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 한국 포함 16개국 대상 ‘무역법 301조 조사’ 착수… 대미 무역흑자 압박 확대

USTR “과잉생산·보조금·시장장벽 조사”…7월 관세 조치 가능성 속 글로벌 통상 긴장 고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기독일보 DB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을 포함한 주요 교역국을 대상으로 무역법 301조 조사를 시작하며 글로벌 통상 환경이 다시 긴장 국면에 들어섰다.

미국무역대표부(USTR)는 11일(현지시간) 연방 관보를 통해 한국과 유럽연합(EU)을 포함한 총 16개국을 대상으로 무역법 301조 조사를 개시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향후 관세 부과나 보복 조치로 이어질 수 있는 절차라는 점에서 사실상 추가 관세 정책을 위한 사전 단계가 시작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USTR은 이번 조사 대상에 한국과 EU 외에도 중국, 일본, 싱가포르, 스위스, 노르웨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캄보디아, 태국, 베트남, 대만, 방글라데시, 멕시코, 인도 등이 포함됐다고 밝혔다.
무역법 301조는 1974년 제정된 미국 통상법의 핵심 조항 가운데 하나로, 미국 기업이 해외 시장에서 불공정한 대우를 받고 있다고 판단될 경우 미국 정부가 관세나 기타 무역 제재 등 보복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규정한 제도다. 미국은 그동안 이 조항을 활용해 상대국의 정책이나 관행을 압박하고 시정을 요구하는 통상 정책 수단으로 사용해 왔다.

USTR 제이미슨 그리어 대표는 이날 브리핑에서 “현 단계에서는 조사를 시작하는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지만, 실제로는 향후 관세 부과 가능성이 있는 절차라는 점에서 국제 무역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과잉생산·보조금 등 불공정 관행 조사

USTR은 이번 무역법 301조 조사의 핵심 목적이 해외 국가들의 구조적 과잉 생산 문제와 관련 정책을 조사하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그리어 대표는 제조업 분야에서 발생하는 구조적 과잉 설비와 생산 문제를 집중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조사 과정에서 보조금 지급, 억제된 국내 임금 구조, 국영기업의 비상업적 활동, 외국 기업의 시장 진입을 제한하는 시장 장벽 등을 주요 조사 대상으로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부적절한 환경 규제와 노동 보호 수준, 보조금 성격의 금융 지원, 금융 억압 정책, 환율 정책 등 다양한 경제 정책 역시 조사 대상에 포함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USTR은 특히 한국의 대규모 무역흑자를 문제로 지적하며 일부 산업 분야에서 구조적 과잉설비와 과잉생산이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관보에서 USTR은 “한국은 대규모 또는 지속적인 무역흑자를 기반으로 구조적 과잉설비와 과잉생산이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이 전자 장비,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 기계, 철강, 군함 및 선박 등 다양한 제조업 분야에서 글로벌 무역흑자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2024년 한국의 전체 무역흑자가 약 520억 달러에 달했으며 같은 해 미국과의 상품 및 서비스 교역에서 발생한 양자 간 흑자는 약 560억 달러로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USTR은 한국 정부가 석유화학 산업에서 설비 감축 필요성을 인정했다는 점도 언급하며 산업 구조 문제 역시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상호관세 무효 이후 등장한 새로운 통상 전략

이번 무역법 301조 조사는 미국의 기존 관세 정책이 법원 판단으로 무효화된 이후 등장한 새로운 통상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연방대법원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한 관세 정책이 무효라고 판단하자 이를 대체할 통상 수단을 마련하기 위해 대규모 301조 조사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행정부는 우선 무역법 122조를 근거로 10% 수준의 글로벌 관세를 도입했지만 해당 조치는 법적으로 최대 150일까지만 적용할 수 있는 한계가 있다.

이에 따라 122조 관세가 종료된 이후에도 관세 정책을 지속하기 위한 방안으로 무역법 301조 조사 결과를 활용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그리어 대표 역시 122조 관세가 종료되기 전에 조사 결과를 도출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그는 조사 일정과 관련해 “150일 기간을 염두에 두고 있으며 가능한 한 신속하게 조사를 진행해 결론에 도달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조사 결과를 예단할 수는 없지만 122조 관세가 만료되기 전에 조사를 마무리하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현재 122조 관세는 오는 7월 만료될 예정이며 이에 따라 이번 무역법 301조 조사 결과 역시 이르면 7월 전후로 발표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기존 무역 합의 유지 압박 성격

이번 조치는 미국과 이미 무역 합의를 체결한 국가들에 대한 압박 성격도 지닌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기존 무역 합의는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정책을 기반으로 이뤄진 경우가 많았는데 상호관세 정책이 무효화되면서 일부 국가들이 합의를 재검토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협상을 통해 미국 내 투자를 유치한 성과를 정치적 성과로 강조해 왔기 때문에 이러한 합의가 흔들리지 않도록 압박하는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이번 조사 대상 국가 가운데 한국, 일본, EU, 스위스,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캄보디아, 태국, 베트남, 대만, 방글라데시, 인도 등 상당수 국가는 미국과 이미 무역 협상을 진행했거나 잠재적 합의에 도달한 국가들이다.

그리어 대표는 기존 무역 협정의 유지 여부와 관련된 질문에 대해 “그 협정들은 그 자체로 유지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무역법 301조 조사는 관세나 다른 조치로 이어질 수 있다”며 “절차 말미에 대응 조치가 제안될 경우 기존 협정도 함께 고려될 것”이라고 밝혔다.

◈추가 301조 조사 가능성도 제기

USTR은 향후 추가적인 무역법 301조 조사도 이어질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르면 다음 날 강제노동과 관련된 제품 수입 문제를 조사하기 위해 약 60개국을 대상으로 새로운 조사 절차가 시작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디지털 서비스세, 의약품 가격 정책, 수산물 시장 접근, 쌀 시장 개방 문제 등 다양한 통상 현안과 관련해 추가 조사가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향후 한국을 포함한 주요 교역국을 둘러싼 통상 압박이 더욱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번 무역법 301조 조사 결과에 따라 미국의 추가 관세 정책 방향이 결정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글로벌 무역 환경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미국무역대표부 #기독일보 #기독일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