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 대법원이 이른바 ‘전환치료’를 둘러싼 논쟁에서 표현의 자유를 근거로 미성년자 대상 상담 제한에 제동을 걸었다. 전환치료는 개인의 성적 지향을 동성애나 양성애에서 이성애로 전환하거나, 성정체성을 생물학적 성별과 일치시키기 위한 상담 치료를 의미한다.
대법원은 31일 콜로라도주가 시행해 온 청소년 전환치료 금지법이 미국 헌법 수정헌법 제1조가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판단하고, 해당 법률에 문제를 제기한 상담사의 손을 들어줬다. 판결은 8대 1로 내려졌다.
이번 판결은 상담사가 내담자와 나누는 대화 내용에 대해 주 정부가 규제할 수 있는지 여부를 둘러싼 핵심 쟁점에서, 연방 대법원이 표현의 자유를 우선적으로 인정한 사례로 평가된다.
■ 표현의 자유와 전환치료 논쟁의 충돌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상담 치료 과정에서 이뤄지는 발언과 조언 역시 헌법상 보호받는 표현의 영역에 포함된다고 판단했다. 특히 상담사가 특정 가치관이나 신념에 따라 조언을 제공하는 행위를 법률로 제한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봤다.
닐 고서치 대법관은 다수 의견에서 콜로라도주의 전환치료 금지법이 “관점에 기반한 표현 검열”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수정헌법 제1조가 국가가 특정 사상이나 견해를 강제하거나 배제하려는 시도를 차단하는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판단은 전환치료를 둘러싼 문제를 단순한 의료 규제 차원을 넘어, 표현의 자유와 직결된 헌법적 사안으로 재정의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 것으로 분석된다.
■ 콜로라도 전환치료 금지법과 소송 경과
콜로라도주는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전환치료를 전면적으로 금지해 왔다. 해당 법은 동성에 대한 감정이나 매력을 줄이거나 제거하려는 시도를 포함해, 개인의 성적 지향이나 성정체성을 변화시키려는 목적의 상담이나 치료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번 소송은 콜로라도주에서 활동하는 상담사 케일리 차일스가 제기했다. 그는 해당 법률이 자신의 종교적 신념에 기반한 상담과 자발적으로 상담을 요청한 내담자와의 대화까지 제한한다고 주장했다.
차일스 측은 특히 전환치료 금지법이 특정한 방향의 상담만 허용하고 다른 관점의 상담을 제한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며, 이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헌적 규제라고 강조했다.
■ 미국 전환치료 정책 전반에 미칠 영향
이번 미국 대법원 판결은 콜로라도주에 국한되지 않고 전국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미국에서는 콜로라도주를 포함해 약 27개 주가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전환치료를 전면 또는 부분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유사한 법률을 시행 중인 다른 주에서도 관련 규제에 대한 법적 재검토가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전환치료 정책 전반에 대한 법적 기준이 재정립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전환치료를 둘러싼 사회적 논쟁은 오랜 기간 지속돼 왔으며, 이번 판결을 계기로 표현의 자유와 공공의 보호 사이의 균형 문제를 둘러싼 논의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 소수 의견과 향후 쟁점
이번 판결에서 유일하게 반대 의견을 낸 커탄지 브라운 잭슨 대법관은 다른 시각을 제시했다. 그는 헌법이 해로운 치료 행위에 대한 합리적인 규제까지 차단하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잭슨 대법관은 특히 미성년자를 보호하기 위한 입법적 조치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주 정부가 공공의 안전과 건강을 위해 일정한 제한을 둘 수 있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이처럼 전환치료를 둘러싼 법적·사회적 논쟁은 이번 판결 이후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이며, 미국 사회 전반에서 관련 정책과 기준을 둘러싼 논의가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