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발표를 앞두고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가격 상승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그동안 인공지능(AI) 서버 수요를 중심으로 빠르게 오른 D램 가격에 이어, 낸드플래시까지 인상 대열에 합류하면서 메모리 업황 전반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가격 상승이 단기간에 그치지 않고 올해는 물론 내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최근 메모리 시장은 AI 연산에 특화된 고성능 서버와 데이터센터 투자가 본격화되면서 수급 구조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기존 PC와 모바일 중심이었던 수요 구조가 서버와 데이터센터 중심으로 이동하면서, 메모리 업체들이 공급을 늘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삼성전자, 낸드 가격도 대폭 인상… D램 이어 두 번째 축 형성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낸드플래시 공급 가격을 기존 대비 최대 100% 인상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D램 가격을 최대 70% 수준까지 인상한 데 이어, 낸드 제품까지 가격 조정에 나서면서 메모리 전반의 수익성 개선이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메모리 반도체 업계는 현재 주요 생산 라인을 풀가동하고 있지만, AI 서버와 고부가가치 제품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공급 부족 현상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특히 고용량·고성능 메모리 중심의 수요가 늘어나면서 일반 제품보다 생산 부담이 커진 점도 공급 압박을 키우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글로벌 빅테크 방문 잦아져… 수급 불균형 심화
이 같은 공급 부족 현상은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움직임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 등 주요 글로벌 IT 기업들이 메모리 확보를 위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직접 찾는 사례가 잦아지고 있다. 이는 AI 인프라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안정적인 메모리 수급이 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부상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낸드플래시 시장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낸드 업계 3위인 일본 키오시아는 현재의 수급 긴축 상황이 내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공급 여력이 제한적인 가운데 서버와 기업용 스토리지 수요가 동시에 확대되면서, 가격 인상 기조가 유지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샌디스크·SK하이닉스도 가격 인상 가세 전망
공급 부족은 메모리 업체들의 가격 인상 명분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미국 낸드 전문 기업 샌디스크는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에 사용되는 낸드 가격을 올해 1분기 중 전 분기 대비 100% 이상 인상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SK하이닉스 역시 시장 상황을 고려해 낸드 및 D램 가격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메모리 가격 상승이 일시적인 조정이 아닌 구조적 변화에 가깝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노무라증권은 최근 리서치 노트를 통해 가격 상승 압박이 단기에 끝나지 않고 내년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신규 공장 증설이 단기간에 이뤄지기 어려운 만큼, 당분간 공급자 우위 시장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증권가, 삼성전자·SK하이닉스 실적 전망 상향
메모리 가격 상승 기대감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전망에도 빠르게 반영되고 있다. KB증권은 삼성전자가 메모리 공급 부족 국면에서 가장 큰 수혜를 입을 것으로 내다보며,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를 기존 대비 12% 상향한 162조원으로 제시했다. 이 가운데 메모리 사업에서만 152조원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했다. 내년 영업이익 전망치 역시 183조원으로 종전보다 11% 높여 잡았다.
하나증권은 SK하이닉스의 올해 영업이익을 112조1830억원으로 추정했다. 이는 기존 추정치인 45조3350억원 대비 약 2.5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메모리 가격 인상이 고객사의 원가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AI 서버를 중심으로 한 강력한 수요가 이를 상쇄할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 가격 상승 흐름 지속 여부 주목
업계에서는 메모리 반도체 가격 인상이 단기 실적 개선을 넘어 산업 구조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AI 중심의 수요 구조 재편이 본격화된 상황에서, D램과 낸드 가격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는 현상은 공급자 우위 시장의 지속 가능성을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한 주요 메모리 업체들이 올해와 내년 어떤 실적 흐름을 이어갈지, 그리고 가격 인상 기조가 언제까지 유지될지가 시장의 주요 관전 포인트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