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한국교회법학회가 6일 오후 서울 사랑의교회(담임 오정현 목사) 국제회의실에서 ‘교회재산의 사유화방지와 공공성 확보’라는 주제로 제36회 학술세미나를 개최했다. 행사는 (사)한국교회총연합회, 한국교회미래재단이 후원했다.
인사말을 전한 이정익 목사(신촌교회원로, 학회대표회장)는 “한국교회가 생명력을 잃어버림으로 제도화되고, 숫자적으로 한국 기독교가 대변되어 급기야 근년에 와서 교회 인구가 줄어들어 교회 재산을 처분하는 문제가 대두되었다”며 “불행하게도 영적 신앙이 없어져서 우리가 바라는 실상인 하나님의 나라가 사라져버린 것이다. 오늘 발제되는 내용들이 한국교회에 큰 울림이 되어 회복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개회사를 전한 송기영 목사(법무법인 로고스, 학회이사)는 “학회는 그동안 기독교 각계의 훌륭하신 목회자·학자들의 주제 발표와 토론을 거쳐 연구 발표의 내용을 책으로 발간하여 한국교회의 어려운 문제들에 대한 이정표를 제시하고, 해결책을 마련하여 정부와 교회의 관심과 배려를 촉구하여 왔다”며 학회 창립 10년을 맞아 제36회 학술대회를 개최하게 된 감격과 이를 위해 헌신하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말을 전했다.
축사를 전한 정영환 전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법무법인 TLBS 대표변호사)는 “이번 학술대회는 교회 재산의 법적 귀속 문제에 대한 학문적·실무적 대안을 제시함과 동시에, 한국교회와 우리 사회, 그리고 법과 신앙의 조화로운 관계를 성찰하는 시대적 의미를 지닌 귀한 자리”라며 “오늘날 한국교회는 종교인 과세, 인권 조례, 사회적 가치의 다원화 등 새로운 법적·윤리적 도전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한국교회법학회가 교회의 자유를 수호하고 공공성을 회복하는 방향타가 되어 주시길 바란다. 나아가 한국교회법학회가 교회의 질서와 정의를 세우는 일에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여, 한국교회가 다시금 사회의 신뢰와 존경을 회복하는 지혜의 울타리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먼저, 서헌제 교수가 ‘교회재산은 누구의 소유인가’라는 주제로 기조발제했다.
◆ 교회, 지역사회와 이웃 섬기기 위한 공적 자산
서 교수는 “예수님께서 사도 베드로에게 ‘내가 이 반석 위에 내 교회를 세우리니 음부의 권세가 이기지 못하리라’고 하신 말씀은 교회의 소유와 주권은 사람이나 제도, 재산이 아니라 그리스도 자신에게 있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며 “그러나 국가법 질서 내에서 교회는 ‘교인들의 신앙 공동체’이며, 법적 주체인 비법인사단으로서 교회재산을 총유의 형태로 소유한다. 이렇게 보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교회재산이 대부분 교인들의 헌금으로 조성되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문제는 사적 소유인 총유 재산은 교회정관과 총회결의에 따라 교인들이 마음대로 처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역사가 오래된 교회들의 막대한 재산은 선대의 헌금과 부동산 가액 상승의 결과인데 재산형성에 별로 기여한 바 없는 현재 교인들이 마음대로 처분할 수 있게 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가 하는 의문이 있다”며 “실제 교인 수가 줄어드는 교회에 새로 전입한 교인들이 다수결로 교회재산을 처분하는 일이 자주 발생하고 있어 교회재산의 사유화 방지와 공공성 확보가 한국교회의 중요한 현안이 되고 있다”고 했다.
그는 “교회는 신앙공동체가 함께 모여 하나님께 예배를 드리며, 교인들이 영적 교제를 하며 안식을 취하는 집이다. 교회는 현재 교인들만의 것이 아니라 믿음의 선조들의 교회이었으며 우리 믿음의 후손들에게 물려줄 소중한 신앙자산”이라며 “또한, 교회는 ‘만민이 기도하는 집’으로 단지 그 교회 교인들만의 것이 아니라 누구든지 들어와서 기도와 예배와 안식을 얻는 장소이다. 교회는 지역사회와 이웃을 섬기기 위한 공적 자산이기도 하다”고 했다.
아울러 “교회재산의 소유와 사용은 언제나 예배, 복음 전파와 이웃 사랑에 맞추어져야 한다”며 “오늘날 교회가 세상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공공성의 영성이 필요하다. 예배당은 지역사회의 열린 공간이 되어야 하고, 교회의 재정은 사회적 약자와 공익적 목적에 사용되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교회가 그리스도의 몸으로서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는 길”이라고 전했다.
이어진 주제발표에는 ▲김상용 교수(연세대 명예교수, 학술원 회원)가 ‘교회재산의 소유형태로서의 총유제도’ ▲송삼용 목사(하늘양식교회, 법신학연구소 소장)가 ‘교회재산 귀속에 관한 미국 판례이론’ ▲백현기 변호사가 ‘지교회의 부동산을 총회유지재단 명의로 등기한 경우의 법률관계’ ▲김영근 회계사(한국교회세무재정연합 대표)가 ‘부동산 명의신탁과 세금’이라는 주제로 각각 발제했다.
