니다. 미혼모를 실질적으로 지원하는 제도양육비를 강제로 징수할 수 있는 법안, 위기임산부를 보호하는 체계의 구축, 이러한 구조적 대안이 먼저였어야 한다. 단지 약품 유통을 허용하는 것으로 국가의 책임을 다했다고 여긴다면, 그것은 국가의 진정한 의무를 저버린 무책임한 처사"라고 덧붙였다.
그는 "넷, 지난 3월 한국 천주교 주교단의 호소를 다시 전한다"며 "지난 3월, 한국 천주교 주교단이 발표한 성명서를 정부가 다시 한번 귀담아들어 주시기를 간청한다. 여섯 가지"라고 했다.
그러면서 "첫째, 생명 존중을 위한 법적 정의를 세워 주십시오"라며 "2019년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수년째 입법 공백이 계속되는 것은, 법치국가로서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지금 시급한 것은 「모자보건법」의 일부 조항을 손보는 것이 아니라, 형법을 올바르게 개정하여 원칙을 세우는 일이다. 근본적인 형법 개정 없이는, 생명 경시 풍조가 법으로 굳어지는 비극을 막을 수 없다"고 했다.
이어 "둘째, 실효성 있는 숙려 기간과 상담 필수화를 도입해 주십시오"라며 "낙태를 고민하는 이들에게 정작 필요한 것은, 생명을 선택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과 올바른 정보이다. 형식적인 절차가 아니라, 최소 몇 주간의 숙려 기간을 동반한 상담이 의무화되어야 한다. 현재 운영 중인 '위기임산부 지원센터'를 적극 활용한다면, 낙태 이외의 다양한 선택지를 제시하는 체계를 충분히 만들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셋째, 의사의 양심을 존중하고 '생명을 살리는 병원'을 보호해 주십시오"라며 "의료인의 기본 양심에 따라 생명을 죽이는 행위를 거부하는 병원을, 국가가 보호해야 합니다. '낙태를 하지 않는 병원'을 제도적으로 표시하여, 의료진에게는 생명 수호의 자긍심을, 사회에는 생명을 살리는 문화를 넓혀 가야 한다"고 했다.
또 "넷째, 낙태 약물의 무분별한 유통을 규제하고 여성의 건강을 보호해 주십시오"라며 "낙태 약물은 결코 '간편한 해결책'이 될 수 없습니다. 그것은 임산부에게 심각한 신체적·정신적 트라우마를 남긴다. 무분별한 유통이 이루어지지 않도록 엄격히 관리해야 한다"고 했다.
문 주교는 "다섯째, 임신과 출산에 대한 남성의 공동 책임을 강화해 주십시오"라며 "여성과 남성은 임신과 출산, 양육에 함께 책임을 지는 주체이다. 국가는 제도를 보완하여, 아기의 부모가 함께 책임지는 가운데 태중의 아기가 축복 속에 태어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더불어 "여섯째, 진정한 자기 결정권은 '낳아 기를 수 있는 권리'에서 시작되어야 한다"며 "여성이 낙태를 '선택'하도록 떠미는 사회 구조와 문화적 인식을 먼저 바꾸어야 한다. 자녀가 있는 가정에 대한 획기적인 지원, 양육비 이행 지원 제도의 확대, 학교와 직장 내 돌봄 시설의 확충. 안심하고 출산하고 양육할 수 있도록, 국가가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 주십시오"라고 호소했다.
끝으로 그는 "생명을 지키는 일은, 곧 우리 공동체 전체의 존엄을 지키는 일"라며 "우리 사회가 죽음의 문화가 아닌 생명의 문화로 나아갈 수 있도록, 정부와 국회가 책임감 있는 입법 활동과 제도 개선에 힘써 주시기를 간곡히 당부드린다"고 했다.
◇ “법 개정 없는 낙태약물 허용은 삼권분립 훼손”
이어 성명을 발표한 정정인 목사는 2019년 헌법재판소가 태아 역시 헌법상 생명권의 주체이며 국가는 태아의 생명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면서 생명 보호와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조화시킬 입법을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현재 국회에서는 만삭 낙태, 약물 낙태, 건강보험 지원, 의사의 양심적 낙태 거부 불허 등을 담은 법안들이 발의돼 사회적 우려를 낳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 목사는 "최근에는 36주 살아있는 태아를 출산하여 죽게 한 사건이 발생하였다"며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유사한 사건들이 우리 주변에서 얼마나 많이 발생하는지 모른다"고 했다.
또 "이재명 대통령은 작년 12월 성평등가족부의 업무보고와 올해 7월 국무회의에서 태아의 생명보호에는 큰 관심이 없고, 임신 주수 제한없는 낙태와 낙태약물 허용에만 큰 관심을 보였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통령은 7월 14일 국무회의에서 법 개정없이 의사의 양심과 재량에 맡겨 낙태약물을 허용할 것을 정부 부처에 지시하였다"며 "헌법재판소의 형법 개정 요구를 방치하고, 국회의 입법권을 무시하면서 정부의 과도한 행정력으로 낙태약물을 허용하려는 것은 헌법에 규정된 삼권분립과 법치주의 원칙을 무너뜨리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오늘 천주교와 개신교가 함께 마음을 모아 공동기자회견을 갖는 것은 하나님이 주신 태아의 생명을 보호해 줄 것을 정부와 국회에 간절히 호소하기 위함"이라며 "태아의 생명을 죽일 뿐만 아니라 여성의 건강에도 심각한 부작용을 주는 낙태약물 사용을 허용하지 말 것을 엄중히 요청드린다"고 했다.
이어 "미국과 영국 등의 사례를 보면 낙태약물의 안전성에 큰 문제가 있을 뿐만 아니라 약물낙태가 허용되면서 낙태 건수가 크게 급증하고 있다"며 "또 낙태 여성의 63.1%가 신체적 정신적 후유증을 겪었다고 한다. 낙태약물은 태아의 생명을 더욱 경시하게 만들 뿐만 아니라 여성들의 건강에도 심각한 악영향을 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 목사는 "여성들이 임신으로 인해 겪을 수 있는 사회적 경제적 어려움을 극단적인 낙태로 해결할 것이 아니라 국가와 사회가 힘을 모아 사회적 경제적인 방법으로 해결해야 한다"며 "2024년부터 시행된 보호출산제는 여성들의 위기 임산을 해결할 수 있는 좋은 대안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2019년 헌법재판소 판결이후 정부가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육아지원, 청년주택지원 등은 물론 충분하지는 않지만 여성의 사회적 경제적 어려움을 해결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정부는 위기 임신을 태아의 생명을 죽이는 낙태로 문제로 해결할 것이 아니라, 다양한 사회적 경제적 지원 방법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헌법재판소가 태아에 관한 그동안의 헌법재판소 판결을 정리하면서 '태아도 생명이다'라고 판결하였다. 국가가 생명을 합법적으로 죽이는 법안을 만들거나 행정력을 동원해서는 안 된다"며 "'낙태는 명백한 살인'이다. 건강한 사회는 생명존중으로부터 시작된다. 생명은 가장 기본적인 인권이며, 생명을 존중하지 않는 인권보호 주장은 공허한 주장일 따름이다. 자살문제가 매우 심각한 가운데, 안락사 법안들이 발의되고, 자유로운 만삭낙태까지 허용된다면, 우리 사회는 생명경시로 인해 겉잡을 수 없는 혼란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울러 "저희 개신교도 태아 생명보호와 위기 임산부의 지원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 며"정부와 국회도 낙태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미래가 되는 태아들의 생명을 보호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 주기를 간곡히 호소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