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호르무즈 해협에서 발생한 한국 선박 나무호 피격 사건과 관련해 공격 비행체가 이란산 대함미사일일 가능성이 높다고 밝힌 가운데, 주한이란대사가 이란의 개입을 부인했다. 외교부는 조사 결과를 토대로 주한이란대사를 초치해 항의했으며, 이란 측은 한국 선박 피해에는 유감을 표하면서도 공격 주체가 이란이라는 판단에는 동의하지 않았다.
사이드 쿠제치 주한이란대사는 27일 외교부 청사에서 박윤주 외교부 1차관과 면담한 뒤 기자들과 만나 “개인적으로 한국 선박에 발생한 피해에 대해선 유감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이란에선 이 문제에 대해 모두 부인하고, 절대 개입한 것이 없다”고 밝히며 나무호 피격 사건과 이란의 연관성을 전면 부인했다.
정부는 앞서 나무호 피격 관련 조사 결과 브리핑에서 호르무즈 해협 내에서 나무호를 타격한 비행체가 이란 측 대함미사일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박 차관은 “여러 증거가 이란으로 향하고 있다”고 말하며, 공격 비행체의 특성과 관련 정황을 근거로 이란 측에 문제를 제기했다.
◈ 이란 측 “거짓 깃발 작전 주의해야”
쿠제치 대사는 한국 정부의 조사 결과를 인정하느냐는 질문에 “이런 조사가 이뤄졌을 때 양국이 협력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적대국들의 거짓 깃발 작전에 대해서도 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이번 나무호 피격 사건이 이란의 공격으로 단정되는 상황에 대해 이란 측이 경계심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중동 지역 긴장 상황과 관련해 “지금 중동에서 발생하는 긴장 상태는 미국의 침략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또 “이란은 모든 선박들이 안전하게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데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 외교부, 이란대사 초치해 항의
외교부는 이날 쿠제치 대사를 초치해 한국 정부의 조사 결과를 설명하고, 우리 선박이 공격을 받은 데 대해 항의했다. 쿠제치 대사는 면담 뒤 “양국 간 관계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했다”고 밝혔다.
호르무즈 해협은 국제 해상 물류와 에너지 수송의 핵심 항로로, 이 지역에서 발생한 선박 피격 사건은 해상 안전과 외교·안보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정부는 나무호 피격 사건과 관련해 공격 비행체의 정체와 발사 주체를 규명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란 측이 개입을 부인하고 있는 만큼, 향후 양국 간에는 조사 결과의 근거와 사실관계 확인을 둘러싼 협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한국 정부가 “여러 증거가 이란으로 향하고 있다”고 밝힌 만큼, 이번 사건은 호르무즈 해협 안전 문제와 한·이란 관계의 주요 현안으로 남을 가능성이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