◆ “교회재산관리, 사랑으로 해결해야”
김상용 교수는 “총유는 공동소유의 한 유형이다. 공동소유에는 공유, 합의, 총유의 세 가지가 있으며 우리 민법에서는 이를 다 규정하고 있다”며 “공동소유는 인적공동체의 소유에의 반영이다. 공동소유자들의 인적결합관계가 가장 느슨한 공동소유가 공유이며, 인적공동체가 조합으로 결속하여 물건을 소유하는 공동소유가 합유이며, 인적공동체가 권리능력없는 사단으로 결속된 공동체의 공동소유형태가 총유이다. 그러므로 인적공동체의 인적결합의 강도에 따라서 공유, 합유, 총유의 순으로 강한 결합상태를 반영한다”고 했다.
이어 “총유의 주체는 비법인사단이다. 교회는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아니하며, 지교회의 정관과 또는 교단헌법으로 규약을 삼게 되어 사단법인으로서의 실체를 갖추지만, 주무관청의 허가를 받지 아니함이 일반적이며, 따라서 사단법인등기도 하지 않음이 일반적이다. 그리하여 교회는 비법인사단으로 존재하게 됨이 일반적”이라며 “따라서 교회재산의 소유주체는 비법인사단인 교회이며, 교회소유의 재산은 총교인의 총유에 속한다”고 했다.
김 교수는 “교회는 인적공동체이고 사랑의 공동체”라며 “교회재산관리에 있어서도 교회가 사랑으로 관리하고, 교회재산을 둘러싼 분쟁도 사랑으로 풀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사랑의 자연법이 지향하는 자연법론”이라고 했다.
아울러 “가능한한 사랑으로 교회내부의 분쟁을 화해, 조정, 중재 등의 소송 외적인 방법으로 해결함이 바람직하고 이상적이라 생각하며, 그것이 법을 통한 사랑의 실천의 한 방법”이라며 “그리고 지교회명의로의 부동산등기가 가능하기 때문에 법적 문제점이 많은 명의신탁의 방법보다는 지교회명의로 등기함이 바람직하다”고 전했다.
◆ 한국교회의 책임적 자치 제도화, 교회재산 공공재 회복 방향
송삼용 목사는 “미국 판례 연구를 통해 얻은 시사점은 분명하다. 법은 교회의 교리에 개입하지 않음으로써 자율성을 보장하되, 그 자율성은 사회적 책임과 투명성 속에서 완성되어야 한다”며 “이 원리는 한국교회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교회재산은 사적 소유의 대상이 아니라 하나님의 사명을 수행하기 위한 공공재이자 신탁적 자원이며, 법과 신앙은 이 공공성을 보존하기 위한 상호 보완적 관계에 서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한국교회는 교단헌법과 정관의 정합적 설계, 문서화와 투명성 강화를 통해 책임적 자치를 제도화해야 하며, 이것이 바로 교회재산을 공공재로 회복하는 한국교회법의 새로운 법신학적 방향”이라고 했다.
◆ “사후적 분쟁 해결 과정에서 예방적 조치 중요”
백현기 변호사는 “우리 법체계는 교회부동산이 유지재단 명의로 등기된 경우 등기라는 형식보다 실질적 소유관계를 중시하여 지교회의 재산권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해석 및 운용되고 있다”며 “그러나 이러한 사후적 분쟁 해결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회적·경제적 비용을 고려할 때, 최초 등기 시점부터 재산의 법적 성격과 귀속 관계를 명확히 하는 계약서를 작성하는 등 예방적 조치가 중요하다고 할 것”이라고 했다.
◆ 부동산 명의신탁과 세금 문제에 관해
김영근 회계사는 “명의신탁거래에서는 부동산실명법상의 법적실질, 사적자치의 원칙, 실질과세원칙에 의한 실질과세, 거래의 법적정당성 그리고 지방세법과 국세법에서 세제에 관련된 법적 정의등이 어울려서 세금이 과세되고 있다”며 “하지만 세금은 실질과세원칙에 따른 담세력에 무게중심을 기울이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고 했다.
아울러 “부동산실명법상 명의신탁의 법적성질이 실질과세원칙과 더불어 괴리감없이 판단되는 것이 가장 정당할 것이나 지금 현실은 거리감이 있다”며 “그래서 명의신탁의 유형과 상황에 따라 법적실질과 실질과세원칙의 양극단으로부터 거래의 실질이 처한 위치를 빨리 확인하고, 규명하는 것이 문제해결의 방법일 수 있다”고 전했다.
한편, 행사는 한우근 장로(성결교유지재단 이사)·문용호 변호사(기독교화해중재원 원장)·설충환 교수(백석대) 등이 패널로 참여한 토론 순서로 마무리됐다.