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7년도 적용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3.7% 오른 시간당 1만700원으로 결정됐다. 최저임금 인상률이 3%대로 올라선 것은 2023년도 적용분 이후 4년 만이다.
최저임금위원회는 14일 제14차 전원회의를 열고 내년도 최저임금을 시간당 1만700원으로 의결했다. 올해 최저임금 1만320원보다 380원 인상된 금액이다.
주 40시간, 월 209시간 근무를 기준으로 환산한 월급은 223만6300원이다. 올해 월 환산액보다 7만9420원 늘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3월 31일 심의를 요청한 지 105일 만에 결정이 이뤄졌다.
최저임금 인상률은 2023년도 적용분 5.0%를 기록한 이후 2024년 2.5%, 2025년 1.7%, 올해 2.9%로 3년 연속 3%를 밑돌았다. 내년도 인상률은 3.7%로 다시 3%대에 진입했다.
노동계 생계비 강조, 경영계 지불 능력 호소
노동계와 경영계는 최저임금 심의 초기부터 근로자 생계비와 소상공인의 지불 능력을 놓고 대립했다.
노동계는 고물가와 생활비 부담을 근거로 올해보다 16.3% 높은 시간당 1만2000원을 최초 요구안으로 제시했다. 최저임금위원회의 심의 기초자료인 ‘비혼 단신근로자 실태생계비’를 주요 인상 근거로 들었다.
2025년 기준 비혼 단신근로자의 월 생계비는 275만원으로 조사됐다. 여기에 올해 물가상승률을 반영하면 약 282만원으로 추산된다. 이는 올해 최저임금 월 환산액인 215만6880원보다 약 66만원 많은 수준이다.
반면 경영계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임금 지급 여력이 한계에 이르렀다며 올해와 같은 시간당 1만320원을 최초 요구안으로 제시했다.
경영계는 최저임금이 오르면 기본급뿐 아니라 주휴수당과 4대 보험료, 퇴직급여 등 연동 비용도 함께 증가한다고 강조했다. 숙박·음식점업 등 최저임금의 영향을 크게 받는 영세 사업자의 경영 여건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심의촉진구간 2.7∼5.25%…취업자 증가율은 제외
노사는 여러 차례 수정안을 제출했지만 제10차 수정안에서도 600원의 격차를 좁히지 못했다. 양측이 자율 협상만으로 간극을 줄이기 어렵다고 판단해 심의촉진구간 제시를 요청하면서 공익위원들이 중재에 나섰다.
공익위원들은 시간당 1만600원에서 1만860원까지를 심의촉진구간으로 제시했다. 인상률로 환산하면 2.7%에서 5.25%다.
하한선인 2.7%에는 한국은행과 한국개발연구원이 전망한 올해 소비자물가상승률이 반영됐다. 상한선인 5.25%는 경제성장률 전망치 2.55%와 소비자물가상승률 전망치 2.7%를 합산해 산출했다.
경제성장률 2.55%는 한국은행 전망치 2.6%와 한국개발연구원 전망치 2.5%의 평균값이다. 다만 정부가 같은 날 발표한 실질 국내총생산 성장률 전망치 3.0%는 촉진구간 산정에 반영되지 않았다. 지난해 산식에 포함됐던 취업자 증가율도 이번에는 제외됐다.
권순원 최저임금위원장은 의결 후 브리핑에서 “공익위원들이 이전 회의부터 심의촉진구간을 검토해 왔고 정부 전망치는 당일 발표됐다”며 “이를 다시 논의해 반영하기에는 시간상 어려움이 있어 한국은행과 한국개발연구원의 전망치를 중심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심의촉진구간은 해당 연도의 경제적 여건과 사회경제적 변수, 노사가 제출한 수정안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정한다”며 “상한과 하한을 정하는 기준은 매년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절충안 무산 뒤 30원 차이로 표결
공익위원들은 노동계와 경영계가 각각 4.4%와 3.1%까지 수정안을 좁히자 시간당 1만720원, 인상률 3.9%의 절충안을 제시했다.
노사 수정안의 중간값은 3.75%였지만, 공익위원들은 이보다 노동계안에 가까운 금액을 선택했다. 경영계에는 3%대 인상이라는 명분을 주고, 노동계에는 금액을 최대한 높이는 실리를 고려했다는 것이 권 위원장의 설명이다.
그러나 노사 모두 절충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노동계는 올해보다 4.0% 오른 시간당 1만730원, 경영계는 3.7% 오른 1만700원을 최종안으로 제출했다.
재적위원 27명이 모두 참여한 표결에서 사용자위원안은 15표를 얻어 근로자위원안 11표를 누르고 채택됐다. 나머지 1표는 무효 처리됐다. 지난해에는 노사 합의로 최저임금이 결정됐지만, 올해는 최종안의 차이가 30원까지 좁혀진 상황에서도 표결로 결론이 났다.
권 위원장은 “30원까지 격차를 좁히고도 합의하지 못한 점은 아쉽다”면서도 “위원 27명이 모두 끝까지 남아 결정에 참여했다는 점에서 합의에 준하는 표결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노동계는 결정된 인상 폭이 생계비 부담을 반영하기에 부족하다고 반발했다.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최근 물가 수준과 체감 생계비를 고려하면 3.7% 인상은 사실상 동결”이라며 “최저임금의 생계 보장 기능을 회복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이미선 민주노총 부위원장도 “공익위원들이 제시한 산식을 고려하더라도 마지막 합의안은 노동계 최종 요구안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라며 실망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경영계는 영세 사업자와 소상공인의 경영 부담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수치와 현장의 괴리가 크고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이 어려운 과정을 겪고 있어 3.7% 인상안을 제시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