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노조의 5월 총파업 계획을 막아달라며 신청한 위법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사건 첫 심문이 열리며 노사 갈등이 법정 공방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이번 심문은 총파업 예고를 둘러싼 대립이 사법 판단 영역으로 확장됐다는 점에서 산업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수원지법 민사31부는 29일 삼성전자가 삼성그룹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와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등을 상대로 낸 위법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사건 첫 심문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심문은 약 1시간 동안 비공개로 열렸으며 사건 관계자와 사전 방청 허가를 받은 조합원 일부만 법정에 입장했다. 양측은 쟁의행위 적법성과 생산시설 보호 필요성을 둘러싸고 입장 차를 드러냈다.
삼성전자 측은 프레젠테이션 발표를 통해 약 50분간 가처분 신청 배경을 설명하며 파업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생산 차질과 안전 문제를 집중 부각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삼성전자 총파업 가처분 심문은 단순한 노사 갈등을 넘어 기업 생산 보호 권리와 노동조합 단체행동권이 충돌하는 대표 사례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삼성전자 “생산시설 보호 필요”… 노조 “정당한 쟁의권 행사”
삼성전자 측은 심문에서 안전보호 시설의 정상 운영 유지 필요성과 웨이퍼 변질 및 부패 방지를 위한 필수 작업 유지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반도체 생산 특성상 공정 연속성과 설비 안정성이 중요하다는 점을 들어 생산시설 점거나 쟁의행위 과정에서 돌발 상황이 발생할 경우 경영상 중대한 손실이 초래될 수 있다는 점을 재판부에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회사 측은 일부 쟁의행위가 법률상 허용 범위를 넘을 가능성과 사업장 운영 차질 우려 등을 근거로 가처분 필요성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노조 측은 회사가 정당한 노동쟁의 활동까지 과도하게 위법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노조 측은 보안 및 안전시설 운영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생산 관련 인력 범위와 필수 유지 업무 범위에 대한 구체적 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가처분이 제기됐다고 설명했다.
또 사측이 필수 인원 범위를 특정하지 않은 채 광범위하게 쟁의행위를 제한하려 한다고 주장하며 사업장 내 피켓 활동이나 구호 제창 같은 통상적인 노동쟁의 활동까지 점거로 해석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밝혔다.
노조 측은 설비 훼손이나 사업장 점거와 같은 위법 행위는 계획한 바 없으며 내부적으로도 위법 행위를 하지 않도록 관리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핵심 쟁점은 위법쟁의행위 범위와 필수 유지 업무
이번 가처분 사건의 핵심 쟁점은 어디까지를 위법쟁의행위로 볼 것인지, 그리고 필수 유지 업무 범위를 어떻게 판단할 것인지에 맞춰지고 있다.
특히 반도체 생산라인의 특수성과 안전 설비 운영 범위는 재판부 판단의 주요 요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노조 측은 일부 지도부 발언이 위법 행위 의사로 해석되는 데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해당 발언은 압박 속에서도 쟁의행위를 이어가겠다는 의지 표명일 뿐 불법 행위 계획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사건이 향후 산업 현장에서 쟁의행위 허용 범위와 필수 유지 업무 기준을 둘러싼 판단 기준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재판부는 다음 달 13일 추가 심문기일을 열고 노조 측 프레젠테이션 발표를 들은 뒤 늦어도 20일 이전 결론을 내릴 계획이다.
이에 따라 법원의 판단은 예정된 총파업 동력은 물론 향후 노사 협상 흐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제기된다.
삼성전자 총파업 예고 속 노사 긴장 고조
이번 법정 공방은 노조가 예고한 총파업 계획과 맞물려 긴장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16일 법에서 금지하는 쟁의행위를 예방하고 경영상 중대한 손실을 막기 위한 취지로 가처분을 신청했다.
노조는 성과급 상한제 폐지와 영업이익 15% 성과급 지급 등을 요구하며 교섭 진전이 없을 경우 다음 달 21일부터 6월 7일까지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지난 23일 경기 평택사업장 앞에서 열린 투쟁 결의대회 역시 노조의 파업 추진 의지를 재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삼성전자 총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반도체 생산 차질 우려와 공급망 영향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만큼 산업계도 이번 가처분 판단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분쟁이 단기 노사 갈등을 넘어 대기업 생산현장의 쟁의행위 기준과 노사 협상 구조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 노사 갈등이 장기화할 경우 반도체 산업 전반에 미치는 파급 효과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