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왜곡죄 도입 형법 개정안 국회 통과… 판·검사 법 왜곡 시 최대 징역 10년 처벌

사법개혁 3법 가운데 첫 입법 현실화… 사법 책임 강화 기대 속 사법 독립 위축 우려 제기
박영재 법원행정처장을 비롯한 법원장들이 지난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에서 열린 전국법원장회의 임시회의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회의 안건은 재판소원 도입, 법 왜곡죄 신설, 대법관 증원 법안 등이다. ©뉴시스

국회가 판사와 검사가 형사 사건에서 법령을 의도적으로 왜곡해 적용한 경우 형사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법 왜곡죄 도입’ 형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면서 사법제도 전반에 중요한 변화가 예고됐다. 이번 법 왜곡죄 도입은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해 온 이른바 ‘사법개혁 3법’ 가운데 가장 먼저 입법화된 조치로, 사법 신뢰 회복을 위한 제도적 장치로 추진됐다. 동시에 법 해석과 재판의 자율성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법조계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법 왜곡죄 도입 형법 개정안 국회 통과…공포 후 즉시 시행

법조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는 지난 26일 본회의에서 법 왜곡죄 신설 조항을 포함한 형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해당 개정안은 정부로 이송된 뒤 국무회의 심의와 관보 게재를 거쳐 공포되며, 공포 즉시 시행될 예정이다.

이번 법 왜곡죄 도입은 과거 박근혜 정부 시기와 양승태 대법원장 재임 당시 불거진 ‘사법농단’ 사건을 계기로 처음 논의됐으나, 사법 독립 침해 가능성과 부작용 우려가 제기되면서 입법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이후 윤석열 전 대통령 구속 취소 결정 과정에서 법 적용 방식이 논란이 되면서 법 왜곡죄 도입 필요성이 다시 부각됐고, 이를 계기로 입법 논의가 본격화됐다.

다만 형벌 불소급 원칙에 따라 이번 개정안은 과거 사건에는 적용되지 않으며, 법 공포 이후 발생하는 사건부터 적용된다. 이에 따라 기존에 논란이 됐던 사건에는 적용되지 않고, 향후 형사 사건에서 발생하는 법 왜곡 행위부터 처벌 대상이 된다.

이번 법 왜곡죄 도입은 사법 절차의 공정성과 책임성을 강화하기 위한 입법 조치로 추진됐으며, 사법개혁의 일환으로 국회를 통과했다.

◈법 왜곡죄 구성요건과 처벌 기준…형사 사건 법 왜곡 시 징역형 가능

개정된 형법은 형사 사건을 담당한 판사 또는 검사가 재판이나 수사 결과에 영향을 미칠 목적으로 법령을 왜곡해 적용한 경우 형사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법 왜곡죄가 인정될 경우 최대 10년 이하의 징역과 자격정지 처분이 가능하다.

처벌 대상에는 법 적용 요건이 충족되지 않았음을 알면서도 이를 적용하거나, 적용해야 할 법령을 의도적으로 적용하지 않아 재판 또는 수사 결과에 영향을 미친 경우가 포함된다. 또한 증거를 인멸하거나 은닉하고, 위조 또는 변조된 증거를 사용한 경우, 위법하게 증거를 수집하거나 적법한 증거가 없음을 알면서도 범죄 사실을 인정한 경우도 법 왜곡 행위로 규정됐다.

국회 논의 과정에서는 법 왜곡죄의 개념이 지나치게 포괄적이라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적용 범위를 형사 사건으로 한정하는 등 구성요건을 구체화하는 수정이 이뤄졌다. 이를 통해 고의적인 법 왜곡 행위를 처벌하겠다는 입법 취지를 보다 명확히 했다.

법 왜곡죄 도입은 법령을 의도적으로 비틀어 적용하는 행위를 방지하고 사법 절차의 신뢰성과 책임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 마련됐다.

◈법 왜곡죄 도입 배경…사법농단 사건과 구속 취소 논란 영향

법 왜곡죄 도입 논의는 사법농단 사건 이후 사법 책임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요구 속에서 시작됐다. 당시 법원이 특정 사건 처리 과정에서 외부 영향에 따라 법 적용을 왜곡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법관의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논의가 이어졌다.

이후 윤석열 전 대통령 구속 취소 결정 과정에서 기존 실무와 다른 법 해석이 적용됐다는 논란이 발생하면서 법 왜곡죄 도입 필요성이 다시 제기됐다. 해당 사건에서 구속 기간 산정 방식이 기존과 다른 기준으로 적용됐고, 법원 내부에서도 기존 실무와 다른 판단이라는 지적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민주당은 법 왜곡죄 도입을 통해 예외적이거나 논란이 되는 법 적용을 방지하고 사법 신뢰를 회복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법 적용 과정에서의 책임성과 투명성을 강화하겠다는 입법 취지다.

◈사법 독립 위축 우려와 신중론…법조계 다양한 의견 제기

법 왜곡죄 도입을 둘러싸고 법조계에서는 제도의 필요성과 함께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이어지고 있다. 재판과 수사 과정에서 법 해석은 다양한 판단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를 형사 처벌 대상으로 규정할 경우 재판 독립성이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대법원은 국회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법은 사실이 아닌 규범이기 때문에 법 왜곡 여부는 해석자의 관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며, 법관의 재량과 법 왜곡을 명확히 구분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한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따라 독립적으로 재판할 권한을 보장받고 있어 법 해석 과정 자체를 형사 처벌 대상으로 삼는 데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검사 역시 공소 제기 여부와 관련해 재량권이 인정되는 만큼, 법 왜곡죄 적용 기준이 모호할 경우 수사 과정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전국 법원장 회의에서도 수정된 법안에도 불구하고 구성요건이 여전히 추상적이며 처벌 범위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고소·고발 증가 가능성과 사법제도 변화 전망

법 왜곡죄 도입 이후 재판이나 수사 결과에 불만을 가진 당사자들의 고소·고발이 증가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법관과 검사에 대한 형사 책임이 확대될 경우 재판과 수사 과정에서 법 적용과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법 왜곡죄 도입은 사법 책임성과 공정성을 강화하기 위한 입법 조치로 추진됐으며, 향후 실제 사건 적용과 판례 형성 과정에서 제도의 영향이 구체적으로 드러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형법 개정안 시행 이후 사법개혁의 방향과 사법제도 운영 방식에 어떤 변화가 나타날지 법조계와 정치권의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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